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23)]지상조업 (下)

안전한 비행 필수요소 '화물 밸런스'… 기내식 무게까지 계산하는 '로드 마스터'

김민재 기자

발행일 2020-07-23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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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상·하부공간 나눠 적재에 활용
전후좌우 중량 맞아야 몸체 균형유지
"측풍 불때 자칫해 중심 못잡으면 위험"

인천, 1·2화물터미널 年 146만t 처리량
효율적 운송 위해 7면체 'ULD'에 담아
'코로나19 특수' 승객석에 화물 싣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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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여객 운송을 비롯한 항공 산업이 주춤한 가운데서도 고군분투하는 업종이 바로 화물 운송 분야다.

사람의 이동은 멈췄어도 물자의 이동은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이용한 화물 운송은 우리나라 전체 물동량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1%를 위한 항공 운송이 없다면 빠르고, 안전하고, 정확하게 화물을 지구 반대편으로 실어나르는 것이 어려웠을지 모른다.

수출입 항공 화물을 비행기에 싣고 내리는 일은 항공사가 아닌 '항공지상조업사(aircraft ground handling)'가 맡는다.

지상조업사는 인천국제공항의 화물터미널 창고를 운영하면서 비행기가 화물을 가득 싣고 공항을 떠나기 전까지의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수입 화물 하역도 지상조업사의 몫이다. 7월 7일 찾아간 인천공항 제1화물터미널 A동 대한항공 전용 수출 화물창고(ware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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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조업 근로자들이 창고에서 출고된 화물을 터그카에 연결해 화물기로 옮기고 있다.

대한항공 수출 화물을 담당하는 지상조업사 한국공항(KAS)의 조업 근로자들이 대형 화물 트럭에서 내린 각종 화물을 창고 내 정해진 위치에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화물은 목적지별로 분류돼 비행기에 실리기 전까지 창고에 보관된다.

인천공항 제1화물터미널은 연면적 4만4천100㎡ 규모로 연간 120만t의 화물을 처리할수 있다. 제2화물 터미널은 2만2천050㎡ 규모로 연간 26만t의 화물 처리가 가능하다.

수출 화물은 반입, 계량, 보안검색, 보관, 적재, 계량, 출고 등의 과정을 거쳐야 비행기에 실릴 수 있다. 화주가 수출입 대행사인 포워딩 업체를 통해 맡긴 화물은 인천공항 화물터미널로 모인다.

비행기는 화물기(FRTR)와 여객기(PAX)로 나뉜다. 화물기는 비행기 상부 공간인 메인덱(maindeck)과 하부공간의 로어덱(lowerdeck)에 모두 화물이 실리는 비행기다. 여객기는 메인덱에는 승객용 좌석이 있고 로어덱에만 화물이 실린다.

KAS의 주요 고객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PAX 143대, FRTR 23대로 화물기가 훨씬 적지만, 따지고 보면 여객기의 절반이 화물칸으로 이용되는 셈이다. 이는 카페리 선박에 승객과 함께 컨테이너를 싣는 것과 마찬가지다. 택배문화가 발달하기 전까지만 해도 고속버스 짐칸에 작은 화물이 실렸다.

지상조업 근로자들이 창고에 화물을 반입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계량이다.

화물의 무게에 따라 운송료를 책정하기 위한 작업이기도 하지만, 화물별 무게를 알아야만 한쪽으로 너무 무거운 짐이 쏠리지 않게 적재할 수 있다.

비행기에 화물을 적재할 때는 균형(balance)을 잡아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좌우 균형뿐 아니라 앞뒤의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 비행기가 안전하게 하늘을 날 수 있다. 비행기의 무게 중심을 잡는 일은 연료의 소진까지 신경 쓸 정도로 세심한 작업이다.

기내식 탑재량과 승객 숫자까지 모두 고려해 비행기의 무게 중심을 맞춰야 하는데, 이를 총괄하는 사람을 '로드 마스터'라고 한다.

KAS의 김삼용 KAL화물지원팀장은 "비행기 몸체로 바람이 부는 측풍이 있을 때는 자칫하면 비행기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위험에 노출될 우려도 있어 로드마스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계량을 마친 화물은 엑스레이 장비에 통과시켜 혹시 모를 위험물질이나 수출입 금지 품목, 마약류 등을 확인한다. 계량과 보안검색을 마쳐야 화물은 비로소 창고 입구에 쳐진 붉은색 선을 넘어올 수 있다.

창고에 반입된 화물은 동남아, 일본, 미주, 유럽 등 목적지별로 분류된다.

창고의 '로케이션 맵(location map)'에 따라 위치가 가로·세로 좌표로 지정돼 있다. 바둑판처럼 생긴 수출 창고 로케이션 맵은 가로가 8칸 알파벳(N~U), 세로는 5칸의 숫자(0~4)로 지정돼 있다. 예를 들어 'Q-3' 구역은 가로 4번째, 세로 4번째 칸이라는 의미다.

각 화물에는 에어웨이 빌(airway bill)이 부착돼 있어 예약된 항공편을 바로 알 수 있다. 화물은 전동지게차에 실려 각 보관장소로 이동돼 보관되며, 이 후 워크스테이션이라는 작업 공간에서 적재 작업이 진행된다. 워크스테이션에는 리프트 장치가 설치돼 있어 화물을 높이 적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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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제1화물터미널 A동 대한항공 전용 수출 화물창고(warehouse)에서 지상조업 근로자들이 지게차 등을 이용해 항공기에 실릴 화물들을 분류하고 있다.

