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지상파방송의 황혼을 읽는다

이용성

발행일 2020-09-21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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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사나이'와 '무한도전'의 추억
유튜브·지상파 감성 확연히 다른데
자본·인력 투입에도, 예능은 물론
드라마·뉴스·스포츠도 힘 안느껴져
시간이 얼마없다 자칫 기억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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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SBS의 '집사부일체'란 예능프로그램에 이근 대위가 출연했다. 그는 유튜브에서 큰 성공을 거둔 예능콘텐츠 '가짜사나이'에 출연했다가 큰 인기를 얻었다. '집사부일체'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가짜사나이'는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풍자하는 UDT 훈련체험 유튜브 예능 콘텐츠로 8개 에피소드를 합쳐서 5천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고 이근 대위는 유행어의 주인공이 됐다.

'가짜사나이' 성공 이후 지상파방송이 이 대위가 출연했던 영상을 유튜브에 방출하기 시작했다. SBS에 출연하기 전에도 이 대위는 종편채널과 지상파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집사부일체'를 통해 이미 유튜브 채널 등에서 수없이 반복됐던 유행어와 스토리가 또 반복됐다.

방송산업이나 영화산업이 창의성이 떨어지면 다른 영역에서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터를 빌려오는 일이 특별한 것도 아니다. 이미 지상파방송은 팟캐스트나 유튜브에서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터를 영입하고 있다. 감각과 문화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크리에이터들을 불러들였다. 지상파로 이동하려 했던 팟캐스트 방송인들이 지상파의 사회적 위상, 엄숙주의, 사회적 논란 등에 의해 희생된 사례도 적지 않다. 지상파가 다급하게 새로운 감각을 충전하기 위해서 불렀을 터인데 영입 불발의 책임을 지지 않았고 상처는 팟캐스트 방송인들이 입었다.

지상파방송이 예능과 음악 콘텐츠를 유튜브에 공급하게 되면서 많은 구독자와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추억의 콘텐츠인 음악프로그램은 그렇다 치고 예능은 유튜브의 감성에 맞는 콘텐츠가 주로 성공했다. 무한도전은 유튜브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받는 콘텐츠이다. 예능의 역사, 방송문화의 역사를 바꾼 프로그램이고 일부 세대에게는 특별한 문화적 기반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무한도전의 부활이 가능할까? 회의적이다. 무한도전을 다시 한다면 어떤 감성을 밀고 나가야 할까? 유튜브의 감성과 문법을 따라야 할까? 지상파방송의 경우, 이젠 무한도전 전성기보다 더 촘촘한 문화적 규제 장치가 작동하고 있다.

MBC의 '나 혼자 산다'의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유튜브 버전과 지상파 버전이 다른 감성과 문법으로 만들어져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 혼자 산다' 안에 그런 감성과 문법이 내재 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제 지상파방송의 자본과 인력이 바탕이 된 콘텐츠의 힘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드라마도, 뉴스도, 시사교양도, 스포츠도 콘텐츠의 힘이 그저 그렇다. 우수한 기획 제작인력들이 유출됐을 것이다. 공영방송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지난 보수 정권 기간 콘텐츠 생산구조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콘텐츠의 힘은 재정 등 다른 제도적 기반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지상파방송 모두가 재원 문제에 허덕이고 있고 공적 지원과 규제 완화를 합창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KBS는 지상파 플랫폼과 콘텐츠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공적 지원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지만 방만 경영의 비판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다. SBS의 지주회사와 관련된 구조변동 과정에서 흘러나온 매각설, 종편 전환설 등이 그럴듯했던 데는 지상파의 위기로 그전 같은 수익성 때문일 것이다.

수신료 인상, 수신료 배분 등 재원제도 개선, 중간광고 허용 등 광고제도 개선이 지상파방송 지원방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수신료 인상은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는 공정성과 공공성이 사라진 지상파 방송의 10여년 공백기도 경험했다. 그 사이에 진보나 보수나 팟캐스트나 유튜브에 여론전을 위한 진지를 확보했다. 종편채널의 예능과 케이블방송 드라마, 넷플릭스 드라마가 우리의 시선을 끌고 있다. 지상파방송이 들어갈 틈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를 돌파할 지상파의 콘텐츠 전략은 뭘까? 자본과 인력의 규모나 친숙함 이외에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 경쟁력을 제고할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혁신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자칫하면 지상파방송 뉴스, 시사, 드라마, 예능의 시대는 기억의 저편이 될 것 같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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