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년의 '늘찬문화']미래세대에 대한 의무

손경년

발행일 2020-08-31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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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상 감염이 커지는 '비상사태'
절망보다는 새 규범 필요 시기
말러 8번교향곡 초연 협력의 절정
'더 멀리 가려면 함께…'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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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년 부천문화재단 前 대표이사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방역지침을 잘 준수하면 큰 일 없겠지'라는 마음이었는데 이제 늘 다니던 일상 공간에서의 감염 가능성이 커지다 보니 반년 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더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주어진 24시간을 넋 놓고 살 수는 없다. 여전히 잠자고, 먹고, 마시고, 걷고, 청소하고, 생각하고, 긁적이고, 두드리고, 여닫아야 한다. 동시에 폭우와 태풍, 더위를 이겨내려고 애쓴다. 그렇지만 최근의 위기감은 몇 년 전의 것과 다르게 다가온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코로나19'라는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와 세계 곳곳에서의 이상 기후는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그동안 인간이 쌓아온 삶의 열정이나 원칙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인가, 라는 질문은 그래서 회피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지구 곳곳에 코로나뿐만 아니라 대형 화재, 홍수, 지진, 해양 산성화, 동식물의 생화학적 변화 등의 기사를 더 많이 접하게 된다. 그렇지만 '코로나19'처럼 일상에서 강하게 맞닥뜨리지 않으면 지구의 이상징후는 예민한 사람들의 두려움일 뿐, 우리는 마치 아무 이상이 없는 듯 하루하루를 사는 정도의 감수성을 유지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비상사태'를 맞이했다는 것이며 이런 경우 그동안 적용해 온 공동체의 규정이나 조건은 효력을 잃게 된다. 예컨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은 이전의 규정이 아니다. 또 기존의 규정이라면 공연장이나 전시장은 공연과 전시를 수행하면서 관객과 관람객에게 문을 열어야 한다. 그러나 방역차원에서 무관중 공연 혹은 온라인 방식의 전시와 공연이 요구된다. 다중이 사용하는 시설을 이용할 경우 개인 정보를 반드시 남겨야 한다. 이 또한 개인정보보호가 우선인 이전의 방식과는 다르다. 비상사태 속에서는 실존적인 것이 규범적인 것을 앞선다. 왜냐 하면 규범은 '정상 상태' 또는 '정상적 상황'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상사태'의 대응은 '뉴노멀(New Normal)시대'에 맞는 정책과 제도, 생활양식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상적 상황'이었던 이전의 우리 모습은 어떠했는가. 경제성장을 위해 경쟁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성과주체'로서의 자신을 지독하게 강요하면서 번아웃 상태까지 이르렀으며 배우고, 실험하고,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꿈꾼 것을 생산하는 방식이 아닌 '더 빨리 더 많이' 소비하는 쪽으로 달려온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적어도 지금의 '비상사태'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절망하기보다 '뉴노멀(새로운 규범)'을 위한 기존과 다른 삶의 패러다임을 깊이 생각하는 계기를 삼을 수 있으며 그나마 쓸만한 유산을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천인 교향곡(Symphony of a Thousand)'이라는 별칭을 가진 구스타프 말러의 8번 교향곡은 그의 아내 알마에게 헌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10년 9월 12일 뮌헨에서 초연을 할 때 858명 코러스와 171명의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함으로써 압도적인 규모로 강렬한 인상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가장 섬세한 실내악으로부터 가장 웅장한 합창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소리들은 복잡함과 강렬함, 순수함을 표현함으로써 말러의 창조성과 그것을 구현해 낸 코러스와 오케스트라의 협력을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말러의 8번 교향곡은 협력이 가져다주는 최고의 결과를 음악으로 드러냈으며 노벨 평화상 수상자 앨 고어가 수상연설에서 인용한 '더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더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은 인류의 협력이 '비상사태'의 현재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지라는 것을 일깨운다.

'인간은 초협력자들이다'라고 말한 마틴 노왁의 말처럼 우리는 내일의 문제 훨씬 너머까지 관심의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으며 아직 태어나지 않은 존재들에게까지 돌봄의 의무를 연장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더불어 사는 수많은 사람과 협력함으로써 지구의 유산을 미래세대에 전해주어야 할 의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이것이 곧 삶의 지속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믿는데 주저함이 없다.

/손경년 부천문화재단 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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