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38)]항공인력 양성과 인천

국산 로켓 쏘아올린 선배들의 꿈처럼, 하늘에 미래를 건 청년세대 요람으로

공승배 기자

발행일 2020-11-12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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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항공MRO단지' 추진하는 인천시
인천공항 인접해 '원스톱' 시너지
폴리텍대 남인천캠 'MRO과' 준비
수억원 고가장비 '현장 맞춤 훈련'
인하공전, 승무원 양성 학과 명성

1958년 인천서 국산로켓 최초 발사
2년뒤 인하대생들 첫 회수장치 로켓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선구적 설치
송도 산학융합지구 530여명 교육중
대학연구·기업기술 결합 인재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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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항공기는 2018년 2만5천800여대에서 2038년 5만600여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트 형제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비행'에 성공한 1903년부터 110년 넘게 성장한 항공산업이 향후 20년 사이 급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항공산업 성장에 따른 인력 양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인천은 항공 인력 양성에도 중심에 있다.

11월10일 오후 1시께 찾은 한국폴리텍대 남인천캠퍼스는 '항공MRO과' 개설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는 항공정비를 의미한다. 한국폴리텍대는 '실무 능력을 갖춘 항공정비 인력 양성'을 목표로 인천공항과 가까이에 있는 남인천캠퍼스에 항공MRO과를 신설해 내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실습실로 들어서자 8개의 모니터와 조종간, 각종 버튼 등으로 구성된 항공정비 시뮬레이터가 눈에 띄었다. 보잉 737 기종의 조종석을 본떠 만든 장비였다.

항공기를 움직이자 오른쪽 모니터에선 유압 계통과 연료 계통 등의 흐름이 표시됐다. 실제 비행 중 각종 장비 계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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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리텍대 남인천캠퍼스 항공MRO과에 마련한 항공정비 훈련 시뮬레이터. 보잉 737 기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약 130개 결함에 대한 정비 훈련을 할 수 있다. 항공정비 시뮬레이터는 국내 최초로, 인천 기업인 '누리에어로'와 미국의 한 업체가 개발했다. 2020.11.11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설정을 바꾸자 앞쪽 메인 모니터에는 기체 하부에 있는 장비실 모습이 나타났다. 컴퓨터 본체처럼 생긴 수많은 장비가 마치 전산실을 연상시켰다. 항공정비사들이 결함 발견 시 작업을 하는 곳으로, 현장에서 근무하는 정비사가 아니면 들어가기 어려운 공간이다.

시뮬레이터로 장비실에서 장치를 교체하는 등 실제와 같은 정비가 가능했다.

이 장비는 국내 최초의 항공정비 훈련 시뮬레이터다. B737 기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약 130개 결함 상황을 부여해 보잉의 매뉴얼에 따라 정비 훈련을 할 수 있다.

결함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으면 실습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시뮬레이터로 훈련할 수 있다. 장비 가격은 약 3억원에 달한다. 인천 기업인 '누리에어로'와 미국의 한 업체가 개발했다.

실습실 한쪽에는 B737 기종의 실제 랜딩 기어와 브레이크가 있었다. 이착륙 시 지면에 닿는 바퀴가 랜딩 기어다. 높이만 약 2m에 달한다. 한국폴리텍대는 저비용항공사(LCC)가 주로 운용하는 B737 기종에 대한 특화 정비 교육을 위해 1억원을 들여 이들 장치를 도입했다.

항공MRO과는 내년 20명의 학생에게 1천200시간의 교육을 진행해 현장에서 원하는 정비 인력으로 양성하겠다는 목표다. 교육비는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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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학생들이 항공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 2020.11.11 /인하대 제공

한국폴리텍대 김형래 항공MRO과 교수는 "항공정비 업체가 현장에서 요구하는 수준과 구직자의 실무 능력이 여전히 큰 차이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현장에서 요구하는 교육 수준을 분석해 그에 맞는 정비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항공MRO 산업은 항공기 수 증가에 따라 큰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 중 하나다. 항공기 운항 전후로 정비와 수리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내 통로가 1개만 있는 협동체 항공기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주로 운용하는 LCC의 정비 수요를 국내에서 감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LCC 대부분은 외국 정비사 등에 항공기 정비를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 있는 4개의 격납고도 아시아나항공(2개)과 대한항공, 샤프테크닉스케이가 대부분 자가 정비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가 남인천캠퍼스를 항공MRO 특화 캠퍼스로 만드는 이유도 인근에 국내 최대 관문인 인천공항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도 인천국제공항공사 등과 함께 인천공항 인근에 항공MRO 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제선 수요가 집중된 인천공항에 항공정비 단지를 구축해 '원스톱' 정비 등의 시너지 효과를 얻겠다는 계산이다.

