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31)]자유무역지역<下>

0.2% 물동량이 교역액 30% 값어치… 부산항 앞지른 인천공항

정운 기자

발행일 2020-09-1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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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인천공항화물터미널11
지난 15일 오후 8시 30분께. 인천국제공항 DHL 화물터미널 앞에서 화물 적재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항공기에 탑재하기 위한 적재용기인 ULD 단위로 포장된 화물이 623번 계류장에 있는 에어홍콩화물 항공기에 실리고 있다. 이 항공기는 DHL 화물 전용 항공기로 꼬리 쪽에 DHL 로고가 붙어 있다.

항공운송, 무게대비 가격 '150배' 높아
인천, 전국 공항물량의 99% 홀로 담당
세계 5위 컨항만 부산보다 수출입액 ↑

물류단지·화물터미널 '항공교역' 핵심
글로벌 기업 DHL, 작년 900만건 처리
코로나 사태에도 여객과 달리 타격 無

직구 활성화… 개인 소비재 비중 늘어
항공운송 中과 경쟁 인프라 확충 필수
"동북아 중심 위치… 환적화물 최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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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와 30%'. 인천국제공항에서 처리되는 화물을 나타내는 숫자다. 숫자가 다른 만큼 의미도 다르다. 우리나라 교역은 해상운송 또는 항공운송을 통해 진행된다. 3면이 바다고, 위쪽으로는 북한에 막혀 있다. 육로를 통한 무역이 어렵다. 바다를 통해야 외국과의 교역이 가능한 구조다.

우리나라 수출입물동량 중에서 항공 부문이 차지하는 것은 0.2%에 불과하다. 99.8%가 해상 운송을 통해 이뤄진다. 자동차, 원유, 가스, 목재, 건설 중장비 등 덩치가 크고 무거운 물건부터 전자제품이나 장난감 등 작은 소비재 물품까지 해상으로 운송된다.

이 때문에 무게를 단위로 하는 물동량을 기준으로 하면 해상운송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해 전국 수출입물동량은 10억839만t에 이르지만, 이 중 항공 물동량은 270만t이다. 수출입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항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같은 무게라면 항공기에 실리는 화물의 가격이 150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5천422억3천261만 달러이며, 수입금액은 5천33억2천140만 달러다. 이 중 인천공항을 통한 수출액은 1천632억6천195만 달러, 수입액은 1천350억5천775만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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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액은 비중이 30.1%, 수입액은 26.8%에 이른다. 인천공항을 통한 수출입액수는 전국 공항의 99%에 이른다. 세계 5위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보다 많다. 수출액은 부산항이 크지만, 수출액과 수입액을 합하면 인천공항이 부산항을 앞지른다. 전국 공항과 항만 모두를 비교해도 국내 1위다.

인천공항이 국내 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인천공항 일대에 조성된 물류단지와 함께 화물터미널이 있기에 가능했다.

지난 15일 오후 8시30분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DHL 전용 터미널 앞에 기다리는 항공기에 짐을 싣는 작업이 한창 진행됐다.

A300-600F 항공기 몸체에는 'AIR HONGKONG'이라는 항공사 로고가 감싸고 있었으며, 꼬리 쪽에 DHL 로고가 붙어 있었다. DHL 화물을 전용으로 운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A300은 50t정도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선박에 화물을 실을 때는 직육면체의 20FIT 또는 40FIT 길이의 컨테이너가 주로 사용된다. 원유, 가스 등은 선박 내에 화물칸이 있어 그대로 싣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컨테이너 상자에 싣는다.

연중기획 인천공항화물터미널
인천국제공항 DHL 화물터미널에서 직원들이 항공기에 싣기 위해 화물을 옮기고 있다.

항공기에 싣는 화물은 ULD(화물적재용기·Unit load device)라는 상자를 이용해 실린다. 항공기 규격에 맞게 만들어진 상자에 화물을 넣어 싣는 방식이다. ULD는 항공기 크기와 위치 등에 따라 규격이 다르다. 높이가 3.3m인 것도 있고, 2m 정도인 것도 있다. 1개의 ULD에 많게는 200~300개의 화물이 실리기도 한다.

항공기 상부 화물적재 공간은 '메인덱(Maindeck)'이라 부른다. 기체가 둥근 항공기 내에 가장 효율적으로 짐을 싣기 위해 ULD도 직육면체가 아닌 한쪽 면이 사선으로 돼 있다. 하부 공간은 'Lowdeck'이며 직육면체의 ULD가 실린다.

