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식 칼럼]타이태닉호에서 얻는 교훈

이남식

발행일 2020-08-25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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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침몰원인은 빙산 충돌 아닌
단순 리벳 불량으로 철판 벌어진 탓
코로나 사태 자체가 주는 충격보다
우리사회 지탱하는 요소들 결함이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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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
1912년 4월 15일 당시 세계 최대 호화유람선으로 영국의 사우스햄튼을 출발, 미국의 뉴욕까지 대서양 횡단 처녀출항에 나선 '타이태닉'호가 빙산과 충돌한 지 불과 2시간40분 만에 침몰하면서 1천514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최고의 기술로 건조된 '타이태닉'호는 별명이 '결코 침몰하지 않는 배'(unsinkable)라 불릴 만큼 큰 선박으로 길이가 269m, 폭이 28m이며 최고 높이가 58m, 그리고 11층으로 구성된 당시 세계 최대의 여객선(4만6천328t)으로 모두 16개의 방수격벽이 있으며 이중 4개에 물이 가득 차도 떠 있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방수격벽의 높이가 충분히 높지 않았던 탓에 6개의 방수격벽에 물이 차게 돼 침몰하게 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모두 65개로 설계되었던 구명정이 선박 외관상 고려와 안전기준 불비로 20개밖에 준비되지 않았던 까닭에 피해가 더 커지게 되었다.

타이태닉호가 침몰한 곳은 깊이가 3천800m나 돼 쉽게 선체를 발견하기 어려웠으며 오랫동안 정확한 침몰의 원인을 밝히기 어려웠다. 1985년에 비로소 심해잠수정을 동원해 타이태닉호의 침몰 잔해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후 여러 차례의 심해 탐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해저에 두 동강 난 선체의 잔해를 발견하게 되었으며 이는 침몰하는 순간에 배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가운데 부분이 두 동강 난 것으로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정작 빙산과 부딪치면서 배의 우현에 적어도 90m 가량의 큰 스크래치가 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선체에는 불과 1m 정도 크기의 손상이 있었을 뿐이었으며 이런 구멍으로 들어오는 물의 양으로는 도저히 침몰이 설명되지 않는 미스터리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미국표준과학연구원 (NIST) 과학자들은 해저에서 발견한 배의 리벳(Rivet)의 성분을 분석해본 결과, 리벳이 슬러지와 같은 불순물을 많이 함유한 불량품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20세기 초 세계의 조선산업은 영국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으며 당시에는 철판을 덧대어 구멍을 뚫고 리벳으로 고정해 건조하는 방식으로 모든 선박을 건조하였다. 특히 대서양을 횡단하는 여객선사에서는 두 대를 대서양에 투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므로 동시에 두 척을 건조하였으며 '타이태닉'호와 자매선인 '올림픽'호가 거의 같은 시기에 아일랜드의 벨파스트에서 건조되었다. 배 한 척당 300만개의 리벳이 들어가다 보니 양질의 리벳을 구하는 것이 어려웠으며 숙련된 리벳공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불량한 리벳이 많이 쓰이게 됐고 특히 영하 2도 정도의 찬 바닷물 속에서 항해하다 보니 큰 충격을 받을 경우 리벳의 머리 부분이 부서져서 빠져버리게 되었다.

타이태닉 사고 전 자매선인 올림픽호가 작은 선박과 충돌사고가 났을 때에도 리벳이 빠지는 일이 발생되기도 하였다. 물론 큰 사고가 일어날 때는 여러 가지 실수들이 중첩되곤 한다. 이미 출항 당시부터 북대서양에 빙산이 많이 보인다는 정보를 흘려 들었으며 전신기 고장으로 사고 전날 다른 배들로부터 빙산을 조심하란 전문들이 제대로 선장이나 항해사에게 전달되지 못해 사고 당시 타이태닉호는 최고 속도에 가까운 시속 40㎞/h로 항해 중이었으므로 (대서양 횡단의 신기록 단축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빙산과 충돌 시에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침몰의 원인은 충돌의 충격으로 배에 구멍이 난 것이 아니라 가장 싼 부품 중의 하나인 리벳이 불량으로 빠져버려서 배의 철판을 연결하는 부위가 벌어지게 되고 일시에 많은 물이 배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우리는 흔히 외부의 큰 충격이 우리를 위험에 빠지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도 빙산에 부딪히는 것과 같은 큰 충격이며 우리는 안되는 일들에 대해 이것이 원인이라고 핑계를 대기도 한다. 하지만 타이태닉호의 교훈에서처럼 실제 배를 침몰시킨 것은 빙산과의 충돌이 아닌 철판을 연결하는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리벳의 결함이었다. 우리 사회에도 매우 다양한 리벳들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데 이것에 결함이 있을 때 작은 충격에도 우리 사회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회를 연결하는 신뢰라는 리벳이 깨질 때 타이태닉과 같은 운명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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