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새 국면에 들어선 언론영역 징벌적 손배제 도입 논쟁

이용성

발행일 2020-10-26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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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가짜뉴스 보도 등
반사회적 위법행위 배상책임 인정
법무부, 징벌적 손배제 담은 법 개정
국회 안 거친 정부법안 불과하지만
제도도입 입법화 할 가능성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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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지난 6월 '월요논단'을 통해 '언론영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란 의견을 내놓은 적이 있다. 칼럼이 나간 뒤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013년과 동일한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9월6일 발의했다. 개정안은 언론사의 악의적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될 경우에 법원이 실손해액의 3배가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담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여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실질적 피해를 구제하려는 취지의 법안이었다.

명예훼손 등에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면 이중 처벌될 수 있고 언론사가 자기검열을 하게 되어 언론자유가 위축 훼손될 수 있으며 악의적이라는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법무부가 9월28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 법무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반사회적인 위법행위에 대하여 실손해 이상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제도라고 정의한다. 가습기 살균제,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가짜뉴스 및 안전기준 위반의 대규모 참사 사고 등 이윤추구를 본질로 하는 영업활동 과정에서 반사회적 위법행위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2011년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이래로 20여개 법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됐지만 법률 간 형평성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에 주로 이윤추구의 영업활동 과정에서 악의적 위법행위의 유인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여 상거래 활동에 관한 일반법인 상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 것이다. 기업 등이 영업행위 과정에서 고의 및 중과실 등 악의적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 적용되는데 언론사도 예외가 아니다. 법원이 고의와 중과실 정도를 고려하여 실손해의 5배 이내 배상책임이 부과될 수 있게 된다.

아직 국회를 거치지 않은 정부입법안에 불과하지만 입법화할 가능성이 높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위한 집단소송법과 함께 입법 예고되면서 적극적인 지지여론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등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사회적 위법행위에 대해 소비자 피해를 충분히 구제하고 고의·중과실로 인한 기업의 위법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두 제도가 전면 도입돼야 한다는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의 적극적 지지 의견이 있었다.

정청래 의원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는 징벌적 손배제 도입이 언론자유를 유린한다고 반대했다. 징벌적 손배제가 언론보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고 가짜뉴스나 언론보도의 고의나 중과실의 기준에 대한 면밀한 논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지금 언론 관련 소송과 마찬가지로 법원이 언론자유와 인격권 침해 등의 무게를 비교하고 가짜뉴스나 허위보도, 고의·중과실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신문협회 등이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구제를 할 수 있는 제도가 다양하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위해 언론중재법을 개정하고자 할 때 신문협회 등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상법 개정안 보도자료 등에서 가짜뉴스나 허위보도 등이 반사회적인 위법행위의 하나로 분류됐다는 점은 우리 언론 보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과 가족에 대해 허위사실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 소송 등을 벌이고 있다. 소송 대상이 된 언론보도 내용만 살펴보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필요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언론보도 영역에 징벌적 손배제 도입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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