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화재 피해 형제' 동생, 사회 곳곳 애도물결

등교 기다리던 학교 친구들 "부디 천국에선 아프지 않기를…"

박현주 기자

발행일 2020-10-23 제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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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형제
지난달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빌라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형제 중 동생이 치료 중 숨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는 가운데 22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형제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동생의 명복을 빌며 추모리본을 달고 있다. 2020.10.2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운동장 펜스에 모여 추모 띠 행사
동네 주민들 "매일 응원했는데…"

최소 조문객만 받고있는 가족들
충격 빠질까 형에게 비보 못전해


"좋은 곳에 가서 편히 쉬어."

인천 라면 화재 피해 형제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최윤정(초6·12)양이 지난 21일 세상을 떠난 A(8)군을 기리기 위해 쓴 메시지다. 22일 오후 학생들은 수업 시간 학교에서 준비한 띠에 A군을 기리는 메시지를 적고 운동장에 있는 안전 펜스에 매다는 추모 행사를 했다.

최 양은 "오늘 오후 12시께 담임 선생님이 '많이 아팠던 2학년 동생이 세상을 떠났다'고 알려주고 함께 추모 띠를 만들었다"며 "친구들은 '부디 천국으로 가렴', '좋은 곳에서 아프지 않길 바라'라고 써서 운동장에 있는 안전 펜스에 매달았는데 직접 A군을 보진 못했어도 뉴스로 자주 소식을 접했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형제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1학년 손자를 돌보는 지현숙(57·여)씨는 "사고 이후 아이에게 가스레인지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등 안전에 대한 주의를 주었다"며 "늘 학교 앞을 지나면서 '라면 화재' 형제가 잘 회복하고 있는지 걱정했는데 참담한 소식을 듣고 놀랐다"고 했다.

화재 당시 직접 119에 신고를 하고 형제의 쾌유를 빌었던 동네 주민들은 비보를 접한 21일부터 침통한 분위기에 잠겼다.

형제가 살던 빌라 맞은편 주택에 거주하는 80대 주민은 "화마 속에 잘 버텨준 형제가 대견스러워 주민들 모두 매일 길거리에 나와 아이들 얘기만 하면서 응원했다"며 "둘째가 5살 정도 돼보이는 체구를 가졌는데,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먹먹하다"고 했다.

인천 연수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A군 빈소엔 어머니와 외할아버지 등 가족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유족들은 친척들에게 사고 소식을 전하지 않고 최소한 인원의 조문객만 받았다.

A군 빈소엔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화환 2개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빈소 앞 알림판엔 A군의 사진이나, 간단한 인적 사항을 담은 알림판조차 없이 입구 셔터가 절반 이상 내려와 있었다.

유족들은 A군을 극진하게 아꼈던 형 B(10)군이 큰 충격에 빠질까 봐 아직 비보를 전하지 못한 상태다. 형제의 외할아버지는 "첫째 아이에게 차마 말 못하고 엄마 교육받으러 간다고 거짓말했다"며 "큰놈은 영상통화도 잘할 정도로 회복했고, 작은 놈도 성대가 부었지만, 말도 하고 그랬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초등생 형제는 지난달 14일 오전 11시 16분께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비대면 원격 수업을 하면서 단둘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나 중화상을 입었다. A군은 5% 화상을 입었으나 호흡기를 심하게 다치고 형 B군은 전신 40% 화상을 입었다.

형제는 추석 연휴 의식을 되찾았으나, 동생 A군이 지난 20일 저녁부터 호흡이 좋지 않고, 구토 증세 등으로 급격히 악화해 21일 치료 중 숨졌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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