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소방의 별' 달고 퇴임하는 서은석 고양소방서장

냉정과 열정 33년 마침표… "떠날땐 보따리 두개면 족하다"

김환기 기자

발행일 2020-06-17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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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석 고양소방서장
서은석 고양소방서장은 "많은 일을 하겠다는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주춧돌 하나 놓는다는 자세로 하나씩 하나씩 이뤄 놓는다면 머지않아 훌륭한 건물이 되고 큰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밤샘 진화현장 노점상의 절규 '사명감에 불씨'… 한국형 소방호스 전개기 개발
현장 대응 강조 지휘관 양성 제도적 장치 필요… 전술 교범 '소방내전' 출간도
"젊음 믿고 산 과거와 전혀 다른 길 설렘반 걱정반" 묵혀둔 색소폰 이제 꺼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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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업무는 지휘관이 되면 혼자서 결정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옵니다. 이때 믿음이 있다면 흔들리지 않고 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결과든 종교적 소명의식이든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는 30일 고양소방서 근무를 마지막으로 소방공직을 떠나는 서은석 고양소방서장(소방준감)을 최근 만났다. 

 

소방의 별을 달고 현장에서 명예롭게 퇴임하는 서 서장에게는 소방공무원으로서 최고의 명예로운 선물인 셈이다.

그는 소방의 길을 걸으며 늘 다산 정약용 선생의 "공직자가 임지를 떠날 때는 양손에 들 수 있는 보따리 두 개면 족하다"란 말씀을 되새겼다.

서 서장은 "이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결실을 맺고, 언제라도 떠날 준비를 하라는 의미로 이해하며 일해왔다. 또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 왔다는 것에 후회가 없는지 되돌아보고 있다"고 회상한다.

고양소방서 서장님 뒷모습!!

서 서장은 1987년 1월1일 부천소방서 관창수 보조로 소방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당시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로 요즘도 취업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하지만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취업 여건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인문계 분야 출신으로 시험공부를 하듯이 소방법을 공부해 보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고 적성에도 맞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1988년 1월 말 부천 자유시장에서 발생한 야간 화재현장에서 밤샘 진화작업 후 노점 좌판 피해자들이 안타깝게 울부짖는 모습을 보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소방'이란 것을 깨닫게 됐다. 이후 진짜 소방관이 됐다"고 말한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 서장은 효율적인 전술을 위해 '한국형 소방호스 전개기'를 개발해 협소한 장소에서 1초라도 빠르게 화재를 진압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고, 이후 난항을 겪었던 현장에서 효과적인 진화활동이 가능하게 됐다.

서은석 소장 소방내전출판기념최

이후 그는 1996년 내무부 소방국 구조구급과 구급주임이란 직책으로 근무지를 중앙부처로 옮긴다.

그는 언젠가는 소방본부나 소방학교 등 중앙행정을 익히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모든 것이 부족했다. 

 

하지만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고 도전하려는 의지를 반영해 일했고 2003년 소방령 승진과 함께 경기도로 복귀했다.

2006년 7월 경기북부에 경기도 북부소방재난본부가 개청됐고 2011년 12월 소방정으로 승진하면서 경기도 최북단에 위치한 연천소방서장으로 발령받아 지역 재난 안전 책임자로의 소임을 시작했다.

이후 일산소방서장으로 3년 근무(2013년 6월17일∼2016년 6월30일)하고 양주소방서장(2016년 7월1일∼2018년 12월31일), 의정부소방서장(2018년 1월1일∼3월29일) 등을 거쳐 2018년 소방준감으로 승진해 용인소방서장(2018년 3월30일~ 2019년 6월28일)을 역임한 뒤 지난해 7월 고양소방서장으로 부임했다.

서은석서장 직원교양2

서 서장은 지난 1988년 결혼, 1년 후 첫 아이가 태어났다. 

 

첫아이를 보고 온전한 분신을 얻었다는 것에 가장 큰 행복감을 느꼈다는 그는 이후 직장에서 승진할 때와 추진하는 업무에서 좋은 성과를 냈을 때 등을 일하면서 행복했던 순간들로 떠올린다.

서 서장은 "이제 소방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힘과 패기의 젊음을 믿고 살아왔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길에 대한 설렘과 다소의 막연함이 걱정되기도 한다"고 심정을 전했다.

그는 "내무부 시절인 1997년 8월 대한항공 801편이 괌 산에 추락했을 당시 사망자 국내 운송지원과 2014년 5월 일산소방서장 시절 발생한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현장 대응, 그리고 사고 후 약 3개월간 이어진 사법기관의 소방업무 관련 고강도 조사로 많은 어려움이 컸다"고 되돌아봤다.

서은석서장 화재현장지휘1

서 서장은 소방을 떠나며 "재난사고 현장은 날로 현장대응의 중요성이 강조된다"며 "일정기간 현장지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지휘관 양성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방업무의 수혜대상이 내 가족이란 생각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한다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적으로 케이 팝(K-pop) 열풍과 한국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 머지않아 소방분야도 전 세계적으로 전파될 시점이 올 것이다. 그때를 대비하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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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33년 반 동안 주어진 사명에 충실하고자 앞만 보고 달려왔다. 모든 것을 희생하며 늘 함께 해준 가족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이어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란 말이 있다. 시작할 즈음에는 남은 기간을 계산해 긴 기간으로 생각하고 누구나 기간이 정해진 인생이란 것을 잊고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정해진 남은 시간에 얽매이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일과 가정 모두를 다 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부부가 모두 일하는 시대이니 변화에 맞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러면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행복한 가정을 이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서은석서장 북한산등산로점검

서 서장은 퇴임을 기념해 국내·외 사례를 분석해 지휘관이 현장에 맞는 전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교범인 '소방내전'출판기념회를 직원들과 함께 했다. 

 

이 교범은 서 서장이 현장에서 익힌 신속한 화재진압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해 지난해 9월 TF팀을 만들어 국내 및 해외까지의 화재 사례를 비교한 책이다.

소방차량 부서 방법과 고시원 등 장소별 화재 특징, 화재진압 방안 등 효율적으로 소방차량을 배치하고 신속하게 소방호스를 이용해 현장 접근하는 '한국형 현장대응 전술'을 모두 망라했다.

서 서장은 "개인적으로 몇 년 전에 준비해 둔 색소폰이 있다. 그런데 아직 한 번도 불어보지 못했다"며 "시간도 없었거니와 아무 장소에서나 불 수 있는 악기가 아니기에 지금껏 보관만 해오고 있다. 열심히 배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김환기기자 khk@kyeongin.com 사진/김환기기자 khk@kyeongin.com·고양소방서 제공

■ 서은석 서장은?

▲ 1960년 2월 3일생

▲ 목포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1987년 1월 1일 부천소방서

▲ 1996년 내무부 소방국 구조구급과

▲ 2006년 7월 경기도제2소방본부 예방홍보담당

▲ 2010년 7월 경기도제2소방본부 예산장비담당

▲ 2011년 12월 연천소방서장(지방소방정)

▲ 2013년 6월 일산소방서장

▲ 2016년 7월 양주소방서장

▲ 2018년 1월 의정부소방서장

▲ 2018년 3월 용인소방서장(지방소방준감)

▲ 2019년 7월 제19대 고양소방서장(지방소방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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