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가 부정행위 방지 시스템 구축해야

대학가에서 온라인 시험의 약점을 이용한 부정행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인하대 의과대학 학생 91명이 온라인 시험에서 집단으로 부정행위를 했다가 적발된 데 이어 서강대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중간고사 답안 내용을 공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건국대에서도 일부 학생들이 모여서 시험을 보거나 대리시험을 친 학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사례들이 단지 몇몇 대학에서 드러났을 뿐이지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온라인 시험의 맹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당사자들이 내린 진단인 만큼 신빙성을 더해준다. 정상적으로 시험을 본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 당국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정행위자에 대해 '0'점 처리를 하거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려서 수습될 일이 아니다.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다. 학내에서 편법과 반칙, 거짓이 난무하는 것은 지성의 요람으로서 대학의 가치와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이다. 학생에 대한 평가가 최고의 공정성을 담보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공정한 평가는 학문적 측면에서 대학 본연의 기능과도 직결된다. 교수는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이해도를 측정하고 이를 교수법에 반영함으로써 학생들의 지적 성장을 도와야 한다. 평가가 올바르지 않다면 이러한 학문적 프로세스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사실 이번 부정행위는 온라인 강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학점 관리가 취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서 학생들의 양심에만 맡긴 채 공정한 시험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었다. 대학 당국이 이같은 지적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면 지금 벌어지는 혼란을 상당 부분 줄였을 것이다. 학생들의 등록금에는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비용도 포함됐을 터다.



지금 대학가의 최우선 과제는 온라인 시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익숙하고 손쉬운 방법이라 해서 대면시험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머리를 맞댄다면 대면 시험에는 못 미치더라도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채점이 까다롭고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시험을 레포트로 대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솔로몬의 지혜를 찾는 것은 이제 대학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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