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팔도명물]내륙 특산 생선 '안동간고등어'

육지 올라온 국민생선… 세계인 입맛 구워삶다

김영진 기자

발행일 2020-09-17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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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간고등어700
경북 안동에는 안동간고등어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들이 개발돼 음식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때 동해서 300리길 넘어와

낙동강 700리 거슬러온 서해안 천일염에 염장한 향토음식


2000년 브랜드화 거치며 현대화·저염식 탈바꿈

전국 400여곳 유통·年 10~20t美日中 등 수출


무조림·찜·해장국 요리재료로 인기

고소한맛·감칠맛 뛰어난 '숯불구이' 최고 레시피 손 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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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는 꽁치, 청어와 더불어 등푸른생선의 대명사로 불린다. DHA, EPA 등 몸에 좋은 성분은 매우 잘 알려져 있어 설명이 더 필요 없을 정도다.

400년 전부터 우리 민족이 즐겨온 생선인 고등어는 동국여지승람과 자산어보, 세종실록지리지 등 고서적에도 고도어(古刀魚), 벽문어(碧紋魚) 등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우리 민족 음식문화와 오랜 역사를 함께한 생선임이 틀림없다.

이런 고등어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가 바로 우리나라 내륙지역인 경북 안동에서 생산하는 '안동간고등어'다.

최악의 경제난을 가져온 IMF로 중소기업 잿더미 속에서 지난 2000년 탄생한 안동간고등어는 창업 20주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전국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숙질 줄 모르고 인기를 얻는 안동간고등어의 탄생과정과 인기비결을 들여다본다.

# 1천리길 거쳐 탄생한 안동간고등어

지금처럼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조선시대에 고등어는 달구지에 실려 바닷가에서 산간내륙으로 옮겨졌다. 지금은 매일 부산공동어시장을 통해 원료 고등어를 사들이지만 그 옛날에는 동해안 영덕에서 출발해 영덕 황장재와 청송 가랫재 두 고개 고등어 길 300리를 넘어서 안동 신시장에 다다를 즈음이면 꼬박 하루가 걸렸다.

마찬가지로 서해안 천일염이 부산에서 소금 배에 실려 낙동강 뱃길 700리를 거슬러 강 상류로 올라온다. 그 소금 배의 최종 나루터가 안동시내 개목나루다. 더 이상은 강물이 가파르고 급류라 상류로 더 올라갈 수가 없다.

이렇게 고등어와 천일염이 1천리를 거쳐 내륙 깊숙한 안동에서 만나게 된다.

영덕에서 안동으로 옮겨 오는 과정에서 고등어가 상하기 시작하는 곳도 안동이다. 지금처럼 냉장고가 없던 시절인 만큼 내륙 깊숙이 더 운반해 가자면 상하지 않도록 갈무리를 해야 했던 것이다.

안동간고등어
안동간고등어의 간고등어 탄생배경 재현행사.

이때문에 간잡이들이 생선의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을 치는 염장작업이 필수다. 등 넘어 재 넘어온 바다 생선 고등어가 내륙 특산생선 '간고등어'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렇듯 안동은 바다와 내륙을 잇는 지리적인 특성에 의해 생선염장업이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됐다. 안동간고등어의 고소하고 짭조름한 감칠맛은 어느 한순간 만들어진 게 아니라 오랜 세월을 거쳐 우리 입맛에 딱 맞게 다듬어진 '대를 이어온 우리의 맛'이다.

영덕-안동 간 고등어 길 길목 안동 임동면에는 챗거리 장터가 있었다. 고등어를 가득 실은 달구지를 끄는 소를 모는 채찍소리가 끊이질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임하댐으로 수몰돼 버렸지만, 그 옛날 시장이 얼마나 성황이었는지, 안동간고등어가 얼마나 유명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지명이다.

# '저염식' 현대인 입맛 맞춰 브랜드화 성공

추석을 보름여 앞둔 가운데 안동간고등어는 명절특수를 맞았다. 요즘은 전 임직원이 생산라인에 매달려야 할 정도로 주문량이 밀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런 명절 대목은 1년에 두 차례, 설날과 추석을 앞두고 지난 20년간 반복됐다.

냉장고 보급과 교통수단 발달로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가던 안동간고등어가 2000년을 기점으로 새롭게 특산화, 전국화되면서 그 옛날 명성을 되찾아 20년을 이어오고 있다. 안동간고등어의 명성회복은 국내 처음으로 공장형 간고등어 생산라인을 연구 개발한 권동순(61)씨의 향토 음식 브랜드화 작업으로부터 출발했다.

