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응급환자 수술 못하는 백령도의 의료환경

지난 15일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에서 20대 여성이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이 여성은 오전 11시40분께 사고를 당했으나 오후 10시께야 응급수술을 받았다. 기상상황이 좋지 않아 헬기가 뜰 수 없었고,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은 해군 고속정을 타고 섬으로 들어가야 했다. 10시간이 지난 뒤 응급수술을 받은 환자는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끝내 소생하지 못했다. 지난 3월에는 폐렴 증세를 보인 70대 여성이 헬기가 아닌 군 경비정에 실려 이송되기도 했다. 섬 주민들은 열악한 응급의료체계에 분노하면서 의료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5천244명이 거주하는 백령도의 의료기관은 인천의료원이 운영하는 백령병원이 유일하다. 지난 2014년 개원했고, 상근 의사 2명과 공중보건의 8명이 근무한다. 전문의는 9명이지만 심각한 외상 환자를 응급 수술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상근 전문의 진료과목이 마취과와 치과이기 때문이다. 한때 내과 전문의가 있었으나 지난해 퇴직 이후 후임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과 지역사회는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는 후진적 의료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다. 지난 21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섬 내 자체 응급수술이 가능한 전문의료팀과 다양한 진료과를 배치해 달라"는 주민 청원이 올라왔다.

뒤떨어진 의료환경을 개선하려는 정부 당국과 의료계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말 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에 응급환자를 위한 의료 설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백령병원은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협진을 강화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군부대 의료인력과 협업체계를 강화해 공공의료 수준을 높이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 의료인력과 장비가 확보돼야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지역사회의 시각이다.



백령도 주민들은 지난 3월 공적 마스크를 공급받지 못했다. 안보의 상징인 서해 최북단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변변한 의료시설도 없어 응급수술이 불가능한 의료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서해5도 주민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사고를 당한 응급 중환자가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는 후진국형 사태가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주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의료시설 확충이 급하고도 절실하다. 단기 처방으로 전문의를 확보하고 의료장비를 보강해야 한다. 주민 눈치를 보며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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