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 칼럼]사무실 출근이 사라지면

이명호

발행일 2020-09-15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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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도심 고가 건물 필요없고
직장인 비싼 주거비용 부담 줄어
외곽의 로컬 일상 중요지역 등장
문화·여가활동 '커뮤니티' 재조명
산업사회서 해방 공동체시대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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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사무실이라는 존재가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느낌이다. 자료공유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면 사무실 컴퓨터와 집에 있는 컴퓨터가 항상 동일한 자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 문장을 쓰다가 끝마치지 않은 상태로 퇴근해도 집에서 문장을 이어서 쓸 수 있다. 서류를 들고 다니지 않으니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서 결재도 가능하다. 회의도 온라인으로 하고 세미나도 온라인으로 한다. 내 컴퓨터만 있으면 카페 등 어디나 사무실이라고 할 수 있다. 직원과의 연락은 메신저나 전화로 하면 된다.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특별히 불편함은 없다.

두 번째 느낌은 사무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모순되는 느낌이고 습관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무실이라는 공간이 주는 여러가지 측면을 떠오르게 한다. 매일 출근하는 사무실은 일터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잠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빼고는 사무실은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이며, 가족보다 더 많이 직장의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상사와 선배들에게서 업무를 배우고 사회생활, 인생의 경험을 배우는 성장의 공간이기도 했다. 비공식적인 대화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 상호작용을 통하여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이고 동기부여를 받는 공간이기도 하다. 사무실은 삶의 목적과 의미를 부여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무실이 아니어도 일을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습관적으로 일하러 가는 사무실이라는 공간은 사실 이미 다른 의미가 더 큰 공간이었다. 1975년 미국 LA의 한 보험회사에서 처음으로 실시되었던 재택근무가 실패했던 이유는 경영자들은 재택근무하는 직원들을 전과 같은 방식으로 통제할 수 없었고, 직원들은 사무실 생활에서 오는 사회적 분위기를 잃을 것이라는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재택근무를 처음으로 실험하였던 잭 닐스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길에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은 없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러시아워의 장거리 출퇴근은 교통 정체와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비효율적이다. 특히 한국 직장인의 평균 통근시간 40분(편도)은 OECD 평균 통근시간 23분의 두 배에 달한다. 장거리 출퇴근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건강과 대인관계를 해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많은 사람들이 출퇴근을 하면서 느끼고 있다.

사무실이라는 사회생활의 공간도 유지하고, 출퇴근을 안하고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장기화 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새로운 근무 모델이 제안되고 있다.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 가상과 현장 작업,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근무 모델이다. 업무는 주로 재택으로 하고, 여러 명이 모여서 협력 작업이 필요할 때 사무실에 모이는 방식이다. 목표를 세우고 업무를 분장하는 회의를 한 후 각자 흩어져 원하는 공간에서 일을 한다. 사무실은 업무 공간의 용도가 줄어들고 주로 회의, 브레인스토밍, 워크숍, 세미나, 교육, 팀 빌딩 등의 복합적인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기업들도 비싼 도심지에 큰 건물을 유지할 필요가 없이 건물 면적을 줄이거나 도심 외곽으로 이사하여 부동산 경비를 낮출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러한 업무 방식이 전 세계에서 유능한 인재를 끌어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1주일에 3~4일은 집에서 일하고, 1~2일은 사무실에 출근한다면 도심 주거지의 매력도 떨어질 것이다. 많은 회사가 도심에 있고, 출퇴근 거리를 줄이기 위하여 비싼 주거 비용을 지불하고 도심 가까이에 거주하였는데, 그럴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좋은 자연환경을 갖춘 도시 외곽의 거주지, 커뮤니티가 중요해지고, 로컬에 사람들이 몰리고 로컬이 일상의 중요 지역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회생활의 경험을 배우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발전을 모색하고, 문화와 여가활동을 줄기는 공간으로서 커뮤니티가 재조명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산업사회, 회사인간의 시대에서 해방되어 비로소 시민, 커뮤니티의 주민으로 살아가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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