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채 빗장 안 풀고 지자체 빚 내라는 정부

윤설아 기자

발행일 2020-06-03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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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투자성 제한 코로나에 못써
지방정부 '포괄적 발행' 승인 요구
행안부 천재지변으로도 해석 안해
조건완화 없이 재정분담까지 강요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준전시상황'으로 규정하고 국채 발행 등 과감한 재정 투입을 예고했지만, 정작 자치단체는 빚을 내고 싶어도 정부가 지방채 발행 '빗장'을 걸어놔 정부 재정 정책 기조를 따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현행법상 지방채는 토목 사업 등 투자성 지출에만 발행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인데 관련 법 개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한 경우 국채 발행을 통해 신속하고 과감한 예산 집행을 주문했다. 정부가 재정 사업을 확대하면 자치단체도 이에 맞춰 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인천시를 포함한 자치단체의 경우 긴급재난지원금 등 코로나19 관련 막대한 예산 소모로 재정 형편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시 역시 이번 2차 추경으로 가용 예산을 전부 활용한 상태라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현행 지방재정법상 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방채는 '경상성(일회성)' 지출이 아닌 '투자성' 지출에 한해서만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투자성 지출이란 토목, 건설, 증축 등 인프라 조성과 관련된 사업 비용을 의미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필요성이 제기되는 현금성 복지나 긴급 지원 사업 등에는 활용할 수 없다.

재해예방과 복구사업,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세입 결함을 보전할 때도 지방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행안부는 코로나19를 천재지변으로 해석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정 지출이 급증하면서 인천시를 포함한 각 자치단체는 정부에 지방채 발행 조건을 완화해 달라는 건의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코로나19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지방채 용도를 제한하지 않는 '포괄적 지방채 발행'을 승인해야 한다는 게 지방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행안부는 현행법을 근거로 지방채 발행 빗장을 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방채 발행 조건 완화 없이 각종 사업에 대한 재정 분담까지 강요할 경우 정부와 자치단체 간 갈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인천시도 올해 두 번째 추경안을 막판 조율 하면서 투자성 사업에 대한 지방채 발행만 계획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지방채 발행으로 위기에 유동성 있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법 개정까지가 어려우면 유권해석을 완화해주는 대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행안부 관계자는 "자치단체들의 건의에 따라 포괄적 지방채 승인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어렵다"며 "특별회계나 예비비를 일반회계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지방채 차환 목적의 예산을 전환해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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