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시대… 미국과 중국은 어떻게 될까"

인천대 중국학술원 학술지 게재 논문 눈길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세계 경제는 한 치 앞도 보기 어려운 혼란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한국도 이 같은 현상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이 발간한 학술지 '비교중국연구' 제1권 2호에 게재된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경제발전 메커니즘과 일대일로 구상'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눈길을 끈다. 논문 저자는 동아시아경제분야 권위자로 평가받는 히라카와 히토시 일본 나고야대 명예교수다.

논문은 중국의 고도 경제 성장을 동아시아 경제 발전 과정에서 파악하고, 그 과정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 코로나19가 중국의 경제와 사회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내용이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중국의 현재 상황을 통해 한국에 미칠 영향까지 전망해 볼 수 있는 논문이다.



히라카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비교중국연구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중심은 중국이나 한국 등에서 올해 6월 기준 미국과 신흥국으로 옮겨져 있다. 3월 미국에서 감염자가 급증하자 미국은 EU로부터 도항을 금지했다. EU도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이 차례로 외출 금지나 도시 봉쇄 등을 단행했다. 경제활동은 급정지됐다.

"2020년 5월 이후, 주요국에서 전자기기, 자동차에서부터 의료품, 석유, 잡화 등의 제조업이 생산을 재개하기 시작했지만 중국 의존이 조업 제약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의 초동대응에서 뒤진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4일 세계보건기구에 기부금 정지 보복에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이 3월에 이뤄진 것은, 세계보건기구가 중국의 눈치를 본 것 때문이며, 그것이 감염을 확대시켰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3월 말에는 중국에 대한 보복 방안으로서 불과 3개월 전의 '제1단계 무역협상 합의' 파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논문 내용 중)

히라카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속속 꺼내고 있는 대중 강경책은 차기 대선 대책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 실패, 기타 국내 문제의 부적절한 대응을 내셔널리즘에 호소해 비껴가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은 물론 세계의 미국 주재 기업, 대중국 투자기업이 미·중 대립에 농락당하고 있다는 게 히라카와 교수의 시각이다.

코로나19 이전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인프라 수출을 추진했다. 그 증가세는 다른 나라를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를 잇겠다는 구상의 일대일로는 코로나19 발발로 인해 일제히 중단·지연되고 있다는 게 히라카와 교수의 분석이다.

"올해 3월 이후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건설은 중지됐고, 인도네시아에서는 고속철도공사, 캄보디아에서는 시아누크빌 경제특구 건설이 멈춰있다. 방글라데시, 케냐,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사우디아라비아, 스리랑카 등에서도 프로젝트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과 중국을 잇는 철도 건설 일부가 올해 3월 하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중국기업이 갑자기 귀국해 라오스인 노동자, 트렁크 운전자 등에게 임금체불이 일어나고 있다." (논문 내용 중)

코로나19 위기로 축소된 세계 경제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히라카와 교수는 일대일로로 연결되는 연선(沿線) 국가에서는 선진국 이상으로 신흥국에서 그 여파가 심각하다고 설명한다. 일대일로의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는 중국은 물론 프로젝트 진행 국가들도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논문은 "프로젝트의 투명성과 질이 새삼 추궁당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 같은 위기를 '건강 실크로드'라 불리는 의료지원으로 타개하려 하고 있다. 코로나19를 재빨리 억눌렀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건강 실크로드는 애초 일대일로의 큰 그림 속이 포함되긴 했으나,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는 구상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펜데믹에서 중국의 건강 실크로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위기에 빠진 이탈리아에 EU 국가는 지원의 손을 내밀 수 없었다. 대신 중국이 마스크, 인공호흡기, 그리고 300명의 의료진을 보냈다. 3월에는 감염 방호복, 마스크, 감염 테스트 키트가 이탈리아, 스페인, 아프리카 등 54개국이 배포됐다. (중략) 코로나19 위기로 선진경제가 일제히 경제를 급정지시키고 국내 대책에 쫓기는 가운데, 중국이 재빨리 위기에 빠진 나라에 손을 내밀고 있다는 사실은 제3자에 의한 그 평가가 어떠하든 부정할 수 없다." (논문 내용 중)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디지털 실크로드' 협력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그 핵심은 '5G'라 불리는 5세대 이동통신기술이다. 5G에서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것은 중국의 화웨이다. 화웨이는 5G 관련 필수특허 신고 숫자에서 세계의 3분의 1 이상, 세계 기업 점유율에서는 15%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권이 추진하는 5G의 네트워크화 속에서 미국은 화웨이 제품의 배제를 요청했는데, 올해 2월 시점에서 동조하고 있는 국가는 호주와 일본뿐이다. 한국과 필리핀은 이미 화웨이 제품 도입이 끝났다.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인도, 태국, 바레인, 말레이시아는 화웨이의 5G를 받아들이기를 결정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이 벼랑 끝 정책적인 색채를 띠는 가운데, 정치적·경제적 위험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중국과 미국을 잇는 생산 네트워크는 구조조정을 강요당하고 탈동조화가 진행될 것이다. 중국 일극 집중 네트워크의 분산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또한 중국은 강력한 우선순위를 매겨 일대일로 외교를 수행할 것이 틀림없다. (중략) 그것은 지식 기반 경제를 위한 디지털 인프라의 정비기능을 하면서 일대일로 연선 국가에 새로운 경제의 국경을 탄생시킬 것이다." (논문 내용 중)

끝으로 히라카와 교수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그대로 중국을 정점으로 하는 경제권 형성으로 될 리는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이념적 위화감은 그대로 남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히라카와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의 영향력은 높아지고 새로운 경제국경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논문은 인천대 중국학술원 홈페이지(aocs.inu.ac.kr) 내 '비교중국연구' 코너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비교중국연구' 제1권 2호에는 '대만의 선진국 담론과 대만의 자아정체성-장제스 시기를 중심으로'(김은미) 등 논문 4편과 서평 2편이 게재됐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관련 링크 : https://aocs.inu.ac.kr/ko-KR/compare/compare02.php?int_add1=1&int_add2=2&keyword=&searc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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