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칼럼]코로나19 사태 속 첫 민족대명절

추석 연휴동안 친척·친구들 우울한 얘기만
아이들 비대면 온라인수업 학습격차 '걱정'
그나마 어르신들 트로트가 위로라니 '다행'
3개월후 설 명절엔 더 좋은 소식 풍성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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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올해 추석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맞은 첫 민족 최대 명절이었다. 예상대로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없었다. 부모님을 잠깐 찾아뵙고 식사 한 끼 함께 한 게 전부다. 추석 당일에는 차례상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어머니와 동생에게 보낸 뒤 영상 통화로 덕담을 나눴다. 예년 같으면 추석 전날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눴을 텐데. 코로나19 사태만 없었더라면 명절 분위기를 내기 위해 노래방을 찾는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추석 대목은 실종됐다. 노래방 사장들은 추석 대목에 대한 기대로 잔뜩 부풀어 있어야 할 시기에 생계대책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서야 했다. 아예 노래방 문을 닫아 놓고 인근 가게에서 일하거나 대리운전기사로 뛰고 있는 업주도 적지 않다.

추석 연휴에는 유독 친척과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지는데, 우울한 소식이 많다. 일자리를 잃어 1주일에 이틀만 일하는 아르바이트를 구한 이도 있고, 직장 동료들이 휴직에 들어가 업무량이 많아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금 사는 집이 재개발구역에 포함돼 이사해야 하는데, 전셋집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한다. 부동산 중개업소 수십 곳을 돌아다니며 휴대전화 번호를 남겼지만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어르신들은 '미스터 트롯'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들이 나오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또 본다. 신예 트로트 가수들이 CF를 몇 편이나 촬영했는지부터 아픈 가족사까지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푹 빠졌다. 추석 명절에도 자녀들을 만나지 못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어르신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트로트가 큰 위로가 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추석 연휴 때 자녀 교육에 대한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우리 아이가 교육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았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수업을 받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수업을 도와줄 어른이 없는 맞벌이 가정은 걱정이 더욱 크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에 코로나19가 터졌다. 친구들에게 뒤처지지 않을지 불안하다"고 했다.

최근 대면·비대면 융합 수업과 관련해 학생 간 학습 격차가 커진 것 같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지난 7월29일부터 8월1일까지 초·중등학교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총 85만7천3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교사 10명 중 8명(79%)은 원격 수업으로 학생 간 학습 격차가 커진 것으로 생각했다. 또 학습 격차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차이(64.9%)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봤다. 학습 격차 해소 방안으로는 오프라인 보충 지도(37%), 개별화한 학습 관리 진단 플랫폼 구축(31.2%), 학생 수준별 맞춤형 콘텐츠 제공(9.1%)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처음 맞은 민족 대명절 추석. 코로나19에 따른 문제들이 내 주변과 무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정부와 지자체는 소상공인 생계대책, 고용유지,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 완화, 학습격차 해소 등 지원을 강화하고 보완해야 할 것은 없는지 면밀히 살피기 바란다.

2020년은 코로나19란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으로 대단히 혼란스러웠다. 3개월만 지나면 2021년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맞을 설 명절에는 지난 추석보다 좋은 소식이 풍성했으면 한다.

/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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