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속 아동보호 사각지대·(5·끝)]비극 막을 수 있었던 사법부

입증 어려운 아동학대 '전문 인력' 필요하다

박현주 기자

발행일 2020-10-05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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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양육자 분리 청구' 법원서 막혀
증거파악 부족… 사실상 '무용지물'

가정법원 조사관, 사건 따라 투입
"다양한 경로 탐색 체계 갖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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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서 미추홀구 형제와 양육자를 분리했더라면 화재로 인한 참변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양육자 분리 제도는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아동을 지원·보호하는 기관의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것과 최후의 보루인 사법 기관에서 아동 문제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난 5월 형제와 양육자를 분리해야 한다고 법원에 청구했으나, 법원에선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관이 이를 다시 재청구하려고 했으나 형제는 둘만 남은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다가 참변을 당했다.

기관에서 청구한 분리 조치는 사실상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피해 아동 보호 명령 899건 중 친권자와 아동을 분리하는 1호 격리(퇴거)는 3건(0.33%)이었다. 2018년엔 피해 아동 보호 명령 720건 가운데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기관마다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다르고, 사법부가 아동학대를 '판단'하기 위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법원이 사단법인 한국아동청소년심리지원협회에 의뢰해 발표한 '가사사건에서 미성년 사건본인의 의견청취 방안'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에 대한 대처 방법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증의 어려움'이 주된 요인인데, 인력 부족과 아동학대 신고 절차·개입에 대한 인식 부족, 가사 조사에서 중립적인 입장 견지 등 여러 요소가 맞물려있다고 판단했다. 즉 아동 학대는 제3자로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판단해야 하는데 친권자와 아동을 '격리'할 만큼, '강력한' 증거를 파악할 여지가 부족한 셈이다.

이를 위해선 가정법원 조사관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과 관련해 사실 조사와 자료를 수집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보통 가정법원 조사관은 담당하는 사안에 따라 가사·소년사건·가정보호사건·아동보호사건 조사관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가정법원 조사관은 직무 범위가 넓어서 보통 가사조사관으로 통칭하고 있다.

한 가정법원 판사는 "서울시의 경우 한 분야만 오래 전담해서 조사관 전문성을 높이려고 하고 있지만, 다른 시의 경우 대부분 조사관이 여러 분야 사건을 맡고 더한 곳은 기타 재판 업무를 맡는 직원이 이 역할을 맡는다"며 "아동보호 사건은 사건 초기에 심리학과 대화법 등 교육을 수료한 전문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고 했다.

가사조사관이 이혼, 아동학대, 청소년 범죄 등 각 분야를 전담하는 인력 체계가 구축 돼 있는 게 모범적이지만, 대부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투입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인천가정법원 또한 가사조사관 10명이 있으나 전담 분야가 있는 건 아니고 재판부에서 배당하는 사건에 따라서 조사를 맡고 있다.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추홀구 형제 사고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의견이 사법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사례로, 적절한 조사를 바탕으로 판단이 이뤄졌는지 되짚어봐야 한다"며 "아동학대는 신체적 폭력 외에도 방임과 언어폭력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사안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는 만큼, 대상자인 아동은 물론 이웃과 학교 등 다양한 경로로 주변을 탐색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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