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포천시 한 병원이 여름휴가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포천/김태헌 기자 119@kyeongin.com |
대한의사협회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 정부 보건의료 현안 반대를 이유로 14일 집단 휴진에 돌입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은 병원소속 전공의 124명 중 72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특히 이 병원은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 동안 전문의 255명 중 15명도 휴가를 냈다. 아주대병원은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전공의 263명 전원이 파업에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이날 일부가 갑작스럽게 파업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병원 모두 지난 7일에 이어 14일에도 홈페이지·SMS 등 어떤 방식으로도 환자들에게 휴진과 관련해 사전 공지를 하지 않았다.
이날 도내 한 종합병원을 이용한 A씨는 "사전 예약을 했음에도 외래 진료 차례를 기다리는 데 30분 넘게 걸렸다"며 "환자가 불편을 겪을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데도 어떤 통보도 하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이날은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일부 동네 의원도 문을 닫아 도민의 불편을 더했다. 파업 등에 동참한다는 공지는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이날부터 휴가라는 공지가 병원 유리문 곳곳에 붙어있었다.
수원 팔달구의 한 신경정신과 문 앞에는 이날부터 19일까지 여름 휴가를 간다는 공지가 붙어있었고, 수원 영통구의 이비인후과 2곳도 같은 공지를 병원 유리문에 붙였다. 문을 닫은 병원 앞에서 만난 20대 남성 B씨는 "급하게 병원을 찾았는데 진료를 안 한다고 해서 당황했다"며 "인근에 다른 병원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의료 공백'을 우려해 이날 오전 0시부터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도 홈페이지에서 안내했다. 국가 응급의료포털에도 같은 정보가 안내됐다.
그러나 정상 진료 중인 병원이 '현재 진료 불가능'으로 표시되는 등 오류가 발생해 도민의 혼선이 우려됐다. 수원시 팔달구의 한 정형외과 간호사는 "응급의료포털에 왜 현재 진료 불가능으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원래부터 14일 휴진 계획이 없었다. 오늘 평상시처럼 진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장의 지적에 대해 병원 측은 진료 차질이 줄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각 부서별로 대체 인력을 운용해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최대한 방지했다"며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건 일상적 일로 파업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성빈센트병원 관계자도 "전문의가 휴가를 낸 것이 꼭 파업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며 "예약 환자 위주여서 오늘 응급실이나 외래가 특별히 붐비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휴진 관련 공지가 없었던 점에 대해 두 병원 모두 "대체인력 편성 등으로 진료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병원의 진료 가능 여부가 실제와 다르다는 지적과 관련해 경기도 측은 "오류가 있는 건 아니다. 병원마다 상황이 다르다 보니 변동이 있을 때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반영되는 데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응급의료포털에) 진료시간이 변동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사전에 확인 후 방문해달라는 안내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도내 의료기관 중 어느 정도가 파업에 참여했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현재(오후 5시 30분)까지 도내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지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여진·신현정·남국성기자 aftershoc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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