워크스테이션에 적재된 짐은 ULD(Unit Load Device)로 규격화된다. 직역하면 '단위 탑재 용기'라고 하는데 비행기 전용 컨테이너라고 보면 된다. ULD 컨테이너는 직육면체 상자의 한쪽 모서리를 깎아놓은 7면체 모양이다.
비행기 로어덱의 단면이 반원처럼 생겼기 때문에 직육면체의 상자를 실으면 빈 공간이 생긴다. 그래서 7면체 모양이다.

은색의 컨테이너는 외부 충격에 따른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로 알루미늄이나 유리섬유로 제작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컨테이너는 61.5인치×60.4인치×64인치(156㎝×153㎝×162㎝) 규격으로 최대 중량은 1천588㎏이다. 중량과 비행기 적재 위치에 따라 상자의 크기는 달라진다.

ULD는 규격화된 팔레트에 실리는 형태도 있다. 팔레트는 금속의 납작한 판 위에 화물을 쌓은 뒤 그물과 비닐 등으로 단단하게 고정시켜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주로 쓰이는 팔레트는 96인치×125인치(243㎝×317㎝) 크기로 최대 6천804㎏을 적재할 수 있다. ULD에는 총 10자리의 알파벳·숫자로 된 고유 표식이 있는데 이를 통해 화물의 종류를 짐작할 수 있다. 앞의 알파벳 3자리 중 첫째 자리는 ULD 타입으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코드로 지정된 컨테이너의 종류를 의미한다.

AKE는 일반 화물용 ULD이며 ALF는 AKE 2개를 합쳐놓은 크기의 대형 ULD를 뜻한다. RKN은 온도 조절 장치가 달린 컨테이너, HMA는 살아 있는 말을 운반하는 전용 컨테이너다. 이 알파벳 코드로 바닥 면적, 세 번째 자리는 컨테이너 모서리의 깎임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가운데 5자리 숫자는 컨테이너 일련번호이고, 맨 뒤 알파벳 2자리는 컨테이너 보유 항공사 코드다. KE는 대한항공, OZ는 아시아나항공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AKE12345KE'라고 적힌 화물은 '대한항공의 의류를 포함한 일반 화물'이라는 뜻이다.

창고에 보관된 ULD는 비행기의 이륙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출고된다. 최소 1t이 넘는 ULD는 'ETV(Elevating Transfer Vehicle)'이라는 장치로 운반한다. ETV는 항만으로 치면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크레인과 같은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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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조업 근로자가 ETV(Elevating Transfer Vehicle)를 이용해 항공기 전용 컨테이너인 ULD(Unit Load Device)를 화물기로 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창고에는 총 4기의 ETV가 있는데 1기는 무인이고, 3기는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방식이다. ETV 기사가 로케이션 맵을 보고 원하는 위치를 지정하면 전후상하로 ETV가 이동해 해당 ULD를 출고한다. ULD가 창고에서 바깥으로 출고되기 직전에는 무게를 재기 위한 계량 작업이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지상조업 근로자가 바코드를 찍고, '드롭(drop)' 버튼을 누르면 짐은 비행기로 가게 된다.

송양훈 KAS KAL화물지원팀 책임 검수사는 "엘레베이터 층수를 누르듯이 원하는 로케이션을 누르면 ETV가 이동을 해 작업 완료된 ULD를 이동시키는 방식"이라며 "출고된 화물을 비행기가 있는 주기장까지 옮겨 로어덱 또는 메인덱에 싣는 것까지가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ULD는 터그카(tug car)라는 운반 장비에 실려 비행기로 이동된다. 그 이후에는 여객 지상조업과 마찬가지로 로더(loader)로 짐을 올려 비행기에 탑재한다. 수입 화물은 수출과 반대 과정으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의 화물 운송은 유례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화물 운송량으로 보면 큰 변화는 없지만, 운송료가 2~3배가량 치솟았다. 이는 여객기 운항이 줄었기 때문이다. 여객기가 뜨지 않다 보니 그동안 여객기 로어덱으로 실어 날랐던 화물도 멈췄다. 공급은 줄고, 수요가 많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항공사는 승객 없는 여객기를 띄우고 있다. 대한항공은 여기서 더 나아가 승객 좌석에 커버를 씌우고 메인덱에 화물을 적재·운송하고 있다. 일부 여객기는 아예 화물기로 개조하는 것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오늘부터 기내 좌석에 화물 싣는다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여객기에 장착된 카고시트백(Cargo Seat Bag)에 화물이 적재되어 있다. /연합뉴스

인천공항의 화물 지상조업은 수출입 화물 외에 통과 화물의 비중도 적지 않다. 통과 화물은 3국을 경유하는 것으로 화물의 환승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대한항공의 화물 처리량은 인천공항 전체 물동량의 절반에 달한다.

국내 항공 화물 조업의 시장 점유율은 KAS가 138만t으로 53%를 차지하고 AAP(Asiana Air Port)가 79만t으로 30%, AACT(Atlas Air Cargo Terminal) 24만t(9%), SHARP 13만t(5%) 순이다.

글/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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