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가까울수록 위험한 바다 안개

해무는 6~7월에 자주 발생
멀리서보면 한편의 수묵화
삶을 위협하는 '흉기' 되기도
기상청은 예측능력 향상 노력
사고방지 위해 정보 활용 지혜를


김종석 기상청장
김종석 기상청장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이다. 오랫동안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면 좋은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는 함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멀리서 보아야 예쁘고, 잠깐 보아야 사랑스러운 존재가 있다.

바로 해무(海霧)다.

해무란 바다에서 생성되는 안개를 지칭한다. 해무는 멀리서 보면 한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바다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는 때때로 삶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해무는 5~7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해무의 발생 원리는 겨울철 안경을 쓰고 사우나에 들어갈 때 안경이 뿌옇게 흐려지는 것과 유사하다. 차가운 해수면 위로 따뜻한 공기가 지나가면, 해수면과 맞닿은 공기는 열을 빼앗기게 되면서 해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로 만들어진 해무는 넓은 범위에 영향을 주고, 강도 또한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일례로 지난 5월16일 오전 7시께, 전남 목포에서 제주로 항행하던 6천500t급 화물선이 제주항 7부두 해상에서 좌초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는 짙은 해무로 시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선박이 운항하다가 방파제에 부딪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 및 해양오염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지난해 해양경찰청에서 발표한 '2018년 해상조난사고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2018년 기간에 발생한 해상 조난사고는 총 2천538건이다. 이 중 해무에 의한 시정장애로 인한 사고는 총 68건으로, 기상악화로 인한 전체 사고 중 30%에 해당한다.

해무로 인한 사고는 해상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짙은 해무가 지속될 경우, 바람을 따라 연안으로 유입된다. 해무가 연안에 유입되면 섬과 섬, 섬과 육지를 잇는 크고 작은 교량이 많은 우리나라의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항공기 운항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공항 대부분은 해안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연안으로 유입되는 짙은 해무로 인해 항공기 운항 지연과 이·착륙 사고까지 유발하기도 한다.

2015년 2월11일 오전 9시39분께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 상부의 서울 방향도로에서 106중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하여 2명이 숨지고 130명이 다쳤다. 이 역시 짙은 해무가 원인으로, 영종대교의 가시거리가 100m 미만인 상황에서 관광버스가 앞서가던 승용차를 충돌한 후 뒤따르던 차량들이 연쇄 충돌한 사고이다.

6~7월은 해무가 자주 발생하는 시기이다. 기상청은 해상·교통·항공안전을 위협하는 해무를 예측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천리안 기상위성을 통한 대기 이동의 관측으로 해상의 안개 분석과 예측능력이 향상되고 있다. 또한 서해안의 주요항로를 중심으로 CCTV와 시정계를 설치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해무의 이동상황을 감시할 예정이다.

짙은 해무의 발생을 막을 수는 없지만, 안개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기상정보를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해무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안전에 유의한다면, 해무는 여전히 아름다울 것이다.

"멀리 보아야 예쁘다. 짧게 보아야 사랑스럽다. 해무가 그렇다."

/김종석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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