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팔도명물]대전의 문화 '성심당' 빵지순례

할아버지가 주린배 채우던 찐빵집, 손자들이 인증하는 '찐' 빵 성지로

김용언 기자

발행일 2020-08-20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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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철도 중심지 옛 구호물자 밀가루 음식 발달
창업주 임길순, 대전역앞 천막서 장사 시작
대표 메뉴 '튀김소보로' 누적판매 6300만개

외지에 매장 내지않아 '대전하면 성심당' 인식
'한밭의 노래' 등 제품이름 활용 지역 알리기도
떨이판매 대신 기부… 매달 5000만원 어치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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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해도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것만 같은 빵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음식 중 단연 상위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빵은 인류 역사상 오래된 음식 축에 속한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절반 이상의 지역에서 주식으로 삼고 있으며, 빵을 주식으로 삼지 않는 한국에서도 일상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익숙한 음식이 됐다.

이런 이유로 전국 각지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빵집이 있다. 대다수 빵집이 그렇듯 한 지역에서 탄생해 유명해진 브랜드는 그 동네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스타벅스가 처음 출발한 도시는 미국 시애틀이다. 작은 커피숍으로 시작해 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지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은 문턱이 닳을 정도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고 한다.

이처럼 대전에서 시작된 전국구 빵집에는 성심당이 있다. 성심당 브랜드는 대전의 대표적 관광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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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 매장에 진열된 다양한 빵 제품. /성심당 제공

# 밀가루 음식 도시 대전

=충청권 중심 도시 대전에는 유독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 많다.

대전의 밀가루 음식은 전국적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대전에서는 칼국수를 파는 음식점과 빵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칼국수와 빵의 기본은 좋은 밀가루다.

대전이 밀가루 음식의 도시가 된 이유는 한국전쟁 때문이라는 속설이 있다. 전쟁 중 실향민이 대전에 많이 자리 잡았고, 미국의 전시 구호물자로 밀가루가 많이 풀렸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철도교통의 중심인 대전에 밀가루가 모여 전국으로 퍼져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밀가루 음식이 많이 만들어진 것이다.

전시 상황인 탓에 제대로 된 음식을 해먹을 형편이 안 되던 사람들이 손쉽게 한 끼를 해결한 음식이 칼국수를 포함한 밀가루 음식이었다는 게 구전으로 전해오는 정설이다.

# 작은 찐빵집

=대전을 대표하는 밀가루 음식은 빵이다. 동네마다 넘쳐나는 칼국수집 뿐만 아니라 빵 역시 특별하다. SNS 상에서는 성지순례를 하듯 전국의 빵집을 찾아가는 '빵지순례'가 있다. 전국 빵돌이, 빵순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이 대전의 빵집, 성심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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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주요 관광지를 모티브로 한 제품 '보문산 메아리'.

대전은 성심당 브랜드를 보유한 도시다. 대전을 찾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꼭 들르는 장소로 꼽아 '기승전 성심당'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성심당 창업주 고(故) 임길순씨 가족은 서울로 가던 중 대전에서 기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무작정 대전에서 내렸다. 이후 대흥동 성당에 찾아가 밀가루 두 포대를 받아 대전역 앞에 천막을 치고 찐빵집을 열었는데 이게 성심당의 시작이다.

# 대전 방문 인증 '튀소'

=2대 경영주인 임영진 대표는 1980년 창업주의 정신을 이어받아 착한빵집으로 운영하며 그 시기에 혁신적인 제품들을 개발하면서 성심당은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지금의 성심당이 있기까지 임 대표가 성심당 공장과 함께 개발한 튀김소보로(튀소)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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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소보로 세트.

속에 팥이 들어찬 소보로 빵을 튀겨 바삭함까지 더한 '튀소'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며 각지의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대전으로 돌렸다. 성심당은 매년 판매된 튀소의 양을 누적 집계해 튀소기네스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팔린 튀소의 개수는 6천300만여 개에 이른다.

대전 주요 관광지 등을 모티브로 한 제품도 눈길을 끈다. 대전을 대표하는 보문산을 빵 이름에 넣은 '보문산 메아리', 대중가요 제목을 인용한 '대전부르스떡', 대전의 옛 지명을 담은 '한밭의 노래' 등 자신이 뿌리내린 대전 고유의 명소와 지명을 활용한 빵을 통해 고객들과 만나고 있다.

시민들에게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불러일으키고, 타지에서 온 고객들에게는 대전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 다양한 곳에서 즐기는 빵

=성심당은 현재 대전 은행동 본점을 포함해 롯데백화점 대전점, 대전역점, 대전컨벤션센터점 등 3개의 분점을 내면서 대전을 벗어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외지인들에게 '대전하면 성심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지역으로 불러들여 경제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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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대전점 시그니처 스토어.

올해 6월 리뉴얼을 마친 롯데백화점 대전점 '성심당 시그니처 스토어'는 새로운 전국 명소를 꿈꾸고 있다. 1천70㎡ 규모의 매장은 은행동에 위치한 본점보다도 크다. 성심당 시그니처 스토어는 기존 '성심당'과 '케익부띠끄' 외에도 전통과자점인 '옛 맛 솜씨'를 추가로 선보이고 있다.

대표 제품인 튀김소보로의 모든 생산과정을 보여주는 '튀소 팩토리'와 현장에서 직접 만드는 '라이브 샌드위치', 천연발효 건강빵이 만들어지는 '밀방앗간'도 운영 중이다. 튀소 탄생 4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초코 튀김소보로'는 이곳에서 먹어볼 만한 신 메뉴다.

# 빵과 맥주 즐겨요 '빵맥'

=시그니처 스토어에는 퇴근 후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빵맥(맥주와 어울리는 안주빵) 코너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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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바게트.

빵맥 제품으로는 지난 해 TV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나와 화제를 모았던 명란바게트와 롯데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두부과자, 새우롤낙지 등이 있다. 매장에서 직접 반죽해 구워낸 피자와 시원한 생맥주를 곁들여 먹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 모두를 위한 빵

=성심당 창업주 고(故) 임길순씨는 전쟁 피란민들이 뒤섞인 곳에서 고작 천막 하나만을 쳐놓고 찐빵을 팔 정도로 열악했지만 배고픈 이웃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 성심당이 파는 빵의 유통기한은 단 하루였다.

영업 마감 시간까지 팔리지 않고 남은 빵들은 전쟁 직후 굶주렸던 대전 시민들의 배를 채워주는 나눔빵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윤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남은 빵들을 떨이로 팔거나 재고를 다음날로 넘겨 파는 다른 빵집들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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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빵.

고 임 전 대표의 아들 임영진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온다. 임 대표와 직원들은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라는 사훈 아래 매일 팔고 남은 빵을 다음날 아침 배고픈 이들에게 전달하며 매달 5천만원에 달하는 빵 나눔을 행하고 있다.

/대전일보=김용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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