이날 현장에 있던 ULD(Unit load device) 내부는 황토색 상자로 가득했다. 이 ULD를 지상 조업사인 스위트포트 직원들이 운반차량에 싣고 항공기 앞으로 옮겼다.

이렇게 옮겨진 ULD는 로더(Loader·항공화물을 화물칸에 탑재시키거나 내릴 때 사용되는 장비)에 올려진 뒤 항공기에 탑재된다. 먼저 실린 짐을 가장 뒤쪽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DHL은 항공기 탑재 전 ULD의 무게를 재고, 결과를 항공사에 전달한다. 항공사는 각각의 ULD를 항공기 무게중심을 고려해 짐의 위치를 결정한다. 무거운 짐은 아래쪽과 뒤쪽에 싣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짐은 앞쪽과 윗부분에 실린다.

스위스포트 유제홍 과장은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각 ULD가 항공기 내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장치가 있다. 1개의 ULD에는 항공기 바닥 등과 고정장치로 연결해 움직이지 않게 한다"고 말했다.

이날 화물 선적 작업은 1시간 정도 만에 마무리 됐으며, 항공기는 오후 10시께 이륙했다.

DHL 코리아 김대범 차장은 "모든 생활용품, 전자제품이 항공기에 실린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에는 방탄소년단 관련 물품이 많았다. 앨범과 브로마이드, 응원봉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 물품은 전 세계 공항으로 간 뒤 각 나라의 지점을 통해 운송된다"고 말했다.

DHL 코리아가 지난해 처리한 화물은 900만건에 이른다. 무게로는 7만5천t정도다. DHL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천공항에 화물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DHL은 글로벌 물류기업이다. 전 세계에 '허브' , '게이트' 등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DHL은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은 '게이트'라고 설명했다. 허브는 화물을 모은 뒤 보내는 역할을 하며 대륙별로 거점 도시에 운영된다.

인천공항은 허브보다는 작은 규모로 나라마다 설치 돼 있는 '게이트'다. 다만 일부 허브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칭다오 등과 타국을 오가는 화물은 인천공항을 거치기 때문이다.

DHL 코리아 호승찬 부장은 "인천공항 화물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올해도 전년도 대비 20~30%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외 직구 상품 등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 올해 1천200만건의 물량이 인천공항에서 처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을 확장하는 공사를 이달 말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는 항공 산업을 위축시켰다. 특히 3월 이후 국제선 승객은 전년도 대비 5% 안팎에 머물고 있다. 항공화물은 반대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여객운송이 막히면서 여객기 하부(밸리)에 실어 보냈던 화물이 화물기로 몰리기 때문이다. 또 여객과 달리 항공화물 물동량은 코로나19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대항항공이 화물 수송을 위해 화물기로 개조한 여객기. 좌석을 뜯어낸 자리에 화물이 탑재돼 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화물을 처리하는 항공사다. 인천공항 화물 물동량의 40%를 차지한다. 연 120만t규모다.

대한항공은 국내 최대이자 최고(最古)항공사다. 대한항공이 실은 화물은 국내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1960년대는 가발, 1970~1980년대는 모피류와 전자제품, 1990~2000년대는 전자제품과 의류 등의 품목이 국내 항공화물 시장을 주도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고가의 고부가가치 IT 제품이 주종을 이루었다. 최근에는 의약품, 신선화물 등 콜드체인 유통 품목과 전자상거래, 해외 직구의 활성화로 개인들의 소비재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개인 화물이 항공기에 실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 기업 화물이었으나,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힘입어 항공 화물 부문에서 개인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BTS의 브로마이드와 응원봉이 항공화물에 실리는데 이는 대부분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주문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9월8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여객기인 보잉 777-300ER 기종을 화물기로 개조했다. 여객이 축소되고 화물 운송 부분이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멈췄지만, 물류는 계속해 움직이고 있다"며 "대한항공은 앞으로도 신속하고 선도적인 대처로 화물수송을 확대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밑받침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항공 화물운송 사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큰 폭으로 성장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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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관계자는 "동북아 중심에 위치한 인천공항의 지리적 여건은 환적 화물을 유치하는 데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 24시간 운항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며 "앞으로 중국과 일본의 주요 공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와 함께 물류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물류단지 적기공급, 화물터미널 확대 등을 통해 인천공항 물류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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