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재로도 치유되지 못한 '16년간의 싸움'… '상처만 남긴' 화성 태안3 개발

신지영 기자

발행일 2020-06-01 제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사업지 문화재 즐비… 불교계 '반대'
2009년 국무총리실, 공원 조성 제안
2017년 공사 시작… 원주민 손배소


'승자 없는' 태안3지구 개발의 시초는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옛 대한주택공사(현 LH)가 화성시 송산동과 안녕동 일원 118만8천㎡를 개발해 아파트와 단독주택 3천800가구 남짓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2003년 개발계획이 승인나며, 2004년 3천500억원의 토지 보상비를 투입해 공사에 착수했지만 불과 10%의 공정률을 기록하고 사업은 중단되고 말았다. → 일지 참조

2020053101001317600066361

■ '문화재 보전' 암초를 만나다

- 사도세자와 정조의 묘인 융건릉과 사도세자의 명복을 비는 사찰로 세워진 용주사와 인접한 지역에 대규모 주택 단지를 짓겠다는 구상은 이내 시민사회와 불교계의 반대를 불러왔다. 여기에 융건릉과 용주사 보수에 필요한 재료를 마련하기 위해 만든 '만년제'(萬年堤)의 위치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오랜 기간 태안3지구 예정부지에 거주해 온 원주민들은 평지를 파서 만든 문화재 '만년제'가 사업부지와 가까운 곳에 있어 개발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능(陵)을 만들기 위한 흙을 퍼온 자리에 물이 고여 '만년제'라는 연못이 됐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문화재와 인접한 태안3지구 개발은 시작할 수 없는 것이었음에도 '만년제' 위치를 잘못 표기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업 추진 결정이 이뤄졌다는 게 주민들의 목소리였다. 경기도지정문화재인 만년제, 세계문화유산인 융건릉, 국보를 소장한 용주사까지 태안3지구 주위로 개발을 막는 문화유산이 즐비했다.

■ 암초에도 불구하고 재개된 태안3지구

- 불교·시민계와 원주민, 경기도·화성시·LH의 갈등이 깊어지자, 정부가 나서 중재 노력을 기울였다. 국무총리실은 지난 2009년 태안3지구의 주택 건설을 줄이고, 문화공원을 조성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양측에 제안했다.

중재안을 바탕으로 한옥숙박시설(3만㎡), 근린공원(32만㎡), 역사공원(12만㎡)이 사업 계획에 포함됐다. 개발 반대 입장에 섰던 용주사 주지 정호스님이 2016년 입적했고, 이듬해인 2017년 토지 조성공사가 본격화됐다.

이 가운데 갈등은 법정으로 번졌다. 2018년 원주민 측 39명은 경기도, 화성시, LH를 상대로 사업 지체에 따른 손해 최대 1억9천만원(1인당)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토지와 건물을 수용하면서 2008년까지 사업이 마무리된다고 설명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원은 공공기관 측이 개발 과정에서 일부 문화재를 간과한 것은 맞지만, 고의성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또 애초에 진행될 수 없었던 사업이라는 취지로 손해배상을 주장한 원주민들에게 '만약 사업이 됐더라면'이란 가정 하에 계산된 재산적 손해액을 배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신지영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 강원일보
  • 경남신문
  • 광주일보
  • 대전일보
  • 매일신문
  • 부산일보
  • 전북일보
  • 제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