권씨는 시장 어물전에서 재래식으로 생산되는 간고등어를 양산체계인 공장형으로 새롭게 바꾸고, 위생적인 포장방식 개발과 함께 전통 염장공정도 현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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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간고등어가 염장되는 모습. 안동간고등어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춰 특별한 방식의 저염식 염장을 통해 짠맛을 제거하고 요리할 때 담백한 감칠맛이 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다시 말해 간고등어를 만드는데 종래의 생선 보관용 염장에서 생선 맛내기 염장방식으로 일대 전환한 것이다. 특히 40년 간잡이로 명성이 높던 이동삼 선생을 발굴해 간판 모델로 내세우고 스토리텔링 마케팅도 겸했다.

안동간고등어가 브랜드화되기 전인 2000년까지 안동간고등어는 뱃자반 형태의 짠 독간잡이였다. 독간잡이는 고등어에 왕소금을 쳐 놓아 시간이 갈수록 짠맛이 강해지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금방 간을 한 얼간잡이는 간이 삼삼해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판단, 웰빙시대를 겨냥해 잔여 염장 소금을 털어내고 냉풍숙성을 추가하는 저염식 얼간 염장방식으로 상품화에 들어간 것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주효했다.

# 국내 대형 유통매장 입점… 연간 20t 가량 수출도

2000년 1월 안동간고등어는 출시되자마자 전국 유명백화점으로부터 납품주문이 쇄도했다. 또 홈쇼핑과 쇼핑몰에서도 앞다퉈 판매하기 시작해 현재 납품되고 있는 유통업체는 400여곳에 이른다.

이에 힘입어 창업 3년 만인 2003년 안동간고등어 업체는 안동 인근 의성, 봉화, 영주, 문경, 포항 지역으로 확산해 안동권만 해도 10여개소로 늘어났다. 또 2005년도까지 대구와 부산 경남지역 일원에서도 창업 열풍이 이어져 전국에서 약 60여개소의 간고등어 업체가 탄생했다.

이때 삼성경제연구소는 안동간고등어가 운송, 유통, 판매, 포장 등으로 연계된 업계에 대한 긍정적인 파급 효과 등 전반적인 경제유발 효과와 브랜드 가치를 1천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안동시가 의뢰한 한국능률협회는 안동간고등어 순수 브랜드 가치를 116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단일 특산품으로는 유일무이한 기록이었다.

2011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33차 APEC 중소기업회의에서 글로벌 우수브랜드로 선정된 바 있는 업계 선두주자 (주)안동간고등어는 해외 수출도 주도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전통적으로 고등어 수출 강국은 노르웨이지만 간고등어만큼은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한다. (주)안동간고등어는 지금도 미국, 일본, 중국에다 연간 10t~20t을 꾸준히 수출하고 있다.

# 안동간고등어 최고의 조리법은 '숯불구이'

안동간고등어가 브랜드화된 이후 다양한 조리방법도 함께 소개됐다.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무조림, 풋고추와 다진 마늘이 잘 어우러져 구수한 찜 요리, 고추장을 발라 굽는 고갈비에다 푹 삶아 뼈를 발라내고 갖은 채소를 넣고 끓이는 간고등어 해장국도 일품이다.

특히 노릇노릇 구워내 기름이 자르르 배어나는 숯불구이는 전국 어느 축제에서도 선보일 정도로 안동간고등어 요리 중 최고로 손꼽힌다.

안동에서 간고등어 하면 유명한 음식점으로 단연 예미정이 첫 번째다. 이 식당의 간고등어구이는 숯불에 구워 고소한 맛과 감칠맛이 더욱 도드라지고 고등어 특유의 비린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박정남 예미정 안동종가음식교육원장은 "안동간고등어는 염도가 딱 맞는 저염이라서 물에 불려 소금기를 뺄 필요가 없다"며 "연한 숯불에 천천히 구워내면 감칠맛이 배어나는 육즙 맛까지 잘 느낄 수 있어서 고소한 맛이 두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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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남 예미정 안동종가음식교육원장이 숯불에 구운 안동간고등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안동에서 안동간고등어 요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은 예미정 이외에도 여러 곳이 있다. 간잡이 이동삼 선생 가족이 직접 운영하는 안동역 앞 일직식당과 안동간고등어 도청본점, 안동간고등어 양반밥상, 안동간고등어 직영식당, 안동간고등어 숯불가든 등이 있다.

매일신문/김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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