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에세이]영어로 쓴 책을 아마존에서 팔아보기

정한용

발행일 2020-09-25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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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등록 생각보다 수월 도전해볼 만
애플·아마존에 올려 잘 팔리길 기대
'불후의 명작, 대박' 상상을 해본다
세계인 볼수 있는것만으로도 충분
글 쓰는건 독자향한 짝사랑의 연서

정한용 시인
정한용 시인
오늘은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말할까 한다. 영어로 책을 써서 애플과 아마존에서 파는 이야기이다. 영어로 글을 쓰기도 어렵고 아마존에 책을 등록하는 것도 복잡한 일일 거라 지레 겁을 먹는 분이 있을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는 않지만 예상보다는 수월한 일이라는 것, 그래서 용기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해볼 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요즘 서점에 가보면, 전문 학자나 작가가 아닌 일반인이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만들어 책으로 펴내는 걸 자주 본다. 내 경험을 전하며 이분들께 마당을 넓혀 세계로 문을 열어보시라고 제안하는 바이다.

이번에 내가 낸 책은 시집이다. 영어로 두 번째 책이고, 두 권 다 아마존과 애플 북스에 등록되어 있다. 누구든 해당 서점 사이트에 가서 바로 책을 구매할 수 있다. 더구나 둘 다 전자책이기에 책이 배송되길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이 구매 후 바로 열어볼 수 있다. 전자책은 종이책과 비교해 편리한 점이 많다. 배송도 필요 없거니와 많은 책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도서관 전부를 담을 만큼의 책이라도 스마트폰 하나에 다 넣어두고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다. 종이책에 비하면 책값도 저렴한 편이다. 요즘은 전자책 뷰어들이 오디오 리딩 기능까지 지원해 읽는 대신 듣기만 할 수도 있다.

물론 전자책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종이 질감을 느낄 수 없고, 예쁘게 디자인된 장정을 만져볼 수 없다. 전자책 레이아웃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작은 스크린으로 가독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연필로 밑줄 그으며 메모할 수 없고, 중간쯤 읽다 얼마나 남았나 뒤를 훌훌 넘겨보는 재미도 없다. 이런 아날로그적 단점 때문에 전자책이 종이책을 한순간에 대신하지는 않으리라 본다. 아무튼 애플과 아마존에서 책을 팔기 위해서는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이 훨씬 간편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전자책은 복잡하고 값비싼 물류 과정을 건너뛰게 해줌으로써 개인 작가가 책을 만들어 파는 것을 용이하게 해준다.

나는 캐나다인 친구와 6개월 정도 번역작업을 진행했다. 번역은 아무래도 힘들고 지루한 일. 그러니 주변에서 좋은 번역자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 잘 찾아보면 의외로 많다. 우리말로 썼던 시 40편을 영어로 옮기고 나서 나는 이것을 'ePub'이라는 전자책 포맷으로 만들었다. 번역에 비하면 전자책 제작은 쉬운 편. 'html'과 'CSS'를 기초로 약간의 코딩만 익히면 누구나 만들 수 있을 듯하다. 이미 잘 만들어 놓은 템플릿을 이용해도 된다. 그 작업이 일반 도서 디자인 작업보다 훨씬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구나 그걸 종이에 찍느라 인쇄소를 오가고 나무펄프를 낭비할 일도 없다.

책이 완성되면 아마존과 애플 북스에 책을 등록할 차례. 내 경험으로 아마존에는 개인이 직접 도서를 올리기는 좀 어렵고, 출판사를 거치는 게 좋을 것 같다. 책을 팔 경우 그 수익과 세금을 정산할 곳이 명확해야 하기에 요구되는 절차가 약간 까다롭다. 무료 책을 등록할 수는 없고, 최소 1달러 이상의 책값을 정해야 한다. 애플 북스의 경우는 북스토어가 개설된 나라의 출판사만 가능한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쉽게도 북스토어가 없는데, 대신 책을 무료로 배포할 경우 돈을 정산할 필요가 없으니 개인이 직접 책을 올릴 수 있다. 나는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어 아마존에는 출판사 명의로, 애플 북스에는 개인 이름으로 책을 등록했다.

책을 애플과 아마존에 올렸으니 이제 잘 팔기만 하면 된다. 잘 팔리겠지. 내 시가 불후의 명작이니, 한 백만 부쯤 팔려서 대박이 났다는 소문이 돌 거야. 그러면 한 권에 1달러짜리 책으로 무려 백만 달러나 벌겠군. 그럼 우리 돈으로 10억원이 넘네…. 이런 상상을 해본다. 물론 겨우 백 부도 안 팔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 책을 세계인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곳에 놓아두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답을 받았다 여긴다. 책을 쓰는 건 이름 모를 독자를 향해 짝사랑의 연서를 쓰는 것, 책을 내는 것은 그 연서를 미래로 배달하는 것일 터이니 말이다.

/정한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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