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모두가 패자인 화성 태안3지구의 불행

경인일보

발행일 2020-06-02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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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화성사업본부가 지난달 초 화성 태안3지구 내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를 분양한다는 공고를 냈다. 총 122필지, 3만1천㎡를 협의양도인택지 공급대상자로 선정된 원주민들에게 우선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토지보상 이후 16년 만이다. 2003년 택지개발사업지구로 지정된 뒤 민원 발생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재개되는 과정에서 사업주체인 LH와 주민, 지자체 모두 피해자가 됐다. 그 사이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주민들은 죽거나 늙었고, 가정이 파탄되는 등 고통을 겪었다. 공기업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이 빚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승자가 없는 태안3지구의 불행은 무리한 사업 추진에서 비롯됐다. 옛 대한주택공사는 1998년 송산동과 안녕리 일원 118만8천㎡를 공영개발해 아파트와 단독주택 3천800가구를 짓기로 했다. 2003년 개발계획 승인에 이어 2004년 토지 보상에 나섰다. 하지만 공사에 착수해 공정률 10%인 시점에서 사업이 중단됐다. 지구 인근에 산재한 문화재가 암초였다. 지구 인근에는 세계문화유산인 융건릉과 국보를 소장한 용주사, 경기도 지정문화재인 만년제가 산재해 있다. 지구지정을 철회하라는 시민단체와 불교계의 거센 반발을 이겨낼 수 없었다.

애초부터 택지개발에 부적합한 지역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사업은 계속 추진됐고, 정부는 2009년 중재안을 내놓았다. 한옥숙박시설(3만㎡), 근린공원(32만㎡), 역사공원(12만㎡)이 사업 계획에 포함됐다. 이후에도 8년간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했고, 2017년에야 택지조성공사가 본격화됐다. 2018년 원주민들은 경기도, 화성시, LH를 상대로 사업 지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1인당 최대 1억9천만원)을 제기했다. 법원은 개발과정에서 문화재를 간과한 사실은 인정되나 고의성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패소한 주민들은 보상이 아닌 8천만원의 소송 비용만 떠안을 처지가 됐다.

16년 세월이 흐르면서 원주민들의 고통과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보상금은 어느새 사라졌고, 빈손이 되자 이런저런 불행이 닥쳤다. 원주민들이 자기 돈으로 택지를 공급받을지 걱정인 상황이다. LH도 보상비와 금융비용 등의 부담으로 수천억원 적자를 볼 처지가 됐다. 지역과 주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추진했던 태안3지구의 불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소송비까지 내야 할 처지인 원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정책적 배려와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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