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도로 양쪽이 이면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도로는 지난달 14일 발생한 화재로 초등학생 형제가 크게 다친 화재 사고 당시에도 이면주차로 인해 소방차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0.10.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사후 부담감 높아 강제처분 '0건'
인천, 소방시설 인근 신고수 '2위'
"강제처분시 대원 불이익 없도록"
화재 진압 출동 때 소방차 통행을 방해하는 차량을 견인할 수 있는 조항이 있으나, 아직도 무용지물에 가깝다. 인천 미추홀구 형제 화재 참변 때도 골목길을 가득 채운 차량으로 소방차 진입에 차질을 빚었다는 지적이 나와 소방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달 14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초등생 형제 단둘이 점심을 해결하려다 불이 나 크게 다친 사고와 관련한 소방당국 영상을 보면, 소방차량이 화재 현장 진입로 양쪽에 주·정차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장면이 나온다.
미추홀소방서 관계자는 "당시 골목길 양쪽에 있던 차량을 피해 조심스럽게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화재를 신고하고 밖에서 소방차를 기다리던 주민 김일랑(79)씨는 "소방차가 폭 7~8m 정도 되는 도로 양쪽의 차량을 피해 좁은 골목을 어렵게 지나왔다"며 "이곳에서 40년 가까이 살면서 주민들도 주·정차 차량으로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화재 등 위기상황 때는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긴급출동을 위한 소방차 진입로를 확보하는 문제는 매번 중요한 사안으로 논의됐다. 지난 2017년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폭 6m 도로 양쪽에 있던 불법 주·정차차량으로 진입 초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2018년 개정한 소방기본법은 '소방 본부장·서장·대장은 긴급출동 시 소방 자동차의 통행과 소방활동에 방해되는 강제처분과 그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비례)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방활동 중 차량 견인 등의 강제처분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국립소방연구원이 올해 4~5월 소방공무원 1만45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63.3%가 강제처분 제도를 "매우 필요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방공무원 절반 가까이가 이 제도가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는 이유로 "사후 처리 과정상 행정·절차적 부담이 크다"고 했다.
인천의 한 소방대원은 "강제집행 이후 실제 소송으로 가면 당사자인 대원들이 책임져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진입로에서 막히면 일단 내려서 소방호스 15m짜리를 이어 들고 화재 현장까지 뛰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인천지역은 소화전 등 소방시설 인근 불법 주·정차 신고 건수가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경기도(4만4천25건·28.8%)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2만6천103건(17.1%)으로 집계될 만큼 지역 내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상황이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출동 시 진입로가 원활하게 확보되지 않으면 결국 소방 대응 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어 강력한 단속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위기상황에서 소방대원들이 강제처분 제도를 이용할 때 부담을 갖지 않도록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제도적 보완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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