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26)]수하물

여행자들의 '설렘까지' 첨단장비로 완벽 이동

정운 기자

발행일 2020-08-13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2020081201000487800025171

여객터미널서 짐 맡기면 항공사는 '수하물 처리시설'로 보내
주인이 타고 있는 항공기 인근 적재대 향해 대부분 자동 이동
바코드 인식기 통과 후 폭발물등 위험물 있는지 검색대 거쳐
제2터미널 컨베이어 길이 53㎞… 목적지따라 '수십㎞' 여정
인천공항 지연 '100만개당 3개꼴'로 세계 최고 시스템 평가


2020081201000487800025175
'해외여행'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를까. 아마도 상당수가 '공항' 또는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떠올릴 것이다.

여행 며칠 전부터 캐리어에 차곡차곡 짐을 담아 여행 당일 공항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레게 마련이다. 부푼 마음을 가지고 공항에 도착하면 항공권을 발권받고 짐을 맡긴다.

여행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출국 심사를 거쳐 면세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고 항공기에 탑승한다. 많은 이가 비행을 거쳐 도착할 때까지 한 번쯤은 생각한다.

'내가 맡긴 짐이 무사히 도착해야 할 텐데'.

여객이 항공기 탑승 전에 항공사에 맡긴 짐을 '위탁 수하물'(이하 수하물)이라고 부른다. 항공기에 들고 타는 짐은 '휴대용 수하물'이다. 여행객이 항공기에 가지고 탈 수 있는 가방의 크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많은 여행객이 캐리어 등과 같은 짐을 항공사에 맡긴다.

여객터미널에서 내 손을 떠난 짐이 수백~수천㎞ 떨어진 공항에서 내 손안에 들어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칠까.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이용하고, 1천편 이상의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인천공항에서 수하물이 제 주인을 찾아갈 수 있는 데에는 정교한 설계와 첨단 기술·장비, 공항 종사자들의 노력이 있다.

8월6일 오후 2시께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서편에 있는 '수하물 처리시설'. 층층의 컨베이어벨트는 굽이굽이 휘어지고 나뉘고 또 합쳐졌다. 끝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컨베이어벨트는 꼬리표(Tag·택)를 달고 있는 캐리어를 이동시켰다.

연중기획 인천공항 수하물처리 시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승객의 손을 떠난 수하물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여객이 여객터미널에서 수하물을 맡기면 항공사는 이를 수하물 처리시설로 보낸다. 승객의 손을 떠날 때부터 항공기에 실릴 때까지 수하물을 처리하는 것이 수하물 처리시스템(BHS·Baggage Handling System)이다. 수하물 처리시설은 이 시스템이 운영되는 공간이자 장비를 일컫는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는 수하물 처리시설로 짐을 보내는 투입구가 14개 있다. 택을 단 수하물은 투입구를 통해 수하물 처리시설로 들어온다. 컨베이어벨트로 빽빽하게 차 있는 이 공간에서는 수하물이 출발 항공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분류·이동·검색 등 모든 작업이 이뤄진다.

수하물 처리시설은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과 탑승동에 각각 설치돼 있다. 이날 찾은 제2터미널 수하물 처리시설 면적은 14만1천584㎡. 축구장 20개 규모다.

수하물은 주인이 타고 있는 항공기 인근 적재대로 이동한다. 항공편별로 적재대에 모인 수하물을 지상조업사가 항공기 안으로 옮긴다. 투입구에서 적재대까지 수하물이 이동하는 대부분 과정은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 바탕이 되는 것은 항공사가 수하물에 붙인 택이다. 바코드가 인쇄된 택에는 수하물이 탑재돼야 할 항공기 정보가 들어 있다. 이 때문에 투입구로 들어온 수하물은 우선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하면서 바코드 인식기를 통과한다.

이어 폭발물 등 위험물이 있는지 검색대를 거쳐야 한다. 테러 등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제2터미널에서는 모든 수하물을 폭발물 정밀검색장비(EDS·Explosive Detection System)로 검색한다.

폭발물 검색을 거친 수하물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자신이 가야 할 목적지로 향한다. 철도의 갈림길과 비슷하다. 직진하기도 하고, 30도 가량 꺾여 새롭게 나 있는 컨베이어로 옮겨타기도 한다. 모든 수하물이 최단 경로로 이동하지는 않는다. 하루에 1천여대의 항공기가 도착하고 이륙하기 때문이다. 일부 우회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수하물이 이동하는 거리만 수십㎞에 달하기도 한다. 제2터미널에 설치된 컨베이어 총 길이는 53㎞다. 인천 남동구에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까지 가는 거리와 비슷하다.

승객이 인천공항에서 환승해 다른 항공기를 탈 때는 어떨까. 당연하겠지만 수하물은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인천공항은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 탑승동에서 항공기를 탈 수 있다. 수하물 처리시설은 모두 연결돼 있다. 각 터미널을 이동할 수 있는 터널이 뚫려 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출발해 제1터미널에서 내린 뒤 제2터미널에서 출발하는 항공기를 타고 미국으로 향하는 승객이 있다고 하자.