인천공항의 항공기 결항 중 정비 문제로 인한 결항 비율이 개항 초기였던 2001년 4%에서 2016년 25.3%까지 증가한 점만 봐도 인천공항 내 항공정비의 필요성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2017년 항공MRO 사업자로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선정했고, 사천시는 MRO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사천시가 인천공항 정비단지 조성에 반발하고 있어 이는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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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인천산학융합지구 전경. 항공우주융합캠퍼스와 기업연구관 등으로 구성됐다. 2020.11.11 /인하대 제공

인천에선 산·학 협력으로 항공 인력을 양성하는 활동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송도국제도시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지어진 산학융합지구는 말 그대로 대학교의 연구 능력과 산업체의 기술을 결합해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적이다.

핵심은 '항공 산업'이다. 산학융합지구는 항공우주융합캠퍼스와 기업연구관으로 구성됐다. 캠퍼스에서는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학생 등 530여 명이 현장 맞춤형 교육을 받고 각종 연구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인력 양성의 대표적인 예가 항공산업교육훈련센터다. 2017년 개원한 인천산학융합원은 2019년 말부터 이 센터에서 항공정비 전문 인력을 교육하고 있다. 항공정비사 자격증을 가진 미취업자와 퇴직자를 대상으로 B767·B747 기종에 대한 정비 교육 등 약 4개월간 430시간을 교육한다.

우리나라에서 항공사를 제외한 교육훈련기관이 B767과 B747 기종으로 교육하는 곳은 인천산학융합원 항공산업교육훈련센터가 유일하다. 지난해에는 A320 기종 교육을 수료한 30명 중 18명이 취업을 했고, 올해는 B767 기종 교육 수료자 20명 중 11명이 취업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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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천산학융합원 항공산업교육훈련센터에서 교육생들이 항공정비 교육을 받고 있다. 2020.11.11 /인천산학융합원 제공

인하대학교도 1972년 설립한 항공우주공학과에서 항공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항공기로 대표되는 대기권 비행체와 인공위성 등 우주비행체 설계·제작·운용에 대해 교육한다.

모집 정원 30명의 항공공학과로 처음 설립한 이 학과는 1989년부터 지금의 학과명을 사용하고 있다. 학과가 설립된 1970년대 초에는 서울대와 한국항공대 정도에만 항공공학과가 있었다. 카이스트(KAIST)의 전신인 한국과학원에도 1979년에서야 항공공학과가 생겼다.

인천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국산 로켓 발사에 성공한 곳이다.

동아일보는 1958년 10월12일 '국산 로켓트 성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초로 국산 로켓트가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 국방부과학연구소의 제작품인 로켓트 실험은 인천 근교 해변에서 극비리에 실시돼 7개의 로켓트 중 여섯 발이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 시기는 과거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한 지 약 1년 뒤다. 당시 국산 로켓은 큰 것이 길이 약 1.7m에 무게 약 58㎏으로, 8㎞를 날아갔다고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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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첫 국산 로켓 발사 성공에 이어 1960년 11월19일 인하공대 병기공학과 학생들도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11월20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국산로켓트 발사에 성공'이라는 제목의 기사. /동아디지털아카이브

2년 뒤에는 인하공대(현 인하대학교) 병기공학과 학생 15명이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대한우주항행협회에서 주최한 전국 공과대학 로켓 발사대회에 단독 출품한 'IITO-1A'와 'IITO-2A'다.

동아일보는 1960년 11월20일자 기사에서 "수천 관중이 모인 가운데 인천 근교 송도 발사장에서 2A호가 폭음도 요란히 하늘 높이 솟아올라 관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며 "학생들과 여러 연구 단체 또 학교의 제작비 제공이라는 이상적인 '케이스'로 제작이 순조로워 크게 주목을 끌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IITO-1A'호에는 동체 회수를 위한 장치도 있었다. 최종적으로 동체 회수에는 실패했지만 회수 장치를 갖춘 국내 첫 로켓 발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항공 승무원 양성에서도 인천은 중심에 있다. 인하공업전문대학교 항공운항과는 국내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이 학과는 객실승무원 양성을 위해 1977년 국내 최초로 설립됐다. 현재 2년 교육과정인 이 학과는 한 학년 모집 정원이 190명으로, 국내 관련 학과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국내 다른 대학 학과와 달리 교육과정이 오로지 객실승무원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객실 안전 점검부터 비행 전, 비행 중, 비행 후에 승무원이 해야 할 모든 임무를 교육한다. 교수진 역시 13명으로 국내 학과 중 가장 많은 데다 대부분 교수가 대한항공 등 대형 항공사에서 팀장급 이상으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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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공업전문대학교 항공운항과 학생들이 객실승무원 교육을 받고 있다. 2020.11.11 /인하공전 제공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7천만명을 넘어선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2030년 9천9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제2여객터미널 확장, 제4활주로 신설 등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다. 인천시도 인천의 항공산업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 관련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천산학융합원 관계자는 "국제 인증을 갖춘 항공인력을 육성하고, 항공부품 시제품 제작 등을 지원해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전문인력 양성체계를 구축해 인천 지역 산업단지 구조 고도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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