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수요광장]정책의 배신

최저임금·주52시간제·정년 연장 등
약자·평등정책은 기득권 강화 역설
靑 결심땐 시장원리 외면 바로 시행
정치 이해득실만 좇고 논의는 부재
도대체 무슨배짱으로 법을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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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짧은 연설은 초선 정치인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렸다. 전국 지명도의 정치인이 탄생했다.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여야의 역전에도 기여했을 것이다. 품격을 잃지 않고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을 합리적으로 비판했다. 의정활동의 모범 사례다.

경제학자 윤희숙은 올봄에 '정책의 배신, 21세기북스'를 출간했다. 이후 국회의원으로 변신했다. 앞으로 야당의 선봉으로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할 것이다. 본회의 5분 발언은 그의 등장을 알리는 전주곡인 셈이다. 여당은 상당히 괴로울 것이다.



'정책의 배신'은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비정규직, 국민연금, 정년 연장, 신산업 등 여섯 분야의 정부 정책을 검토했다. 모두 다 좌파 기득권을 보호하는 반개혁적 정책들이다. 현 정부의 지지기반인 노조와 386 정치권이 결합하여 기성세대의 이익을 보호하고 청년세대의 희생을 강요한다. 청년들의 희망을 빼앗아 버린다. 대한민국의 불평등은 심화된다.

최저임금은 충분한 논의 없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인상했다. 결과적으로 취약한 조건의 저임금 근로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고,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도 커졌다.

주 52시간제로 공공부문과 대기업 직원들은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법정 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중소기업은 큰 고통을 받게 되었다.

비정규직과 정년 연장은 현 정부 지지 세력들이 가장 큰 수혜자다. 노조원 수가 늘고, 결집력은 단단해졌다. 반면에 아직 노동시장에 편입되지 않은 청년들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졌다. 정규직 보호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일자리 창출은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정책목표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제도 개혁을 외면했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는 고령화와 맞물려 2057년경에 재원이 고갈된다. 미래의 근로자는 소득의 30%를 연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 정도면 제도의 존속 자체가 위태롭다. 본인 세대들은 이득을 챙기고 이후의 문제는 후세들에게 부담 지우는 매우 이기적인 행태이다.

신산업정책은 현 정부의 관리능력의 한계를 보여준다. '타다'가 대표적이다. 혁신기술은 기존 이해관계자와 새로운 사업자 간의 갈등을 초래한다. 정부는 갈등을 조정하지 못했다. 혁신기술은 일부에게는 손해가 발생하지만, 사회 전체로는 이득이 된다. 미래에 어차피 가야할 길이다.

'정책의 배신'은 약자 보호와 평등 추구의 정책이 오히려 기득권을 강화하고 불평등을 심화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경제학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기 때문에 배신이 발생한다. 시장원리를 인정하지 않고 당위적 목표만 제시한다. 단기적 효과에 집착하여 장기적 영향은 고려하지 않는다.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단편적이고 지엽적 문제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졸속 정책이 매일매일 등장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부정확한 정보, 왜곡된 정보를 대중선전에 이용함으로써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경제정책을 수립할 때 정치적 이해득실을 가장 먼저 고려하기 때문이다. 다른 의견과 비판은 무시한다. 자신들의 생각만을 독선적으로 주장한다. 지금까지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냉철하고 합리적인 논의는 부재했다. 토론을 통한 숙의 과정이 생략되었다. 특히 4·15 총선 이후 여당은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있다. 추경 예산안이나 부동산관련법안이 대표적이다. 청와대가 결심하면 바로 시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두워지는 것을 '정책의 배신'은 걱정하고 있다.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의 대원칙은 여야, 좌우를 떠나 모두가 동의한다. 문제는 구체적 방법이다. 결국 정책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부작용과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판과 토론이 필수적이다. 의도했던 정책목표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지(叡智)와 함께 겸손도 필요하다. 정책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를 집권여당이 몰랐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면서도 추진했다면 사악하다고 할 수 있다.

윤희숙 의원도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법을 달랑 만듭니까"로 본회의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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