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팔도명물]500년 넘게 명성 이어온 '가평 잣'

깊은 산속 '다람쥐 보양식' 누가와서 먹나요~

김민수 기자

발행일 2020-08-06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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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지리지 '해송자' 특산물 기록
여름 서늘 해발고도 높아 조림에 최적
지리적 표시등록 제25호 '우수성 인정'

'신선이 먹는 음식' 건강 미용식품 주목
불포화지방산 피부 가꿔주고 혈압도 낮춰
'잣 막걸리' 고소함·감칠맛 풍부, 자양강장 약주로
잣국수·냉면 등 슬로푸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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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 하면 가장 먼저 어느 지방이 떠오르십니까?

몇 년 전 한 전문 조사기관에서 시민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때 설문에 응한 시민 4명중 1명꼴로 경기도의 '가평'을 지목했다. 또 다른 질문을 통해서는 '가평군을 대표하는 연상 단어'에 관해 물었다. 이에 시민들은 산과 계곡, 가평 잣, 청정 가평 등을 거론했다.

가평군이 산림청이 지정한 전국 100대 명산 중 화악산, 명지산, 운악산, 유명산, 축령산 등 5개의 아름다운 산과 북한강, 가평천, 조종천을 비롯 용추·명지계곡 등 이름난 계곡과 하천, 강 등을 모두 품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북동부에 위치한 가평군은 전체 면적(8만4천366㏊)의 약 81%가 산이다. 6만8천497㏊의 임야 중 30%에 이르는 2만549㏊가 잣나무로 이뤄졌으며 특히 잣이 가장 많이 열리는 30년에서 60년생 잣나무가 5천750㏊에 달한다.

이런 자연환경은 '가평군 하면 잣, 잣 하면 가평군'이라는 수식어를 탄생시켰다.

가평 8경중 제7경인 축령백림
가평8경 축령백림.

가평 8경 중 제7경 축령백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축령백림은 해발 879m 축령산 기슭에 위치한 30~50년생 잣나무 숲(4.358㎢)으로 신선한 자연의 내음(피톤치드)이 풍부하며 도심의 먼지와 소음이 없어 산림욕 장소로 주목을 받고 있다.

# 조선시대 가평 대표 토산 잣

가평 잣의 우수성은 지금으로부터 560년 전인 1454년 완성된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되어 있을 만큼 가평군을 대표하는 명품 특산물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양주도호부 가평현의 토산(土産) 목록에 잣(松子)에 대한 기록이 있다.

또 1750년대초에 제작된 관찬군현 지도집인 해동지도 내용에 가평현의 토산으로 해송자(잣)가 기록되어 있으며 1895년 학부 편집국에서 간행한 조선지지(朝鮮地誌)의 토산조에 '해송자는 가평에서 나온다'는 역사적 사실도 전해진다.

# 잣나무 재배 최적지 가평

잣나무는 한반도가 원산지로 고산지대, 한랭한 기후, 겨울철 긴 일조시간, 배수가 양호한 토양, 깊은 산자락이라는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곳에서 잘 자란다.

가평 잣향기푸른숲
전체면적의 81%가 산림으로 이뤄진 가평은 경기도 최고봉인 화악산(1천468m), 명지산(1천267m), 석룡산(1천147m) 등 높고 깊은 계곡이 형성돼 있어 잣나무 재배의 적지로 손꼽힌다. /가평군 제공

가평지역 임야의 토질은 사양토와 양토로 구성돼 배수성이 매우 우수하며 겨울철 평균기온과 평균일조시간이 각각 -3.2℃, 176.4시간에 이른다. 이 지역은 여름에 서늘하고 겨울에 다른 지역보다 추우며 해발고도가 높은 산간지역으로 잣나무 조림 형성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가평 잣은 2009년 6월 산림청에 의해 지리적 표시등록 제25호 임산물로 등록돼 유사 상품으로부터 보호는 물론 가평 잣의 특성과 품질 우수성을 확보하고 있다.

# 3년 주기로 풍년이 오는 잣의 해거리

잣은 5월이면 암·수꽃이 수정해 8월에 어린 잣 송이를 맺는다. 이 잣 송이는 해를 넘겨 이듬해 8월 하순부터 익는다. 꽃이 피고 열매가 익기까지 1년 반 정도 걸리며 수확은 대개 8월 말부터 11월까지 이뤄진다.

잣은 보통 3년에 한 번 수확한다. 이는 한 해에 잣이 많이 열리면 나무 안의 영양분이 많이 소모되고 다시 영양분을 채우기까지 1~2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가평 잣 수확
잣을 수확하는 모습.

채취된 잣은 20여 공정을 거쳐야 맛을 볼 수가 있다. 채취한 잣 송이는 햇빛에 며칠간 건조한 뒤 탈각기로 껍질을 분리한다. 이렇게 나온 피 잣은 이 물질을 제거하고 세척과 건조과정을 거쳐 선별기에 의해 선별을 하게 된다. 이후 내피가 제거되고 세척과 건조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황 잣을 손에 쥐게 된다.

# 잣의 효능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건강식품이 요즈음 건강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젊은 층이 증가하면서 잣 등이 건강 미용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잣은 고칼로리 식품으로 기운이 없을 때나 입맛을 잃었을 때 좋은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잣의 효능에 대해 동의보감 잡병편에서는 '잣은 허해서 몸이 여윈 것을 치료하여 살찌고 건강하게 한다. 잣으로 죽을 쑤어 늘 먹으면 매우 좋다'고 기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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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서 해송자(海松子)로 불리는 잣은 약재라고도 할 만큼 좋은 식품으로 예로부터 신선이 먹는 음식으로 알려질 만큼 영양가와 약효가 뛰어나다.

잣이 지니고 있는 성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올레산과 리놀레산 등 불포화 지방산으로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혈압을 내리게 할뿐만 아니라 자양강장제 역할을 해 스태미나를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방산은 동물성 지방과는 달리 오히려 혈액 속 콜레스테롤의 양을 줄여 동맥경화증은 물론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수원여자대학교 식품분석 연구센터 국내 주산지 영양성분 함량 비교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가평 잣은 탄수화물이 다른 주산지 잣보다 많고 지방산 중 리놀레산과 아라키돈산이 많이 함유돼 있다고 분석했다. 리놀레산과 아라키돈산은 혈관을 깨끗하게 하고 뇌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 잣 대표 요리, 잣 막걸리·잣 냉면·잣 두부

가평 잣이 음식으로 처음 진화한 것은 막걸리다.

잣막걸리는 특유의 고소함과 감칠맛으로 가평의 대표적 특산물로 인정받았다. 잣막걸리는 멸균 처리되는 보통 막걸리들과는 달리 전통 제조방식을 따라 만든 생막걸리로 효모가 그대로 살아 천연 탄산을 함유하고 있다. 자양강장의 효능을 비롯해 빈혈과 장 기능에도 도움을 주는 약주의 기능까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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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클릭아트

잣막걸리와 함께 최근 잣국수, 잣냉면, 잣두부 등 슬로 푸드 잣 요리가 이목을 끌고 있다.

얼핏 보면 콩국수와 비슷해 보이는 잣 국수는 국물에서 또 면발에서 잣 특유의 향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다. 잣국수의 특이한 점은 국물뿐만이 아니라 면을 반죽할 때도 잣을 갈아 넣는다는 점이다. 날이 따뜻할 때는 시원한 국물로, 추울 때는 따뜻한 국물로 요리해서 먹는다.

가평/김민수기자 kms@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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