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인터뷰… 공감]'회사수익 기부 올인 핸들링' 장경훈 마중물대리 대표

365일 나눔 고민 "북한도 도울 수 있게 사업체 더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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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율 100%, 수익률 0%인 '마중물대리'를 이끄는 장경훈 대표. 대리기사 출신인 장 대표가 설립한 마중물대리는 12%의 적립금을 전액 기부금으로 활용한다. 4명으로 시작한 작은 회사가 지난 10년 간 기부한 액수만 2억7천만원으로 올해만 6천만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경인일보 사옥에서 인터뷰하는 장 대표.

160개 중기에 후불제서비스
10년간 못받은 외상대 50만원 안돼

'고정급 월급사장' 이용금액 12% 적립
지금까지 2억7천만원 선행

작년부터 '성인 된 보육원 청소년'
사회적응 프로그램 아낌없는 지원



초창기 연합회 영업방해 극복 '독종'
하루 고객 6만명 '행복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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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가을, 중소기업에 대리운전 '외상영업(?)'으로 후불제를 시작할 때 이 회사 통장에는 단돈 26만원이 있었다. 다음 달 월세 낼 여력도 없는, 달랑 4명이 운영하는 사무실은 10년이 지나 1년에 6천만원을 기부하는 회사로 거듭났다.

수익 전부를 기부하는 회사, 수익률은 0%지만 기부율은 100%인 대리운전 회사가 있다. 화성에 기반을 둔 '마중물대리'다.

마중물대리의 장경훈 대표는 160개 중소기업에 대리운전 서비스를 후불제로 제공한다. 한 달 간 쓰고 싶은 만큼 대리운전을 쓰고, 월말에 사용금액을 입금하면 되는 식이다. 연간 외상거래가 5억원이나 되는데, 지난 10년 간 받지 못한 외상대는 다 합쳐 50만원에 불과하다.

장 대표는 "사람들은 큰 데(대기업)랑 거래해야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니에요. 작은 데는 갑질을 안합니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을이에요. 중소기업은 아무도 다른 데서 외상을 안줘요. 도망간다고 생각해서.

을인 중소기업은 접대해야 할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대리비를 현금으로 줍니다. 현금이라 법인 비용으로 계산이 안되니까 결국 대표가 사비로 주는 수밖에 없어요.

마중물대리는 대리운전 사용한 것에 대해 세금계산서를 다 발행해 주고, 적립된 돈으로 기부하고, 기부 영수증까지 챙겨줍니다. 그러면 법인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서 그분들(중소기업)에게 도움이 돼요"라고 설명했다.

통상 대리운전회사는 이용금액의 10%를 적립해 일정 금액이 되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자주 이용하라는 취지다. 그런데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다. 취기에 여러 대리운전 회사를 번갈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한 곳을 꾸준히 이용한다고 해도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는 경우는 드물어서다.

마중물대리는 이용금액의 12%를 적립하고, 이 돈을 모아 기부금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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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훈 대표도 다달이 300만원 급여를 받는다. 회사가 커져도 돈을 취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월급 사장을 택했다. 수익을 남기지 않고 모두 기부하는 게 마중물 대리의 사업 모델인데, 지금까지 이렇게 기부한 금액이 2억7천만원 가량으로 올 연말까지 누적 3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기부처도 다양하다. 지역사회인 오산, 화성에 기부하는가 하면 미혼모·보호종료 청소년·여성출소자·장애인영화제 등에도 기부한다.

그는 "지난해부터 보육원 보호종료 청소년에게 기부를 하고 있어요. 성인이 되면 보육원을 나와야 하는데, 후원에다 국가가 지원하는 것을 다 합쳐도 1천800만원 정도 쥐고 나오는 아이들이 얼마면 그 돈을 다 쓸 것 같습니까. 6개월, 1년 안에 다 끝나요. 그거 다 쓰고 그 다음에는 굉장히 험한 곳으로 갑니다.

그런 일을 막으려고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관이 있는데 지난해 우연히 그곳을 알게 됐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거기 1년치 사회적응 프로그램 예산이 2천500만원이라고 합디다. 그걸로 무슨 일을 하겠어요. 기관에다 1년 안에 1천800만원 모아서 주겠다고 버티라고 했어요.

그래서 6월에 1천800만원을 줬죠. 내년에는 최소 2천만원, 많으면 3천만원까지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돈은 어떻게든 만들거예요"라고 말했다.