이 승객의 수하물은 중국 공항에 설치된 수하물 처리시설을 거쳤다. 이어 인천공항 제1터미널 수하물 처리시설로 들어온 뒤 터널을 통해 제2터미널로 이동하게 된다. 터미널을 이동하는 수하물은 초당 7m의 속도로 이동한다. 곡선 없이 직선으로 컨베이어벨트가 설치됐기 때문에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이 승객의 수하물은 제2터미널에 설치된 컨베이어벨트에 올려져야 목적지인 미국행 비행기에 실릴 수 있다.

이처럼 환승객의 수하물은 이동거리가 긴 만큼 수하물 택이 훼손되기도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수하물운영팀 김승철 차장은 "출발편 수하물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환승하는 승객의 수하물은 외국 수하물 처리시설을 거쳐서 오기 때문에 바코드가 있는 택이 일부 훼손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수작업을 통해 바코드를 찍는다. 수하물 처리 과정 중 유일하게 수작업이 이뤄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수하물 처리시스템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하물이 늦게 도착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서 제때 도착하지 않는 수하물은 100만개당 3개 정도다. 전 세계 공항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다만 2016년 1월 5천여개의 수하물이 지연되는 사고가 있었다. 한꺼번에 많은 수하물이 몰리면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인천공항공사의 설명이다.

최진수 차장은 "제2터미널이 개장하기 직전 제1터미널은 포화상태였다. 항공기가 몰리는 시간에 지각 수하물이 발생했으나, (2018년 1월) 제2터미널 개장 이후엔 수하물 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연중기획 인천공항 수하물처리 시설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천공항의 수하물 처리시설.

1995년 개장한 미국 덴버공항은 수하물 처리시설 문제로 개장을 4차례나 늦췄다. 영국 히스로공항에서는 2008년 수하물 처리시스템 오류로 3만5천여개 수하물이 늦게 도착하거나 분실됐다. 히스로공항은 유럽 허브 공항이면서 '지각 수하물'로 유명하기도 하다.

2016년 영국에서 열리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참가한 프로골퍼 캐리웹도 골프채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 빈손으로 경기장에 가야 했다. 다행히 늦게나마 골프채를 항공사로부터 전달받아 경기를 치렀지만, 히스로공항은 그만큼 지각 수하물과 관련해 '유명'하다.

인천공항은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수하물 처리도 한몫했다. 2001년 3월 인천공항 개항 때부터 2019년 12월까지 인천공항에서 처리한 수하물은 6억8천415만개다. 수하물을 한 줄로 세우면 61만6천㎞에 달한다. 지구를 16바퀴 돌 수 있는 거리다.

김승철 차장은 "수하물을 처음 건네받는 항공사, 수하물 처리시스템을 운영·관리하는 인천공항공사, 수하물을 항공기에 싣는 지상조업사 등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각 기관·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계하기 때문에 분실과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하물 처리시스템은 대부분 자동으로 이뤄지지만, 유지·보수는 사람의 손이 안 갈 순 없다. 비상 상황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 때문에 24시간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다.

인천공항시설관리(주) 이상광 T2 BHS 소장은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각 터미널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통제실에서 CC(폐쇄회로)TV 등을 통해 BHS 운영 상황을 확인할 수 있으며, 컨베이어벨트 가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했다.

연중기획 -인천공항 이야기
인천공항 제2터미널 BHS(수하물 처리시스템) Operation Center. 이곳에서 수하물 처리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기기 가동 등을 통제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수하물'을 '교통편에 손쉽게 부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짐'으로 정의하고 있다. 항공 교통이 대중화하면서 수하물은 항공편에 싣는 짐을 의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에서 수하물을 검색하면 '국내선 기내 음식물 반입', '기내 수하물', '기내 수하물 액체', '국내선 수하물' 등이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모두 항공기와 관련된 내용이다.

이처럼 수하물을 항공기와 연결해 인식한 것은 50년 전부터다. 경향신문은 1966년 11월16일 '박살난 이삿짐 철도화물 믿고 부칠 수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네 명 반 분의 푯값을 들여 수수료를 지불하고 부친 수하물"이라고 표현한다.

이때만 해도 수하물은 대부분 철도에 싣는 짐을 이야기했다. 12년이 지난 1978년 12월4일 매일경제는 "영국에서 개발된 X선 선별장치는 공항에서 수하물 선별로 인한 지연을 단축하기 위해(후략)"라고 보도했다.

새로운 교통수단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은 PAV(개인비행체) 개발 등이 이뤄지고 있다. 10~20년이 지나면 지금과 다른 새로운 교통수단이 일상에 젖어들 수 있다. 이때 수하물은 지금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정운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경인일보 채널

  • 강원일보
  • 경남신문
  • 광주일보
  • 대전일보
  • 매일신문
  • 부산일보
  • 전북일보
  • 제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