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줌인]했어야 할 '주차단속'하지 않은 공무원 차량 가로막은 민원인, 공무집행방해?

박경호 기자

입력 2020-08-01 15: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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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jpg
미추홀구에 위치한 인천지방법원. /경인일보DB·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불법 주차 단속 권한이 있는 공무원이 착각으로 민원인에게 "단속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화가 난 민원인은 공무원의 관공서 차량을 막아섰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원인은 오히려 공무원이 직무를 유기했다며 자신은 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공무원이 주차단속을 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 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민원인이 '유죄'라고 판단했다. 왜일까?

최근 인천지법 형사14단독 장명 판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50)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12일 저녁 인천 서구에 있는 자신의 가게 앞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보고 구청에 "단속해달라"고 신고했다. 잠시 후 구청 공무원이 관용차를 타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러나 구청 공무원은 A씨에게 단속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불만을 품은 A씨는 관용차 조수석 창문에 손을 넣어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 A씨는 계속 차량 앞 보닛에 기대어 서서 가로막는 등 10분 동안 관용차 운행을 방해하다가 결국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관용차를 막은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단속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며 "나아가 피고인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 폭행이나 협박에 해당하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현장에 출동한 공무원에게는 불법주차 단속 권한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속 권한이 없다고 밝힌 공무원의 잘못된 행위는 정당한 직무수행이 아니므로 공무집행방해죄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직무집행을 하던 공무원에게 단속 권한이 있었고, 해당 공무원이 이를 착오해 단속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당시 현장 상황 등을 고려해 공무원이 자신에게 단속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이상,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무원의 판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단속 권한이 없다고 설명한 후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은 행위가 위법한 직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현장에 출동한 공무원이 자신이 불법 주차 단속 권한이 있으면서도 '없다고 착오한 경우'라도 그 착오를 바탕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행위는 직무유기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나아가 피고인이 범행 당시 유형력을 행사한 경위, 방법, 시간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에서 규정한 폭행해 해당한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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