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수요광장]호환(虎患)과 세금

통신비 지원 "안주는 것보다 나아"
여 중진발언은 귀를 의심하게 한다
과중稅는 민생도탄 지금도 똑같아
세상에 공짜없듯 국가재정도 부담
'나라가 니거냐' 폐해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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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모든 국민에게 통신비를 지원한다는 정책에 대해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안 주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라고 발언했다. 귀를 의심하게 한다. 1조원에 가까운 돈은 허공에서 생겨나는 것인가. 수십조원을 복지예산으로 지출하고 있으니 1조원 정도는 '푼돈'으로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 푼돈을 대통령이 국민에게 주는 선물로 여기지는 않을까 의심된다. '나라가 니거냐'란 말에 공감한다.

상식 있는 국민들은 내심 걱정이 된다. 나라에서 주는 돈이 당장은 달콤하다. 그러나 이 돈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수입에 비해 지출이 많으면 미래가 뻔하다. 파산한다! 추경예산, 국채발행, 부채비율 등의 뜻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국가 재정에 적신호라는 짐작은 간다. 처절했던 IMF의 기억이 아직도 우리에게는 생생하게 남아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가계나 국가 재정이나 다를 바 없다. 누군가는 그 돈을 부담해야 한다. 지금 받는 돈은 이자를 더해서 갚아야 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청구서가 날아온다. 우리가 못 갚으면 자식들이 갚아야 한다. 국가 부채는 상속 포기도 불가능하다. 빚을 부담할 후손들은 조상을 탓할 것이다. 결국 세금은 더 많아지고 삶은 더욱 고단해진다. 과도한 세금이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공자와 제자들이 산길을 가다가 여인이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여인은 호랑이에게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자식을 잃었다. 산을 떠나면 호환(虎患)을 피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여인은 '이곳은 과중한 세금과 부역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이라고 말한다.

정약용도 유배지의 관아 앞에서 울고 있는 여인을 목격했다. '애절양(哀絶陽)'은 양근(陽根)을 자른 슬픔을 노래한 것이다. 탐관오리는 어린 아이와 죽은 자들에게도 군역(軍役)을 부과했다. 새로 태어난 아들이 군역에 포함되자, 애비는 자기를 원망했다. 스스로 생식기를 절단하여 후사를 없앤다. 이에 여인은 통곡한다.

조선말의 고부 군수 조병갑도 빠질 수 없다. 벼슬을 얻기 위해 뇌물을 상납했고, 이를 벌충해야 했다. 매관매직이 성행한 당시로서는 관행이었을 것이다. 조상의 송덕비 건립을 위해 세금을 걷고 만석보를 증축하고 세금을 징수하여 착복했다. 이번에는 수세(水稅)다. 살 수가 없는 백성은 저항한다. 고부에서 동학농민운동이 시작되었다.

현대사회에서도 과도한 세금은 민심의 이반을 초래한다. 10·26을 촉발한 '부마항쟁' 원인 중 하나로 1977년 여름에 도입된 부가가치세를 꼽는다. 국민들은 세금이 10% 늘어난 것으로 받아들였다.

현 정부의 압권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세금정책이다. 중과세로 수요를 억제하고 매각을 유도한다. 여당 국회의원은 자연스럽게 '징벌적' 과세를 말한다. 살 때는 취득세, 살면서는 재산세와 종부세, 팔 때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집 없는 사람은 세금 때문에 집 사기 어렵고, 살고 있는 사람은 보유세가 부담이다. 팔려고 해도 양도세가 무섭다. 가히 세금 폭탄이다. 고가주택보유자와 다주택자는 중죄인이다. 한 채만 내 집이고 나머지는 정부 것이라 할 수 있다.

부동산정책의 혼선으로 국가의 미래가 위태롭다. 청년들은 주택마련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고 동거한다. 그로 인해 출산율이 저하된다. 무주택 부부는 주택 청약을 위해서, 다주택 부부는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위장이혼을 고민한다. 이런 나라는 정상이 아니다. 이제 호랑이는 멸종되었고, 병역의무도 세금으로 대신하지 않는다. 부동산 세금이 현대의 '가렴주구'요, '애절양'이라 할 수 있다.

맹자도 말했다. 어진 정치(仁政)의 요체는 형벌을 가볍게 하고, 세금을 적게 거두는 데 있다. 그러면 백성들은 밭 손질과 김매기를 잘할 것이다(김학주 역, '맹자' 양혜왕편). 세금이 적으면 근로의욕이 높아지고 잘살게 된다. 개인은 행복하고 나라는 강해진다. 과중한 세금의 폐해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정치의 요체도 고금이 동일함을 위정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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