[뉴스분석]주민 분통 터뜨리게 한 '백령도 응급의료' 과제

섬이라서 꺼진 '생명'… '근본처방'은 언제쯤

박경호 기자

발행일 2020-05-29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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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전경 /경인일보DB

 

음주운전 화물차 사고 20대 여성
기상악화로 '골든타임' 놓쳐 사망

백령병원, 응급수술 진행 어려워
공공의료인력 정책적 보강 필요


인천 서해5도 백령도 주민이 최근 섬 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크게 다친 후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로 백령도 주민들은 여전히 열악한 섬 내 응급의료체계에 분통을 터뜨렸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으나, 사회적인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다.

섬 내 공공영역과 군부대의 응급의료 인력 확충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역사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기상 악화로 놓친 골든타임

지난 15일 오전 11시 40분께 인천 옹진군 백령도의 한 이면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던 포터 화물차에 A(26·여)씨가 치였다. 사고 직후 A씨는 인천의료원 분원인 백령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았다.

소방당국은 헬기를 띄워 육지의 병원으로 옮겨 응급수술을 진행하려 했으나, 이날 강풍이 부는 등 기상 악화로 헬기가 뜨지 못했다. 여객선도 일부 통제돼 육지 이송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결국 사고 발생 10시간 만인 오후 10시께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해군 고속정을 타고 섬으로 들어가 백령병원, 해병대 6여단 소속 의료진과 함께 응급수술을 했지만, A씨는 다발성 장기손상 등을 원인으로 끝내 숨졌다.

이달 21일 백령도의 한 주민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번 사고와 관련한 글을 올려 "섬 내 자체 응급수술이 가능한 전문의료팀과 다양한 진료과를 배치해 달라"고 청원했다.

이 주민은 청원 글에서 "섬이라는 이름 때문에 섬 자체 의료복지 등보다 관광상품, 시설, 특산물 등 외부적인 요소로만 변질해 가는 현실"이라며 "서해5도를 포함, 많은 섬들이 저희 섬과 같은 열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 글은 현재 백령도 주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지만, 지역 인구가 적은 탓인지 28일 기준 3천200여명의 동의를 얻었을 뿐이다.

■ 응급의료체계 개선 목소리 커

백령도에는 인천의료원이 운영하는 백령병원이 2014년 2월 개원했다. 현재 병원에 채용돼 상근하는 의사 2명, 공중보건의 8명이 있다. 이 가운데 전문의는 9명이지만, A씨처럼 심각한 외상환자에 대해 자체적인 응급수술을 진행하기 어렵다. 보통 1~2년 단위로 교체되는 공중보건의가 아닌 상근 전문의의 진료과목은 마취과와 치과다.
2017년 내과 전문의를 채용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퇴직한 이후 지원자가 없는 상황이다. 백령병원 관계자는 "최근 청원 글을 포함한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공감한다"며 "상근하는 의료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격 협진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등의 대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접경지역인 백령도에 주둔하는 군부대 의료인력과 주민을 위한 공공의료인력을 정책적으로 함께 보강해 협업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령도와 주변 섬에 주둔하는 해병대 6여단 의무부대의 군의관(전문의) 인력은 백령병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인천시와 군이 2012년 체결한 업무협약을 통해 군의관들이 주민 외래진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고처럼 긴급한 응급수술을 할 여건이 되진 않는다.

백령도의 한 주민은 "응급환자는 물론 골절상을 당할 때조차도 헬기를 띄워 육지로 이송하는 실정인데, 이번 사고처럼 한계가 명확하다"며 "백령도 현지에 근무하는 의료진들에게 육지보다 훨씬 좋은 조건과 대우를 통해 응급의료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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