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백영수 회고전 '백년을 거닐다' 따뜻하고 편안한 신사실파 화풍 부각

이여진 기자

입력 2020-08-04 11:33:04
글자크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백영수-수정_(2).jpg
극도로 단순한 선으로 인체를 재치있게 표현한 백영수 作 '토르소'(2000년대). /이여진 기자

"백영수는 약 80년간 가족을 주 소재로 작업했던 추상화 작가로, 관람객들이 공간에 따라 작품을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를 기획했다."

1일 수원 행궁동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만난 장단 큐레이터는 백영수 회고전 '백년을 거닐다 : 백영수 1922-2018'를 기획한 의도를 이 같이 밝혔다.

미술관 1층 1, 2전시실과 2층 4전시실에서 백영수의 회화 105점이 관람객을 맞았다.

1전시실에는 일반인에게 백영수가 자칫 생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100여년 간의 작가 연보와 작가의 생전 작업 영상, 지인 인터뷰 영상 등 아카이브 자료가 제공됐다.

2020080101000130900007002.jpg
4전시실 가벽에 뚫린 아치형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백영수 作 '귀로'(2001). /이여진 기자

또 전시실 중앙에 다락방 형태의 작가 작업실이 재현돼 작가가 실제로 쓰던 이젤, 의자, 붓, 물감 등 작업 도구가 전시됐다.

장 큐레이터는 "작가는 자택의 2층 다락방에서 주로 작업했고 이후 프랑스로 이주했을 때도 고도가 높은 집만을 찾았다"며 "위에서 아래를 조감하는 듯한 시점의 작품이 많은 것은 이러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2전시실에는 1945년에서 1990년대까지 작가 특유의 편안하고 따뜻한 화풍이 만들어진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 전시됐다.

이 중 '장에 가는 길'(1953)은 백영수가 1953년 부산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제3회 신사실파 미술전'에 출품한 작품으로 김환기·이중섭 등과 함께 조형의 순수성을 탐구했던 '신사실파'로서 작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 대표작인 '가족'(1984)은 작가가 1977년 프랑스 이주 후 몽마르트르 언덕 근처에 마련한 작업실 내부를 그린 작품으로 붓을 든 채 캔버스 앞에 앉아 있는 작가 본인과 아내, 딸의 모습을 묘사해 친밀감과 편안함을 준다.

장 큐레이터는 "작업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사크레 쾨르 대성당과 작업실 내부의 호롱불, 문갑, 붓, 목각원앙 등 한국적 요소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고 해설했다.

2020080101000130900007003.jpg
백영수 作 '창가의 모자'(1988)에서 영감을 받아 서양식 지붕으로 재구성된 2전시실 벽면. /이여진 기자

특히 이번 전시에선 다양한 공간 구성이 돋보였는데, 미술관 측은 '창가의 모자'(1988)에서 영감을 받아 2전시실 한쪽 벽을 서양의 지붕으로 재구성하고 작품에 등장하는 아치형 창문 3점과 새 이미지를 부착했다.

아치형 창문은 전시장 가벽 전반에 설치돼 작품을 보는 '창' 역할을 했다.

또 유리 난간을 통해 1층에서 올려다보이는 2층 벽면에 작가의 자택 1층 현관을 그린 '실내'(2012)를 설치해 마치 외부에서 작가의 사적 공간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2층 4전시실에는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백영수가 노년에 했던 새로운 미술적 시도를 보여주는 작품이 전시됐다.

2020080101000130900007004.jpg
백영수 作 '가족'(1984). /이여진 기자

'마라케시 풍경'(1998)은 작가가 70대에 접어들어 그린 작품으로, 차분한 색조가 중점을 이뤘던 이전 작품과 다르게 켱쾌한 개나리색의 모로코식 집을 극도로 확대해 표현했다.

'누드'(2004)·'토르소'(2000년대)·'등'(2010)은 백영수의 '누드 3부작'으로 인체를 극히 단순한 선과 면으로 재치있게 표현했다.

2020080101000130900007005.jpg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1전시실에 재현된 백영수 작가의 작업실. /이여진 기자

장 큐레이터는 "백영수는 97세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그림 속에 있지 않으면 나는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남긴 백 작가의 영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

이여진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경인일보 채널

  • 강원일보
  • 경남신문
  • 광주일보
  • 대전일보
  • 매일신문
  • 부산일보
  • 전북일보
  • 제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