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형제 참사' 본질은 기관협력과 해결의지 결여

경인일보

발행일 2020-10-07 제27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의식을 잃은 채 사경을 넘나들던 인천 용현동 형제가 눈을 떴다. 지난달 14일 엄마도 없는 집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려다 발생한 화재로 중화상을 입은 지 보름여 만이다. 화상전문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형제가 의식을 회복했다는 소식은 끝도 모른 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뒤늦게 받은 귀한 추석선물이 됐다. 형제가 어렵사리 살아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던 동네 어른들은 한결같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던 이야기"라고 기뻐했다. 이런 따뜻한 관심이 형제의 눈을 다시 뜨게 한 힘이 됐다.

이번 사고는 불행하게도 용현동 형제에게 먼저 닥쳤을 뿐 우리 사회 어디에서든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사회적 참사다. 용현동 형제에 대해서도 지난 2018년 9월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세 차례나 아동방임신고가 접수됐으나 실질적인 보호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법원에 어머니와 형제에 대한 분리·보호 명령 청구를 했으나 기각됐다. 대신 내려진 전문기관 상담 처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실행되지 못했다. 학교 측도 형제의 양육환경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수업이 비대면 원격으로 진행되면서 관리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긴급돌봄제도는 형제의 어머니가 가정보육을 원한다며 신청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됐다.

뒤늦게 이런저런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정부는 공식 사과하고, 국회의원은 재발방지법을 만들겠다고 서두른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은 돌봄 사각지대에 대한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한다고 한다. 경찰청까지 아동학대와 방임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다들 핵심을 놓치고 있다. 제도가 없어서 이런 참사가 빚어진 게 아니다. 보완하겠다고 이구동성이지만 구멍 난 부분이 어마어마하게 큰 게 아니다. 일찌감치 경보가 울렸음에도 직접적인 구조와 구난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관련기관들의 협력과 문제 해결 의지가 결여됐기 때문이다. 그게 본질이다. 간과한다면 그저 일회성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경인일보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관련 태그 뉴스

경인일보 채널

  • 강원일보
  • 경남신문
  • 광주일보
  • 대전일보
  • 매일신문
  • 부산일보
  • 전북일보
  • 제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