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익의 '스타트업'

[주종익의 '스타트업']부동산정책 왜 실패하는가?… "와우!"는 대박, "우~"는 쪽박

국민 원하지 않는 정책 만들고
데이터 왜곡한채 고집만 내세워
계속되는 실수 책임 회피
변화없이 파이프라인 막은 대책
스타트업 실패 원인과 똑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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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
부동산 문제로 시끄럽다. 젊은이들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영끌'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부동산정책 실패의 원인은 스타트업 실패의 원인과 똑같다. 스타트업 실패의 첫 번째 원인은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고객이 아니라 CEO가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면 고객은 외면하게 되어있다.



실패 원인을 꼽아보자.

첫 번째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책을 만들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PMF(product market fit: 제품고객궁합)를 생명처럼 중시하고 PMF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정책도 국민과의 궁합이 맞아야 한다.

PMF의 첫째는 고객의 문제점(Pain point)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수없이 많은 시장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머리가 아픈지 눈이 아픈지 배가 아픈지 족집게 진단을 해서 머리가 아프면 진통제를, 배가 아프면 소화제를 처방(pain killer)하는 일이다. 머리가 아픈데 비타민을 처방해주니 머리 아픈 것이 나을 리 없다. 국민과 부동산 전문가 의견을 듣지 않고 책상에 앉아 입맛에 맞는 정책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두 번째로 데이터(data driven) 대신 아랫사람의 말만 듣거나(opinion driven) 데이터를 왜곡하는 결정이 문제다. 그동안 쌓아 놓은 부동산 데이터만 잘 보아도 답을 금방 찾을 수 있다.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정책을 만들어내면 고객이 그 결정을 좋아할 리 없다.

셋째 협박과 갑질은 안 된다. 협박으로 고객에게 물건을 팔 수는 없다. 의사가 환자에게 갑질하며 처방을 내릴 수도 없다. 설령 국민이 틀렸다 하더라도 그것 또한 정부 책임이다. 협박하거나 갑질을 하는 것은 죽음을 택하는 일이다.

넷째 고집이 문제다. 만든 정책은 아직 가설에 불과하다. 국민의 생각과 차이가 난다면 수정하고 검증하기를 반복해야 한다. 자기 과신에 빠져 고집을 부리니 정책이 먹히지 않는다. 검증! 검증! 검증을 수도 없이 하라.

다섯째 책임을 지지 않는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 실수를 계속하는 사람은 과감히 정리해야 정부의 신뢰도가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 7 배터리 문제가 발생했을 때 7조원이 넘는 손실을 과감히 감수하고 잘못된 점을 책임지고 신속히 처리해서 오늘날의 갤럭시 휴대폰을 만들었다. 통렬한 사과와 반성 없이 어떻게 고객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는가.

여섯째 고객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다. 20대, 30대의 집에 대한 생각은 과거의 20대, 30대와는 천지 차이다. 고객이 변했는데 정책이 변하지 않으니 궁합이 맞을 리 없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서민을 더욱 힘들게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카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웹툰, 게임, 짤(짧은 동영상), BTS, 미스/미스터 트롯 등 이 모든 것이 10대·20대·30대가 변화시킨 시장의 변화다. 새로운 시장과 기존 시장의 정책은 다르다. 기존 시장은 눈에 보이지만 새로운 시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일곱째 파이프라인을 모두 틀어막으면 정책이 갈 곳이 없다. 생산자는 만들어봐야 별 볼 일 없고 구매자는 사봐야 헛일이라면 경제는 정체(stock) 상태에 빠진다. 집을 사고 싶은 사람도 집을 파는 사람도 모두 돈줄을 막고 세금폭탄을 준다면 시장은 스톡 상태가 된다. 경제는 흐름(flow)이다. 정체(stock)되면 파탄이 난다.

마지막으로 '와우(WOW)'의 순간을 만들지 못한다. 제품을 보는 순간, "와~ 어떻게 이렇게 내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만들었지? 왜 이제 나온 거야. 좀 더 빨리 나오지"하는 "WOW"의 순간을 만든다면 그 스타트업은 대박이 난다.

부동산 정책에 국민들이 "와~이제 정말로 제대로 된 정책이 나왔네"하는 "WOW"의 순간을 만들었다면 '영끌'은 나오지 않았다. "WOW!" 대신 "WOO~"를 만든 꼴이 됐다.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려면 PPT(Policy People Fit: 정책 국민궁합)와 국민에게 "WOW!"의 순간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와우!"는 대박이고 "우~"는 쪽박이다.

/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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