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첫 '봉황대기 품은' 인천고 야구…'덕장' 계기범 감독

지도자 이전에 모교 선배 "포기하지 말고 가자"

윤설아 기자

발행일 2020-11-18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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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에서 첫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인천고 야구부 역사를 새롭게 쓴 계기범 감독은 "'포기하지 말고 한번 끝까지 가보자'는 정신으로 임해 우승할 수 있었다"며 "따라와준 선수들과 응원해준 동문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 인천 토박이 야구인

태평양 소속 선수 시절 준우승이 전부
"특별히 잘하지 못했고 우승 경험 없어"
동인천중 이어 모교 모두 우승 진기록
전국 제패 원동력 '3학년의 힘' 꼽기도

# 독후감 쓰게 하는 감독

책상에 선수 훈련일지 담은 공책 빼곡
한달에 한번 영화·책 소감 '특별지시'
"운동 병행 어렵지만 독서가 삶의 힘"
인성에 도움… 강한 정신력도 키워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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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는 프로야구와는 다른 고유의 매력이 있다. 별다른 기술을 보기가 어렵고 실수도 잦아 관중들 입장에서는 다소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완성된 선수들이 아니기에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 다듬어지지 않은 패기와 열정, 체구와 함께 매년 성장하는 실력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은 고교야구의 진한 매력이다.

올해 제48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에서 첫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인천고등학교 야구부도 마찬가지였다. 인천고는 봉황대기 이전에 열린 대통령배와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는 모두 첫 경기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모두가 인천고의 우승을 점치지 못한 상황에서 인천고는 결승까지 단숨에 진출, 서울고를 3대2로 누르며 '보란 듯이' 정상에 올랐다. 인천고의 전국 대회 제패는 2004년 대통령배 이후 16년 만이다.

공감인터뷰 계기범 인천고 야구부 감독

계기범(50) 인천고 야구부 감독은 "(1980년대와 비교하면) 지금은 고교야구가 침체기지만 고교생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열정,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프로야구와는 다른 점이자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라며 "'포기하지 말고 한번 끝까지 가보자'는 정신으로 임해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고가 봉황대기 고교 야구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1979년, 1996년 봉황대기에서 결승에는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기에 이번 성적은 더 값졌다.

계기범 감독은 "3대2로 앞선 순간에 마지막까지도 위험한 상황(9회 말 마지막 수비에서 1사 1·2루)이었는데 노명현 선수의 병살타 수비의 활약이 빛났다. 코로나19로 관중들이 없어 힘이 빠질 법도 했었는데,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도 끝까지 목청 내 응원하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인천고의 우승 요인은 서울고와의 결승에서 선발 투수로 나섰다가 다시 9회 말 마무리에서 팀 승리를 지킨 윤태현 선수의 역투로 꼽힌다. 2학년인 윤태현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무려 4승을 거두며 내년도 프로팀 지명까지 이미 점쳐지고 있다.

이밖에 한지웅 선수는 우수 투수상, 장규현 선수는 수훈상과 최다안타상을 동시에 받았고, 계기범 감독은 감독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계 감독이 꼽는 인천고의 우승 원동력은 '3학년의 힘'이었다. 이번 대회는 시기상 3학년 학생들의 프로팀 지명과 대학 진학이 모두 결정된 탓에 전국적으로 3학년 학생들의 동기 부여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인천고는 프로팀 지명을 받은 선수부터 그렇지 못한 선수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1·2학년과 힘을 모았다고 한다.

계 감독은 "프로팀 지명을 받아 몸 관리를 해야 하는 선수들부터, 비록 지명은 받지 못했지만 뛰어난 기량을 가진 김시현·노명현 선수까지 모두 후배들을 독려하며 이끌어준 것이 가장 고맙다"고 말했다.

공감인터뷰 계기범 인천고 야구부 감독
계기범 감독이 인천고 운동장에서 훈련 중인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1970년 동구 송림동에서 태어나 지금은 미추홀구 용현동에서 거주 중인 '인천 토박이' 계기범 감독은 초등학교 3학년때 아버지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해 서림초, 동인천중, 인천고등학교, 홍익대를 졸업했다. 1993년~1995년 태평양 돌핀스, 1996년~1997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타자로 활동했다.

태평양 소속 선수 시절에는 1994년 100타석 넘게 나와 0.262 타율을 기록하며 태평양을 준우승으로 이끄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후 1999년 모교인 동인천중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02년~2013년 감독을 맡았고, 그후 현재까지 모교인 인천고에서 감독을 맡고 있다.

계 감독은 동인천중 감독 시절에도 2013년 KBO배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해 출신 모교를 모두 승리로 이끈 '진기록'까지 세웠다.

그는 "사실 선수 시절엔 특별히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고 우승도 해보지 못했는데, 모교에서 감독을 하며 우승을 했다"고 웃어 보였다.

'모교 지도자'인 계 감독의 '후배 사랑'은 남달랐다.

이날 계 감독의 책상은 선수들의 '훈련 일지'가 담긴 공책이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하루하루 훈련했던 내용과 배운 점을 직접 손으로 써놓는 소위 일기장이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독후감'이었다. 선수들은 자신의 훈련 내용, 상대 팀 전력 분석뿐만 아니라 책을 읽은 후 느낀 '성실함', '꾸준함', '정직함' 등을 공책에 빽빽이 기록했다. 야구 실력은 물론 선수들의 바른 인성과 강한 정신력을 길러주기 위한 계 감독만의 '특별 지시'다.

계 감독은 "매달 하루 좋은 책 한 권이나 좋은 영화 한 편을 보고 소감을 쓰라고 한다. 운동하면서 책을 읽기가 어려운데 독서를 통해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큰 힘을 기르고 경기 시 정신력 관리에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춘기 무렵의 어린 선수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기 위한 계 감독의 지도 철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계 감독은 "원리원칙을 강조하고 다소 무뚝뚝하다"고 자신을 평가하면서도 "선수들 하고 코치,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해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계기범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프로팀 지명을 받지 못한 3학년 선수들의 이름을 몇 번씩이나 언급하며 염려하기도 했다. 인천고 야구부 3학년 11명 중 프로팀 지명을 받은 선수는 강현구(두산), 장규현(한화), 한재승(NC), 조성현(NC) 4명이며, 나머지는 대학 진학 등을 앞두고 있다.

계 감독은 "선수들의 10%만이 프로 선수가 되고 나머지 90%는 야구를 그만둬야 하는 처지에 놓이지만, 10%에 못 들어갔다고 해서 절대 실패자가 아니니 결코 좌절하지 말라고 늘 강조한다"며 "특히 대학에 진학한 우리 선수들은 기량이 충분해 이후에도 더 성장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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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꿈'을 묻는 질문에도 계 감독은 "인천고 야구부에 있는 한 우리 아이들이 사회 어느 분야에 진출해서든 멋지게 잘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재 목표이자 꿈"이라고 했다.

끝으로 "인천고 야구부 발전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주시는 조왕규 교장 선생님과 문승귀 부장님, 어려울 때 격려와 응원을 보내준 동문들과 총동창회, 후원회, 또 인고 야구를 사랑해주시는 주위 분들과 우승의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 계기범 감독은?

▲ 1970년 동구 송림동 출생

▲ 서림초, 동인천중, 인천고등학교, 홍익대 졸

▲ 1993~1995년 태평양 돌핀스

▲ 1996~1997년 현대 유니콘스

▲ 1999년 동인천중 코치 활동 시작

▲ 2002~2013년 동인천중 야구부 감독

▲ 2013~ 인천고 야구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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