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인의 소망 '나의 집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

이명길

발행일 2020-09-16 제18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오랜 대장암 투병 어머니를 남긴채
제 아버지는 위암으로 영면했습니다
아내 요양시설 거부 마지막까지 간호
고령화 수요급증 돌봄은 보편적문제
사는 곳 기반 '재가통합서비스' 절실


이명길1
이명길 의학박사
2010년 저의 아버지는 위암으로 가을이 깊어지는 계절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이미 10년 전 대장암으로 투병 중이신 어머님을 남긴 채 먼저 가야함에 생애 처음으로 아버지가 '꺼억꺼억' 우셨습니다. 아픈 아내를 두고 가야함이 당신의 가슴을 찢어지게 했던 것입니다. 아버지는 와상 상태에 있는 어머니를 서울성모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보내라는 의사의 말에 서울 서초구의 요양시설을 다 돌아보시고 오셔서 평생 동고동락한 아내를 도저히 보낼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날부터 안방은 병실 침대가 들어오고, 중국 동포 간호사가 24시간 상주하고, 밤에는 5형제가 돌아가면서 목욕, 관장, 위관영양, 활력징후 체크를 했습니다. 어머니의 눈빛은 샛별처럼 빛났습니다. 어느날, 아버지는 한 대야의 피를 토하셨고, 오늘이 당신 생의 마지막임을 직감하셨습니다. 어머니를 휠체어에 앉히라 하시고 두 손을 꼭 잡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보, 나 먼저 가리다."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소변조차 의존하지 않고 품위 있게 생을 마치고자 안간힘을 쓰셨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 의식이 소실해 가시며 "너희들은 최선을 다했고, 나처럼 행복한 노인은 없다"고 유언하셨습니다. 저는 평생 교직에 계시며 존경받았던 아버지를 통하여 기본간호의 위대함을 보고 느꼈습니다.

사실 간호사 출신 의학박사이지만 대장암과 뇌병변이 있는 어머니를 집에서 간호한다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하나 아버지를 통하여 기본간호만 해주어도 충분히 집에서 가능함을 배웠습니다. 제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할 때 많은 어르신들이 아내 혹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찾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제는 시설이 아닌 가정 안에서 가족은 정서적 차원의 지지를 해주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가정에 방문하여 의료 및 간호, 요양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요양, 재가통합서비스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고령화로 돌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국민 대다수의 보편적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병원이나 대형시설이 아닌 집에서 살고 싶으나 병원과 시설 위주의 의료, 복지 서비스 제공으로 어쩔 수 없이 병원과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입원이 필요하지 않지만 입원하는 '사회적 입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부족해 집에서 돌보는 경우 가족(특히 여성)에게 엄청난 돌봄부담이 발생합니다.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이용 노인 수발 가족 중 73%가 여성에 의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돌봄 대상자들은 사는 곳에 기반을 둔 '통합서비스'를 제공받기를 원합니다.

정부는 노인 중심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통합돌봄의 4대 중점과제 및 추진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노인 맞춤형 주거지원, 방문의료·건강관리 활성화, 요양·돌봄 확대, 사람 중심 서비스 연계, 영적 간호 등 통합적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통합돌봄'을 통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장받기 위한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도입하고자 합니다. 그만큼 의료 및 장기요양 등 노노케어 시대가 왔습니다.

정부는 지역의 실정에 맞는 통합돌봄 모형을 개발하기 위해 공모를 통해 선도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통합돌봄 추진방향으로 재가의료급여, 요양병원 퇴원 지원, 일차의료 왕진 수가 시범사업 등 의료분야 주요 연계서비스 신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구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만큼 지역사회와 연계된 재가서비스가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그 서비스를 위한 인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간호· 간병 통합서비스로 간호대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차기 재가서비스를 위한 방문시대를 열고자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가 팀을 이뤄 방문해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설계가 밑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어르신들의 소원은 단 하나. '집·에·가·고·싶·다'.

/이명길 의학박사

이명길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경인일보 채널

  • 강원일보
  • 경남신문
  • 광주일보
  • 대전일보
  • 매일신문
  • 부산일보
  • 전북일보
  • 제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