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코로나 장기화…위협받는 정신건강

거리두기 사회 '그대안의 블루'

김종찬 기자

발행일 2020-10-23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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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중 4명은 불안감·우울감 경험
여성·노년층일수록 '사회적 고립' 위험
트라우마센터, 의료진 심리치료 의견도

코로나 이후 '자살예방 전화' 78.6% 증가
정부 민관협력 '정신건강복지 계획' 추진
지원법률따라 5년마다 수립… 연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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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장기화 되면서 '코로나 블루'의 위험성이 대두 되고 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19와 우울증(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사람들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격리 피로'가 쌓인 데다 스트레스를 풀 곳이 제한돼 있어 내면의 에너지가 분노로 분출되고 있다.

정부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른바 '코로나 블루'가 확산되자 잠재적 위험성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쏟아 내고 있고, 문화계에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심리방역 행사를 잇따라 진행하고 있다.

■ 정신건강의 경고등, 코로나 블루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최근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20~65세 이하 성인 남녀 1천3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중 4명은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 또는 불안감,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대 KU마음건강연구소(소장 최기홍 심리학과 교수)가 지난 5월, 7월, 9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실시한 '코로나19 관련 국민 정신건강 추적 연구'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4명꼴로 경도 이상의 우울·불안을 경험하고, 5명 중 1명가량은 자살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면·식사·운동·대인관계·교육 활동을 포괄하는 '활력지수' 조사에서는 여성의 활력이 남성보다 최소 5% 가량 뒤지는 것으로 조사돼 여성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고, 아울러 노인의 사회적 고립감과 우울증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았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통계청 통계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코로나 블루'의 전체 우울척도(CES-D) 평가 평균은 17점인데 비해 60대 남성은 20.6점, 70대 여성은 19.6점으로 전 연령대보다 높은 평균 우울증 의심증세를 보였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의 경우 감염의 우려로 요양보호사의 방문을 꺼리거나 요양보호사가 감염 우려로 돌봄 일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노인 돌봄의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인데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최소 5개월 이상 휴관했던 노인복지관은 전국 394개소 중 97.5%, 경로당은 6만7천여개소 중 76.5%로 조사됐다.

그 만큼 노인들의 경우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 등 집합 여가 활동 등의 금지로 사회적 고립이 깊어지고 우울증 및 치매 증가의 우려 또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춘숙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노인집단은 확진 시 높은 치명률로 위험에 노출돼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 형성의 어려움으로 심리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 19 최전방을 지키는 의료진은 코로나 방역 스트레스와 의료계 총파업 등으로 겪은 핵심인력 공백으로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살 위험성과 우울증 증상이 나란히 40%(국가트라우마센터의 조사)를 넘어서면서 방역 최전방 의료진 2명 중 1명이 '코로나 블루'의 위험성에 심각하게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트라우마센터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트라우마센터의 소진관리 프로그램 사전 설문조사에 응한 319명 중 49.5%(158명)가 자살 위험성을 보였다. 우울증을 겪은 비율도 41.2%(132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재난이나 사고로 인해 충격을 받은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응을 지원하는 기관인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의료진에 대한 전문적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낸 상태다.

■ 백신도 없는 '코로나 블루', 사회적 관심 필요


코로나 19에 대한 우울·공포·불안감으로 인한 국민들의 심리적 고통이 심화 되고 있다.

이에 '코로나 블루'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실제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한 국민들의 심리상담 건수가 51만 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살예방 상담전화 통화 건수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예방 상담전화를 찾은 통화 건수는 한 달 평균 9천217건이었으나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는 월평균 1만6천457건으로 78.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종식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는 국민들이 많아지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1단계로 조정하는 '코로나 블루' 해소 카드를 집어 들었다.

다만 정부는 개인 방역 수칙 준수를 법적 의무화했다. 정부는 다음달 13일부터 대중교통, 의료기관 등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큰 곳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어기면 당사자에게 최고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코로나 우울 극복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정신건강복지 기본계획'을 추진하고, 민관 협력 강화에 나선다.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국가 기본계획으로, 정부는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실효성 있는 기본계획을 마련해 오는 12월 발표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고령화 등 사회 구조적 원인과 더불어 코로나19 우울 확산에 따라 사회 전반에 걸쳐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며 "국가의 책임과 역량을 확대하는 실효성 있는 기본계획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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