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창간특집

[창간 75주년·'대전환의 시대']'소유에서 거주로' 경기도형 기본주택

편하게 사시겠습니까(Live) 힘들게 사시겠습니까(B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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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휴먼시아 거지' 신조어 등 나쁜 인식 불거져
교통·입지 우수 '중산층 임대주택' 정책꺼내
스카이라운지·호텔식주거 고급화 실험 나서
제도 개편 통한 3기 신도시에 대량공급 관건
취약층 자리위협 가능성 역차별 극복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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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 더해 보험 대출까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아파트를 산다는 신조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이 올해 부동산 시장의 화두다.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더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정부가 23번이나 내놓은 부동산 과열 억제 정책도 모두 무용지물로 전락한 상태다.



공급이 부족해 아파트 시장이 과열됐다는 지적에 정부가 3기 신도시 조성 등 수도권 127만가구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별 효과가 없다.

이제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는다 해도 아파트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조차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갑자기 아파트에 대한 열망이 커진 것일까. 전문가들은 무주택자들이 겪는 서러움과 계층 간 갈등의 심화를 꼽는다.

무주택자인 전·월세 세입자들은 통산 2~4년마다 살 집을 찾아야 한다. 그간 닦아 놓은 주거 환경을 잇기 위해서는 수천만원 오른 보증금을 부담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게 일반적이다. 전세의 경우 적어도 보증금이 오르는 2년에 한 번씩 집 없는 서러움을 겪게 된다.

취약 계층은 정부가 제공하는 임대아파트에서 살 수 있지만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아파트 브랜드 '휴먼시아'에 산다고 '휴거(휴먼시아 거지)'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니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결국 과열된 아파트 시장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그 어떤 정책보다도 주거 안정이 최우선으로 선행돼야 한다는 것으로 집결된다. 전·월세 세입자가 보증금과 월세에서 서러움을 느끼지 않고 평생 살 수 있는 아파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변의 눈총을 받지 않는 정도의 질 좋은 주거 환경이 더해져야 한다. 즉 혐오 파괴다.

부담은 적고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주거 환경을 갖춘 임대 아파트가 있다면 굳이 평생 갚기 힘든 수억원을 빌리면서까지 아파트를 사려는 일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산층까지 살고 싶어하는 질 좋은 평생주택, 공공임대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도 못한 공공임대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 경기도

현재 공공임대 패러다임 전환에 가장 앞서고 있는 곳은 경기도다. 정부도 바꾸지 못한 인식 개선에 가장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경기도형 중산층 임대주택 시범사업 모델'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거주할 수 있는 '기본주택'을 꺼내 들었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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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업모델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은 함께 한다. 먼저 '경기도형 중산층 임대주택 시범사업 모델'은 교통이 편리하고 생활 편의시설을 갖춘 입지에 들어선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에 저렴한 부지를 찾기 위해서는 교통 등 생활 인프라가 부족했다. 이에 경기도는 수원 광교신도시처럼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지역에 첫 실험 공간을 조성한다.

광교신도시 내 옛 법원부지에 지어지는 중산층 임대주택 549가구가 바로 이것이다.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20년 이상 임대 자격을 얻을 수 있고 고소득자여도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하면 입주가 가능하다.

109㎡(33평) 기준 임대료는 보증금 2억5천만원에 월 67만원이다. 주변의 시세가 보증금 5억원에 월 70만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저렴하다.

여기에 고급 아파트에서만 가능했던 호텔식 주거 서비스도 도입한다. 조식부터 청소, 세탁, 세차, 육아까지 고급화 실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수원 광교신도시 옛 수원지법·지검 부지
수원 광교신도시 옛 수원지법·지검 부지(A17블록). 2020.10.7 /경인일보DB

기본주택은 중산층 임대주택 모델에 공공성이 더해졌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직접 조성한 주택을 민간 임대나 분양으로 전환하지 않고 장기 임대하는 방식이다.

무주택자라면 최대 30년 이상 살 수 있으며 임대료(조성원가 3.3㎡당 2천만원 기준, 1천가구)는 3인 가구(전용 59㎡) 월 48만5천원, 4인 가구(전용 74㎡) 월 57만3천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아파트 최상층에 스카이라운지와 게스트하우스 등을 갖춘 '스카이 커뮤니티'를 설치해 임대주택의 고급화를 이룬다는 구상이다.

무엇보다 두 사업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정부의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소득·자산을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양 주택의 대안인 임대주택을 만들어 주택에 대한 패러다임을 '소유'에서 '거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사실 기존 공공임대는 취약계층을 우선하다 보니 일반인들이 역차별을 받았다. 이로 인해 공공임대는 취약계층만 사는 곳으로 인식이 굳어져 오히려 혐오 시설로 취급받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도 최근 들어서야 공공임대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1인 가구나 신혼부부 중심의 중소형 공급 면적을 가족 단위 거주가 가능한 85㎡까지 넓히고 입주자격 역시 중위소득 130%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소유'에서 '거주', 주택 패러다임 전환 기로에 선 3기 신도시

임대주택이 주택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특히 혐오 시설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려면 보편화 돼야 하는데 그 기로가 3기 신도시가 될 전망이다.

임대주택의 개념을 전환하는 경기도의 기본주택이 자리 잡기 위해선 모든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는 3기 신도시에 많이 조성돼야 한다. 이 점을 알고 있는 이재명 지사도 경기도와 GH가 참여하는 3기 신도시 지역(하남 교산, 안산 장상, 과천)의 주택공급 물량 절반을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하지만 관건은 제도 개편이다. 현재 3기 신도시는 공공주택특별법에 의해 공공임대주택(국민임대 등 장기공공임대 25% 이상, 영구임대 5% 이상) 공급 비율이 35% 이상이다.

100가구 중 35가구가 임대주택인 셈인데, 기본주택 등 주택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사업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역시나 혐오 지역으로 낙인 찍히고 소외될 수 있다.

기본주택이 3기 신도시에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되려면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에 명시된 공공임대주택 유형에 포함돼야 한다. 소득과 자산 기준에서 기존의 공공임대주택과 차이를 두고 있는 만큼 정부와 합의가 필요하다.

스카이라운지+이미지
GH는 2021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동탄2 A94블록(공정률 100% 후분양 예정) 1개동 최상층에 스카이라운지, 게스트하우스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 향후 기본주택에 더 다양한 형태의 스카이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할 계획이다. 2020.10.7 /GH제공

또 GH는 기본주택의 사업 안정화와 공급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주택도시기금의 융자이율을 1~3%에서 1%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이 또한 정부 협의가 수반돼야 한다. 아울러 취약계층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한다.

이헌욱 GH 사장은 "주거가 안정화된 다른 국가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을 아주 부자 빼고는 모두 입주할 수 있도록 해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하고, 부동산이 재테크 수단이 되지 않는다"며 "현재 시장에 맡겨진 주거 취약층이 안정화되면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장도 안정화될 것이다. 정부가 이런 형태의 임대주택을 인정해주는 게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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