마중물대리를 이용하는 하루 200명 가량의 손님들이 바로 이 기부금을 만든다. 인터뷰 내내 장 대표는 '기부 중독자'처럼 보였다. 그의 꿈은 '1577'이나 '카카오T대리'처럼 사업체를 키워 더 많은 기부를 펼치는 것이다.

"1577 정도 규모가 되면 300만원씩 만명 이상한테 장학금을 줄 수 있어요. 카카오대리를 이용하는 사람이 하루 6만명이라고 하는데, 종종 우리 회사에 그만큼 손님이 온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면 더 많은 곳에 기부도 할 수 있고, 북한도 도울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죠. 큰 회사를 만들어 주주한테 배당하지 않고, 사주가 가지지 않고 다 사회로 환원하는 거예요. 그게 세상을 바꾸는 길 아닐까요?" 장 대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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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한 때 대리운전 기사였다. 경북 칠곡에서 출생한 장 대표는 생애 대부분 운수업과 연을 맺었다. 지입차 기사, 트레일러, 택시, 탁송업. 안 해본 운송이 없을 정도였다. 노무사 시험 준비를 할 정도로 노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어느 조직에서나 '바른 말 하는 눈엣가시'가 됐다.

지금도 그렇지만, 주먹구구식 계산과 '퉁치기'가 만연한 운수 관련 회사들이 그를 곱게 볼 리 없었다. 그러다 50대 중반이 넘어 막다른 골목처럼 다다른 곳이 바로 대리운전 기사였다.

기회는 우연처럼, 또 어쩌면 필연처럼 찾아왔다. 병점에서 40대 초반처럼 보이는 (상대적으로) 젊은 손님을 태우게 된 것이다.

장 대표는 "병점에서 오산으로 가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하게 되잖아요. 제가 대리운전 회사를 해보고 싶은데, 수익 전부를 기부하겠다는 얘기를 했어요. 세금계산서에 기부금 영수증도 주면 손님도 좋고, 기부해서 사회도 좋고. 그런데 돈이 없어서 못한다고 한탄을 좀 했죠"라고 말했다.

기적 같은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듣더니만 손님이 잠깐 아파트 정문 앞에 차를 세워보시라는 거예요. 대뜸 '얼마가 필요하시냐'고 묻기에 '5천만원쯤 있으면 될 것 같다'고 했더니 '제가 빌려 드릴게요' 하더라구요. 차를 세우고 1시간 50분을 얘기했는데, 그때 운전하며 따라오다가 저를 싣고 가려고 아내가 차를 타고 뒤따라 왔었거든요.

'저기 뒤에 아내가 있다'고 하니까 '그럼 같이 얘기하자'고 해서 편의점에서 500원짜리 커피 마시면서 더 얘기를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500만원을 입금해 주더라구요. 돈이 필요하면 내일이라도 언제든 말하라길래, 잠도 안자고 바로 다음 달 법무사 찾아가 법인등기를 냈습니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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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난 40대 투자자가 내준 5천만원이 이 회사의 마중물이 됐다. 기부 중독자 대표에다 단 몇 시간 만에 초면인 대리기사에게 수 천만원을 주기로 결정한 투자자, 이런 몽상가들이 만든 회사가 마중물대리였다.

꿈은 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고 그런 상황은 여전하다.

장 대표는 "이런 사업 모델을 들고 나오니까 대리기사연합회에서 배차를 안 시키는 식으로 영업을 방해했습니다. 그 소송만 2년 반을 했고 결국 이겼어요. 대리업계에서 '저놈 독종이다' 이렇게 소문이 났죠. 사업 아이템이 좋으니까 처음엔 1~2년만 하면 금방 회사가 커질 줄 알았죠.

그런데 아닙디다. 지금도 이것저것 다 떼고 회사 운영하다보면 적자예요. 이번엔 어디에 기부할까. 번 걸 어디에 나눠줄까 그 고민하는 게 행복해서 계속 하는 거죠"라고 했다.

마중물대리는 그 흔한 전단지 영업도 하지 않는 회사다. 그저 선한 마음으로 기부하다 보면 저절로 회사가 크리라고 생각하는 순수한 회사이기도 하다.

인터뷰 중 그는 "지금 12% 적립해 기부하는데, 회사가 잘 되면 14~15%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눈만 뜨면 어디에 기부할지 찾고, 어떻게 하면 더 기부할지를 고민하는 장 대표를 보면서 '선한 독종'이 성장시킬 마중물대리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대담/조영상 경제부장 donald@kyeongin.com, 글/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사진/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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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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