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속 피어난 꽃… 인간 추사를 마주하다

이석철·권순정 기자

발행일 2020-07-28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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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추사의 한 장면. 저예산 공연이라 무대장치는 의자와 책상이 다였다. 무대를 채운 것은 배우들의 열연과 우렁찬 노랫소리였다. /과천축제 제공

과천시 첫 창작 뮤지컬… 온라인 중계 2만5217명 클릭
지조·예술 키운 인물 '재구성' 마지막 곡 뇌리에 남아


"겨울이 오면 알게 되리 송백이 푸르다는 것을.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

과천시의 첫 창작 뮤지컬 '추사'가 성공적으로 추사 김정희를 대중 곁으로 소환했다. '추사를 모르는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다'는 말처럼 이날 공연을 본 관객들은 추사체로만 접하던 김정희를 고통과 시련 속에 지조와 절개, 학문과 예술을 키운 인물로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지난 25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공연을 본 2만5천217명은 추사체와 세한도의 정신에 감동하거나 추사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다는 등 호평을 이었다.

액자식 구조를 갖추고 있는 극은 세한도(歲寒圖)를 두고 후지츠카 치카시(조정근)와 소전 손재형(김태문)의 갈등을 통해 관객을 추사(김경일)의 이야기로 이끈다.

추사가 청나라 연경에서 유학하던 시절 자신만의 문체를 개발하고 백성을 일깨우는 지혜를 찾는 등 푸른 꿈을 꾸지만 결국 세도정치에 희생돼 제주도에서 긴 유배생활을 하고 그 사이 아내를 잃는 시련을 겪는다.

시련이 열매를 맺는 것은 제자 우선 이상적이 귀한 서책을 잊혀져 가는 학자, 추사에게 선물하면서부터다. 겨울이 오고 나서야 벗을 알게 됐다는 추사는 우선에게 세한도를 선물한다.

극이 관객에게 젖어 들어가는 부분은 과지초당 장면이 아닐까 싶다. 말년 4년을 과천에서 보낸 추사는 사람들과 농을 주고 받으며 엉덩이 춤을 추는 '아이'로 그려진다.

권호성 감독은 "추사가 숨넘어가기 전에 쓴 봉은사 '판전(板殿)'을 두고 서체 연구가들은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을 본다. 천재 아기가 태어나 결국 아이로 소멸되는 인생. 작품과 삶이 닮아있어 추사의 작품이 울림이 있다"고 말했다.

제작비 1억8천만원. 초저예산이라 의상과 무대장치 등은 연극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음악만큼은 추사의 고통 가득한 삶, 그 속에서 피어난 추사체의 절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추사의 주제가라 할 수 있는 마지막 곡 '하얀날의 푸른꿈'은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가 후크송처럼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극의 감흥이 쉽사리 지워지질 않는다.

권 감독은 이술아 작곡가를 치켜세우며 "배우들도 곡이 정말 좋아 즐겁게 연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 구성 중 아쉬운 부분을 수정해 대형 뮤지컬 무대에 올려도 좋은 가능성을 봤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과천/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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