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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 철 양떼 방목장에서 함께 일하게 된 두 청년이 오랜 친구처럼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 우정은 친구 이상으로 발전하지만 둘은 감정의 실체가 뭔지 모른 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4년 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1년에 한두 번씩 만나 함께 지낸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성소수자 이야기다. 2005년 개봉돼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요절한 '조커' 히스레저의 대표작이다.

커밍아웃은 동성애자 및 성소수자들이 성적 정체성을 스스로 밝히는 일이다. '벽장 속에서 나오다(Coming out of the closet)'라는 뜻에서 유래됐다. 서구에서는 동성애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는 것을 '벽장 속에서 산다'고 표현한다. 방송인 홍석천은 국내 연예인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2000년 커밍아웃을 했다.

지난주 추미애 장관이 페이스북에 자신을 공개 비판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에 대한 기사를 공유했다. 그러면서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 라는 글을 올렸다. 이 검사를 개혁대상이라고 칭한 것이다. 이후 추 장관에 반발해 커밍아웃을 자청한 검사가 200명을 훌쩍 넘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사이트에는 '커밍아웃 검사 사표 받으십시오'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답변 기준인 30만명을 돌파했다.



법무부와 검찰 발(發) 커밍아웃 논쟁에 시민사회단체는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한 시민단체는 "장관이나 검사들의 글에 등장하는 커밍아웃은 본래의 뜻과 어긋날뿐더러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만들어온 용어의 역사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이 커밍아웃이란 말을 사용한 것 자체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별과 관련해 누구보다 인권의식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은 동성 간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추세다. 벽장을 뚫고 나와 대중 앞에 당당하게 밝히는 유명인들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우리는 커밍아웃한 연예인이 드물고, 일반인은 정도가 더 심하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여전한 때문이다. 추 장관은 "불편한 진실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장관과 검사들의 난전(亂戰)은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소리로 성소수자들이 상처를 입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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