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5주년·'대전환의 시대']창업으로 바꾼 제2의 인생

전환점에 선 중장년 '나만의 길' 찾다

김성주·김태양 기자

발행일 2020-10-07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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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49.1세 퇴직… 향후 20년 삶 재설계 필요
치킨집·편의점 개업 대신 '도전' 기회로 삼아
경기일자리재단·인천중장년기술창업센터 등
관련 교육·사업화·공간제공까지 다양한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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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의 시대가 시작됐다. '제4차 산업혁명'이 전환점이라면, '코로나19'는 전환점을 앞당기는 에스컬레이터로 작용하면서 개인은 물론, 기업과 정부 모두 새로운 체력을 기르고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개인 역시 기존에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기업과 가치관을 모두 내려놓고 코앞으로 다가온 전환점을 어떻게 돌 것인지, 그 후 자신은 어떤 모습이 돼야 하는지 설계해야 하는 때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이 2018년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중장년이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은 49.1세(남성 51.4세·여성 47.1세)로 조사됐다.

그러나 퇴직이 곧 경제활동 중단을 뜻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 40대 전후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뒤 20여년을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상황이다. 개인적 대전환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더 큰 꿈으로 자신의 삶을 더욱 빛내는 사람들이 있다. 창업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이들이다.

# 꿈을 현실로 실현하는 중장년 창업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시련을 온몸으로 받아낸 중장년들의 창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한때 창업이 '고용되지 못해 스스로를 고용한다'는 뜻으로 읽히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 더욱 치열해진 경쟁 속에 '치킨집', '편의점'으로 대표되던 창업의 러시는 종말을 고했고, 시대의 흐름을 타고 나만의 길을 개척하는 '창업'이 대세가 됐기 때문이다.

경기도일자리재단 여성능력개발본부 정보미 과장은 "매년 여성창업플랫폼을 통해 창업을 희망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며 "경기도에서만 매년 100건 내외의 창업과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은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창업보육센터·창업성장센터 등을 단계별로 운영해 여성창업자를 육성·지원하고 있다. 창업을 지원하고, 창업기업이 직원을 고용하는 등 선순환구조를 이루고 있다.

또 재단이 운영하는 '원스톱 창업지원 프로세스'는 창업관련 교육과 온라인 창업상담, 전문가 멘토링 등을 제공한다.

인천시는 인천중장년기술창업센터를 통해 경력·기술 아이디어 등을 보유한 만 40세 이상 중장년을 발굴해 창업 과정을 지원한다. (예비)창업기업 등을 대상으로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예비)창업자 육성에 필요한 경영 지원 등을 펼친다. 창업 교육, 멘토링, 사업화 지원, 투자 코칭 지원 등 창업 전 단계를 지원하고 있다.

# 할 수 있는 걸 찾을 게 아니라 내 선택지를 늘려야죠.

인터넷쇼핑몰 운영 전미란씨(前 뷰티사업가) "창업은 인생의 선택지 늘리는 것"


사업과 대학 강의를 병행하던 도시의 커리어우먼 전미란(46·사진)씨는 숲속 전원마을의 '전 선생'으로 살고 있다. 물건은 손으로 만져보고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고 믿었던 그가 인터넷 쇼핑몰 사장님으로 변신해 연일 최고 매출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는 것이다.

전씨는 "1년만 쉬자는 생각으로 전원주택으로 이사했더니 지인이 떠맡기듯 반려견을 부탁했는데 '그 아이'로 인해 발이 묶여버렸다"며 "아픈 반려견을 두고 나갈 수 없어 할 수 있는 걸 찾다 보니 인터넷 쇼핑몰이 있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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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업계에 오래 몸을 담았던 전씨는 "뷰티업계의 핵심은 건강이다. 건강을 지키는 먹거리를 조금씩 판매하기로 했다"며 "경기도일자리재단 여성능력개발본부 등을 통해 여러 지원을 받으면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많은 지원을 받아 쇼핑몰 문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전선생 부엌'은 현재 포털에서 상위 랭킹을 기록하고 있는 인터넷쇼핑몰이다. 건강한 먹거리를 판매하면서 고객들과 끊임없이 소통한 결과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 2018년 2월 문을 연 이후로 끊임없이 매출이 늘어 성공한 커리어우먼 시절에 비해 몇 배의 소득을 기록하고 있다.

전씨는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하지만 난 아니라고 본다"며 "창업은 내 과거와의 헤어짐이 아니라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다. '도시의 전미란'과 '전원마을의 전미란' 모두가 나"라고 말했다.

# 내 이름이 곧 브랜드

벤처 기업가 변신 이선화씨(前 전업주부) "내 이름 딴 브랜드 만들고 싶었다"


인천에 거주하는 이선화(51·사진)씨는 전업 주부에서 직장인으로, 또 지금은 벤처 기업가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다 문뜩 나 자신을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들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 이름으로 된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20대 초반 젊은 나이에 결혼해 전업주부로 살다, 10여년간 보습학원 상담실과 이동통신업계 등에서 일을 하며 결혼·출산·육아라는 정해진 레일 위를 달려온 평범한 중년 여성이었다.

하지만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잠자고 있던 사업가의 꿈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는 "주부가 무슨 사업이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변의 만류가 들리지 않을 만큼 무언가 이뤄내고 싶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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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K-Startup 창업 지원포털을 통해 인천 중장년기술창업센터의 사업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막연했던 사업가의 꿈에 한발씩 다가가고 있다. 기능성 배달용기를 구상해 경진대회에 입상했고, 현재 예비 창업자로 인천 중장년기술창업센터에 입주해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제품을 준비하면서 고려할 게 많은데 생각만큼 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표정만큼은 높은 만족감과 기대로 밝았다. 그는 "능력이 뛰어나도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내 남은 인생, 창업을 통해 더욱 빛을 내겠다"고 말했다.

# 어린시절 키웠던 발명가의 꿈, 중년에 다시 도전합니다

메디컬 회사 설립 윤한철씨(前 직장인) "남은 인생 못다한 꿈 위해 살고파"


코리아 삼바우 메디컬(주) 윤한철(47·사진) 대표는 지난해 11월 회사를 설립했다. 안정적이었던 직장을 떠나 소년 시절의 꿈을 다시 쫓기로 한 것이다.

그는 "어렸을 때 꿈이 과학자였지만 20~30대에 금융 위기를 겪어 어려운 경제사정에 마냥 꿈 얘기만을 할 수 없었다"며 "중년이 되자, 어린시절 강하게 꿈꿔왔던 삶을 지금이라도 실현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남은 인생을 다시 꿈을 쫓는데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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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도전하는 것은 칫솔이다.

늦은 나이에 도전한다는 불안감도 들었지만 구강 구조에서부터 치위생학, 기계공학 등을 공부해 기초를 쌓고, 치과의사와 연구원, 제조공장 등을 찾아가 보완에 보완을 거쳐 설계를 완성했다.

윤 대표는 "100세 시대라는 말처럼 중장년들도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시대가 오고 있다"며 "지금까지 가족 등을 위해 살았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은 못다한 꿈을 이루는 데 쓰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주·김태양기자 ksj@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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