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 절제해도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술이다. 주역 64괘의 가장 마지막에 놓인 괘가 미제(未濟)라는 괘이다. 기제(旣濟)는 일을 다 마친 괘이고 미제는 아직 일을 다 마치지 못한 괘이다. 상식적으로 일을 다 마쳤다는 의미를 지닌 괘가 가장 마지막에 놓여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 일을 다 마치지 못했다는 의미를 지닌 미제괘를 가장 마지막에 두었다. 끝남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뜻에서 그리 했다고 한다. 주역의 마지막 괘의 마지막 효에 나오는 말이다. "모든 일을 다 끝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술을 마시는 것은 허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자신감에 도취되어 술독에 머리를 빠뜨리면 올바름을 잃어버릴 것이다." 그러면서 절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근대 주역의 대가로 알려진 야산(也山)선생은 주(酒)를 파자하여 왼편의 ' '은 유불선 동양의 도(道)이고 오른 편의 유(酉)는 그릇 즉 서양의 이기(利器)로 보아 술에는 음양이치로 동서의 도(道)와 기(器)가 담겨있음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후천에 동양의 정신문명과 서양의 물질과학문명을 어떻게 조화롭게 조절할 것인가의 문제가 사람이 술을 절제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았다. 이 조절을 잘 못하고 한 편에 푹 빠져 도취감에 이성을 잃어버리면 세상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술은 개인에게나 세계에게나 어려운 화두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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