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상

[자치단상]후손을 위한 포스트

'원도심' 미추홀구 녹색정책 실현이 숙명
호미마을 에너지자립 특화마을로 조성
'재활용품 분리 배출' 노인일자리 정책
녹지축 연결 계획도 주민이 공감한 사업


김정식 인천 미추홀구청장
김정식 인천 미추홀구청장
동네 공터에서 어린이가 자기 얼굴만한 마스크를 쓰고 바닥에 낙서를 하며 놀고 있다. 더운 날씨에 민소매 셔츠를 입었는데 얼굴엔 더워 보이는 마스크라니. 원래 이 시간이면 학교에 있어야 했을 아이. 문득 생각이 스친다. 이 아이는 불행한 시대를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정치는 미래학이란 말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 지금 우리가 펴는 정책과 행정은 현재의 것과 미래의 것이 섞여 있다. 새삼스럽게 들릴지 몰라도 미추홀구가 그린뉴딜, 그리고 녹색성장에 집중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 갑갑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아이들의 훗날을 위함이다. 그다지 먼 미래도 아니다. 당장 10년, 20년 후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양대 축 중 하나는 그린뉴딜이다. 미래세대를 위한 저탄소정책을 더 이상 정치적 수사나 구호로만 그칠 수는 없다는, 그래서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중차대한 선언이다. 그린뉴딜로 지속 가능한 생활과 발전을 이끌겠다는 비전은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이슈인 만큼 정부의 비전발표는 공감되는 바가 크다. 이에 기초단위 지방 정부들은 각각 주민생활과 지역 환경, 상황에 맞춰 어떻게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미추홀구는 대도심 속에서 골목과 골목이 이어진 전형적인 원도심 지역이다. 적지 않은 세월이 녹아있는 단독주택,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는 저층 빌라, 이제는 비좁은 땅에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도시형생활주택 등 인공적인 건축물들이 시야를 덮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친환경, 녹색 정책들이 필연코 실연되어야 할 숙명을 지녔다. 사실 미추홀구는 그린뉴딜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 기초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그린뉴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사업들을 진작부터 실행해 왔다. 학익1동 호적산 호미마을에 에너지자립 특화마을을 조성해 햇빛발전소 4곳을 세우거나, 구청 운동장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한 것은 결과적으로 화석연료를 배제하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자는 그린뉴딜과 맞닿아 있다. 재활용품 분리배출 정착을 위한 각종 정책과 커피 찌꺼기나 아이스팩 재활용 사업도 선도적으로 진행되는 저탄소·친환경을 지향하는 정책이다.

특히 재활용품 분리배출 사업은 자원관리사 등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시니어클럽 시장형 사업으로도 추진되고 있다. 폐기물 분리배출 활성화를 위한 환경정책을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복지, 경제정책과 연결한 것이다. 환경을 보전하고, 청정에너지를 재생해 사용하며, 자원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경제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연결하는 것은 그린뉴딜의 본질과 닿아 있다.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용현·학익지구를 포함해 미추홀구 전체를 잇는 녹지축으로 연결할 계획도 준비 중이다. 비류백제의 역사적 정기가 어려 있는 문학산을 비롯해 승학산, 수봉산 등 크지 않지만, 인천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산들과 석바위공원, 옛 주인선 철도부지를 이어 녹지축을 완성하려 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 모든 것을 주민들이 공감했다는 데 있다. 주민이 먼저 아이디어를 냈고 정책을 제안했으며 결국 예산이 반영됐다. 수도권의 과밀화된 도심지에선 녹지를 생활환경의 필수요소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에 주민들이 먼저 필요성을 느낀 결과다.

다가오는 세대는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친환경 산업 육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더 나은 세상을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는 것을 적어도 미추홀구 주민들은 공감하고 있다. 코로나19는 결국 종식될 것이라고 믿는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바이러스의 자연적 소멸이든, 백신으로 인한 퇴치든, 영원불멸할 수는 없다고 본다. 여기서 미추홀구가 그려낸 녹색의 그림은 계속 간다. 이는 지구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미래 희망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공세 속에서도 지금의 정치인들이, 행정가들이 후세를 위해 세울 포스트가 미추홀구에서, 그렇게 지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정식 인천 미추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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