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속 아동보호 사각지대·(2)]역할 제대로 못하는 아동지원기관

취약가구 못 보듬는 '유명무실 아동지원제도'

공승배·박현주 기자

발행일 2020-09-24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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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양육하는 가정, 실효성 못 느껴
"미추홀구 형제 사고, 남일 아니야"

보건복지부 "기관간 소통 개선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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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도움이 필요한 가정과 아동을 지원하는 기관이 여러 곳 있어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추홀구 화재 사고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인천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혼자서 5살과 초등학교 2학년 형제를 키우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급여 110만원과 아동·양육 수당 20만원을 받는다. 드림스타트와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사례관리를 받고 있는데 올해 12월, 10월 종료된다.

지난 7월엔 아동복지관 지원도 끝났다. 이혼 직후 주소지 불명인 아이들 아버지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연락조차 닿지 않는 상황이라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건 A씨 뿐이다. 아이들은 불안증세가 있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당장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이들 둘을 남겨 놓아야 하는 처지다.

A씨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아동·가족을 보호·지원하는 기관들의 역할이 크지 않았으나, 코로나19 확산 이후엔 '있으나 마나'할 때가 많다고 했다.

A씨는 "어떤 서비스가 있는지 내가 일일이 파악했고, 보육 지원을 요청하면 '지역에 연계할 곳이 없다', '알아보겠다'는 답만 들었다"며 "실효성 없는 제도라는 생각에 '보험'이라도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여러 기관에 사례관리와 지원 등을 요청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40대 주부 B씨는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 드림스타트 사업이 종료돼 크게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이후 건강가정지원센터를 다녔으나, 지금은 참여할 처지가 아니어서 걱정이 크다고 했다.

B씨는 "기관에선 지원받아야 할 아이들이 많아 사례 관리를 종료하겠다고 했는데, 당시 온몸에 마비가 오고 양쪽 손목에 터널증후군을 앓아 직장을 그만두고 혼자 자녀를 돌봐야 해 어려움이 컸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다른 기관이라도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결국 홀로 견뎌야 했다"며 "직접 여러 기관을 찾다가 미혼모를 지원하는 서구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찾았으나 이마저도 관련 지원이나 프로그램이 많이 줄어들면서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미추홀구의 한 빌라 2층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려다 다친 형제는 드림스타트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리를 받았다.

지역에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기관은 드림스타트뿐만 아니라 건강가정지원센터 등 여러 곳이 있다. 이들 기관은 위기 아동·가구를 보호하는 목적으로 중첩된 역할을 하고 있으나 긴밀한 협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총괄하는 드림스타트는 취약계층 아동에게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인천 지역 10개 기초단체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지원 대상 아동 수는 3천204명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건강가정지원센터는 가족 관련 교육·상담·돌봄 등 다양한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는 2021년 조성되는 옹진군을 제외하면 인천 지역 기초단체마다 설치돼 있다. 인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가족역량강화지원을 진행한 인원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9년에는 320가구, 올해 8월 기준으로 365가구에 이른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미추홀구 사고 관련해 추후 건강가족지원센터에서도 가족 심리 상담과 가사 지원 등 생활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지원하려고 한다"며 "특히 취약 가구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관련 정책을 구상하고, 관련 역할을 맡는 정부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제도 공백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담당 기관과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제도 내 사각지대를 막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드림스타트 간 협업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지만, 정보 공유가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등 시스템 부분에 있어 개선할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기관 간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공승배·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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