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균형 잡을 수 있을까

정운 기자

발행일 2020-06-26 제9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2020062601001265200062512

보안검색요원 임금체계 별도 적용
"연봉 5천만원" 일반직 수준은 오해
공사 "노사전문가협의회 통해 합의"
법·제도 개선TF 노조 빠진 탓 갈등
"알바생은 보안검색요원 될수 없어
단독근무에 1년 이상 걸려" 해명도


2020062601001265200062517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1만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최근 밝혔다.

인천공항공사는 정규직 전환 1호 공공기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공식 외부 일정을 인천공항에서 진행했다. 취임 3일째인 2017년 5월12일이었다.

이날 인천공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우선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시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공항가족 1만명 모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작업이 이날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인천공항은 공공기관 단일 사업장 기준으로 비정규직 수가 가장 많다. 정규직 전환 1호 공공기관이라는 상징성도 가진다. 인천공항공사가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약 3년 만에 정규직 전환 작업을 마무리했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한 탓에 후폭풍도 거세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 정규직 전환 대상인 비정규직 노조, 취업준비생까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방식에 반대하는 글이 올라왔고, 22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문재인 대통령,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문제 간담회
2017년 5월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건의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 정규직 전환 방식과 처우는

인천공항공사가 밝힌 정규직 전환 대상 비정규직은 9천785명이다.

인천공항공사가 직접 고용하기로 한 비정규직은 공항소방대 211명, 야생동물통제 30명, 여객보안검색 1천902명 등 2천143명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안전과 밀접한 분야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 대상으로 정했다. 나머지 7천642명은 전문 자회사에 편입된다.

외부 용역 방식으로 일하던 직원들이 (주)인천공항시설관리(3천490명), (주)인천공항운영서비스(2천423명), (주)인천공항경비(1천729명) 등 인천공항공사 자회사의 정규직이 되는 방식이다. 정규직 전환 대상과 방식은 인천공항공사, 노동계, 전문가로 구성한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결정했다.

인천공항공사 일반직(해외사업·전략·기획)은 입사 첫해 4천500만원을 받는다. 전체 직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으로 8천만원 정도다.

인천공항공사가 직고용하는 보안검색요원 등에게는 별도의 임금 체계를 적용한다. 수행 직무가 일반직과 다른 데다,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결정한 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노사전문가협의회는 자회사에 편입되는 직원들이 직고용 직원보다 낮은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합의했다. 자회사에 편입된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4천만원 정도다. 이 때문에 직고용되는 보안검색요원도 비슷한 수준에서 연봉이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안검색요원 평균 연봉은 3천800만원 수준이다.

일각에선 보안검색요원을 일컫으며 '알바하다가 연봉 5천만원 받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인천공항공사 직원이 되기 때문에 일반직 초임 연봉을 받는 것으로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 임금이 일반직과 다르게 책정될 예정이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

2020062601001265200062516
# 뜨거운 감자 '보안검색요원'

논란의 중심에는 보안검색요원 1천902명이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들을 자회사로 편입시킨 뒤 공개경쟁 방식을 통해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고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노조와 취업준비생들은 보안검색요원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고 있다. 보안검색요원들은 공개경쟁 채용에서 탈락한 이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논란① "협의 없는 일방적 결정"

인천공항공사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이 이번 결정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협의 없는 일방적 결정'이라는 점이다. 제3기 노사전문가협의회는 지난 2월28일 채용 방식 등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때 '청원경찰 방식의 직접 고용'은 합의되지 않았다. 이후 3개월간 아무런 협의가 없다가 인천공항공사가 일방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발표했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인천공항공사 노조는 감사원 감사 청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인천공항 현장 내부부터 외부까지 계속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실과 정보가 확인되지 않는 왜곡된 소문과 억측들로 인해 정규직 전환의 취지까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인천공항공사의 일방적이고 일관성 없는 정규직 전환 추진으로 인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동자 대표들과의 협의를 시급히 진행할 것을 인천공항공사에 촉구한다"고 했다.


7.jpg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논란② '취업준비생의 허탈감'

6월23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22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글쓴이는 "이번 인천공항 전환은 정말 충격적"이라며 "정직원 수보다 많은 이가 정규직 전환이 된다니요. 이들이 노조를 먹고 회사를 먹고 (인천공항공사는) 이들을 위한 회사가 되겠지요"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이곳(인천공항공사)을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물론 현직자들은 무슨 죄입니까.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게 해주는 게 평등입니까"라고 했다.

이 청원 외에도 보안검색요원을 인천공항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글이 온라인 게시판 곳곳에 올라오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공기업 채용 선호도 1위를 자랑하는 곳이다.

이슈앤스토리 / 뜨거운감자  인천공항 정규직전환
인천공항공사 노동조합은 지난 23일 공항공사 청사 앞에서 정규직 전환이 노동단체와 협의없이 결정된 것에 대해 반발하는 집회를 열었다. /인천공항공사 노조 제공

■ 논란③ 공개경쟁 채용으로 인한 '고용 승계 불안'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정규직 전환 완료'를 발표하면서 2017년 5월12일 이후 입사자는 공개경쟁 채용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이전 입사자는 인·적성 검사를 통과해야 정규직이 된다. 보안검색요원 1천902명 중 공개경쟁 채용 대상자는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보안검색요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은 공개경쟁 채용 방식에 반대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공개경쟁 방식으로 채용 여부를 결정하면 3년 넘게 일한 직원들도 탈락할 수 있다"며 "채용 탈락자에 대한 구제 방안도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공개경쟁 방식으로 청원경찰을 채용하면 인천공항 현장에서 오랜 기간 일한 보안검색요원보다 시험을 준비한 사람들이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2020062601001265200062515

#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마무리"


인천공항공사는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사실과 다른 측면이 많다"고 해명하고 있다.

'노동단체와 협의 없는 일방적 직고용 추진'과 관련해선 2017년부터 노사전문가협의회를 통해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안검색요원 직고용에 따른 법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제도 개선TF(2020년 3~4월)를 운영했으며, 경찰청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하고 외부 법률 자문도 받았다고 했다. 법·제도 개선TF에 노동단체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노동단체의 추가 협의 목소리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준비생들이 허탈감을 보이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오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보안검색요원은 2개월간의 교육을 수료하고 국토교통부 인증 평가를 통과해야 하는 등 단독 근무를 위해서는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알바생은 보안검색요원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임금 체계도 일반직 직원과 다르다고 인천공항공사는 설명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내달부터 세부 채용 절차를 진행해 올해 말까지 채용을 완료할 계획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재직자 탈락 우려와 관련해 "추가 취업 기회 제공 등의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구본환 사장, 보안검색 요원 정규직화 브리핑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해당화실에서 직접 고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공항공사 구본환 사장은 지난 22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정규직 전환 완료'를 발표하며 "인천공항은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 최대 규모 사업장이자 다양한 노동단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등 어려운 전환 여건 속에서도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 왔다.

남아 있는 정규직 전환 절차를 차질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정운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경인일보 채널

  • 강원일보
  • 경남신문
  • 광주일보
  • 대전일보
  • 매일신문
  • 부산일보
  • 전북일보
  • 제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