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숨을 쉴 수 없다"

윤인수

발행일 2020-06-02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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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은 1862년 9월 노예해방선언을 발표했고, 미합중국 수정헌법 제13조로 노예제도가 폐지된 때가 1865년이다. 1870년 비준된 수정헌법 제15조는 흑인들에게도 투표권을 줬다. 하지만 흑인들의 헌법적 권리를 남부 백인들은 초법적 인종차별로 철저히 짓밟았다.

미시시피주는 문맹검사제도로 흑인들의 투표권을 박탈했다. 악명높은 KKK단은 헌법상 권리를 주장하는 건방진 흑인들을 재판 없이 처형했다. 나무마다 백인들의 린치에 목매달린 흑인들의 주검이 즐비했다. 재즈의 전설 빌리 홀리데이가 부른 '이상한 열매(Strange fruit)'는 바로 그 비참한 주검들이다. 그녀 역시 인종차별의 희생자였다. 흑인과는 숨도 같이 쉬지 않겠다는 악랄한 흑백분리주의는 영화 '그린 북'의 배경이다.

말도 안되는 인종차별에 대한 흑인들의 저항은 당연했다. 흑백분리에 저항하는 1950~60년대 흑인민권운동은 치열했다. 백인전용학교 입학투쟁, 백인전용 좌석버스 승차거부, 백인전용 음식점 주문투쟁은 1963년 워싱턴 행진으로 이어졌다. 링컨 동상 주위에 모인 25만명의 군중 앞에서 마틴 루터 킹은 기념비적인 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를 남겼다. 1964년 모든 흑백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이 통과됐고, 1965년엔 연방투표권법이 통과돼 흑인들의 참정권을 보장했다. 수정헌법 제15조의 권리를 재확인하는데 100년 가까운 세월이 걸린 셈이다.

흑인민권운동으로 합법적 차별이 사라진 이후에도 흑인을 향한 경찰의 공권력 남용은 미국 인권의 실체에 의문을 자아냈다. 무고한 흑인들이 경찰에 살해되는 현실을 통해 흑인들은 자신들의 권리가 미완성임을 절감해왔다.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이 내전에 버금가는 사태로 치닫는 배경이다.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는 플로이드의 비명이 백악관을 위협하는 거대한 분노로 번졌다. 인권국가 미국의 인권정책은 완전히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혐오와 차별로 누군가의 숨통을 조이는 사회라면 미국이라도 안전할 수 없다. 혐오와 적대의 언어가 판치는 우리 사회가 명심할 대목이다. 최근 이용수 할머니를 향한 친여 네티즌들의 혐오와 증오가 금도를 넘었다. 할머니의 숨통을 조이려 작정한 듯싶다. 반면 윤미향 의원은 어제 백팩을 메고 의원회관에 출근했다. 숨 막히는 장면들이다.

/윤인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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