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피한 난민… 차별·편견 견디며 일상 생활
공동체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 두 아들 걱정
2016년 한국에 정착한 예멘 출신 다나트(여·가명)씨는 공격적인 말투로 "왜 한국에 왔느냐"라고 하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했다. 예멘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내전이 진행되고 있다. 다나트씨는 전쟁을 피해 한국에 왔고, 난민으로 받아들여졌다.
두 아들과 함께 한국에서 생활하는 그는 수차례 혐오 섞인 발언을 들어야 했다. 2018년에 가장 심했다. 당시 예멘에서 500여명이 제주도로 와 난민신청을 했다. 이를 두고 우리 사회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난민 인정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으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예멘 난민 추방을 요구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다나트씨는 당시를 "힘든 시기였다"고 했다. 그는 "이전까지 친절하게 대해주던 분들도 태도가 차가워졌다"며 "많은 분들이 화를 내는 것처럼 '왜 한국에 왔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같은 해 그는 작은 박스 제조공장에 취직했다. 이곳에서 그는 욕설과 폭언을 들어야 했다. 공장 사장은 외국인에게만 큰 소리를 내고 욕을 했다고 한다. 다나트씨는 어렵게 구한 일자리이지만 2개월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다나트씨는 초등학교 1, 3학년인 두 아들에 대한 걱정도 크다. 그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함께 거리를 걷다가 주변에 또래 아이들이 보이면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피부색 등의 차이로 아이가 학교에서 적응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는지 걱정이다.
그는 한국사회가 외국에서 온 이주민을 같은 공동체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다나트씨를 보는 시각도 냉랭해졌다. 다나트씨는 "물론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많다"며 "코로나19와 관련해 외국인을 더 위험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고 했다.
다나트씨는 이주민이자 싱글맘이다. 차별과 편견을 견디면서도 자녀들을 키우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언어 등의 이유로 취직을 하는 것도 어렵고, 종교적 이유로 히잡을 쓰는 것도 지적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그는 "한국 사회가 이주민에게 더욱 열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글 : 정운차장, 이원근, 이여진기자
사진 : 김도우기자
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