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없이… '상처만 남긴' 태안3지구개발

신지영 기자

발행일 2020-06-01 제1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untitled-8.jpg
화성 태안3지구 공사현장.


주민들 부채 청산 등 '보상금 탕진'
16년 지나 받은건 변호사비 청구서
LH 금융비용등 잠정 수천억 손실

"16년이 지나 남은 건 8천만원이 넘는 변호사비뿐입니다."

한적한 농촌 마을 공동체를 와해시킨 '태안3지구개발'(2012년 2월 22일자 23면, 2013년 7월 23일자 1·3면, 2016년 5월17일자 1면, 2017년 7월3일자 1면 보도 등)의 승자는 없었다.

2003년 택지개발사업으로 승인된 태안3지구는 36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여느 시골마을이었다. 세계문화유산 융건릉과 인접한 마을에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은 '문화재 보전'이란 암초에 걸려 십 수년을 공전했다.

택지개발지구에 거주하던 원주민에게 주어지는 '이주민 택지'를 받는 일도 덩달아 늦어졌고, 36가구 마을 주민은 뿔뿔이 흩어졌다.

2004년 보상이 이뤄진 후, 16년이 지난 이달 들어서야 원주민에게 첫 택지 공급이 이뤄졌지만, 치유되지 않는 상처가 남았다. 토지 강제수용 이후 주변 지역의 전·월세 주택을 전전한 주민들은 온전한 생활을 하기 힘들었다. 사업이 공전하는 사이 세 명의 원주민이 세상을 떴고, 5쌍의 부부가 갈라섰다.

오랜 기간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길렀던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 할 수 있는 별다른 일이 없었던 탓이다. 개발이 완료돼 이주자 단지와 상가 분양받기만을 기다리던 주민들은 몇 푼 되지 않은 보상금을 생활비와 부채 청산용으로 탕진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빈손이 됐다.

특히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라는 취지에서 원주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이 원고 패소로 결론 나며, 승소한 경기도·화성시·LH의 변호사 비용 청구서가 5월부터 속속 도착하고 있다.

이제 원주민들은 경기도와 화성시에 2천500만원 가량, LH에 6천만원이 넘는 변호사비를 납부해야 한다. 법정 공방의 상대 측인 도와 화성시도 공사 지연에 따라 수많은 민원에 시달려야 했고, LH는 잠정 수천억원의 손실을 봐야 했다.

LH는 용지보상비와 추가사업비로 3천360억원, 금융비용으로 1천500억원을 투입했고 연간 늘어나는 금융비용을 십수년 동안 부담해 왔다. 공공기관도 피해자였던 셈이다.

태안3지구 주민대책위원장인 주찬범씨는 "지구 지정 당시 40대 중년은 백발의 노인이 됐다. 공사가 지연되는 동안 마을 공동체는 사실상 파괴됐다"고 말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신지영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 강원일보
  • 경남신문
  • 광주일보
  • 대전일보
  • 매일신문
  • 부산일보
  • 전북일보
  • 제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