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일자리와 주주자본주의

코로나 불황에 취준생 황량 들판 허수아비
인적투자 줄이고 주주가치 극대화 기업 탓
1970년대 신자유주의, 이러한 논리에 날개
경영인 단기성과 매몰땐 富양극화 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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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올가을 취업시즌이 끝나가고 있다. 벽두부터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으로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겨를이라도 있었는지 의문이다. 취업준비생들이 추수 끝난 들판을 지키는 허수아비 신세는 면해야 할 텐데 안타깝다.

항간에서는 코로나 백신개발 낭보에 일자리 회복을 기대하는 눈치이나 예단은 금물이다. 기업들의 직원 채용방식이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터에 다른 곳에서 신입사원 연수(?)를 마친 경력직을 선호하고 있는 탓이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처럼 기업들이 인적자본 투자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인구감소에도 노동시장의 과잉공급이 화근이다. 한때 전국의 공단도시마다 동네 강아지들도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였는데 그 많던 일자리들이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



갈수록 위력을 더하는 주주행동주의가 배경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카고대학의 밀튼 프리드만 교수가 1970년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기고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높이는 것'이란 칼럼을 계기로 주주가치 극대화가 주목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경제 불황에 따른 기업의 성과 저조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기업경영의 최우선 순위는 주주들의 몫인 배당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영학에서 주주는 '잔여청구권자'로 규정하고 있다. 상장기업들은 성과분배에서 경영자, 노동자, 공급업체, 채권자, 지주 등 여타 이해관계자들이 우선이고 꼴찌 차례가 배당으로 잔여부분이 없으면 주주들은 헛물만 켠다. 불경기일수록, 기업의 경영실적이 나쁠수록 주주들의 사기가 위축되는 것이다.

프리드만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때문에 비용이 상승하는 것도 그릇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는 주주가치 극대화 논리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한국, 대만, 멕시코 등 선발 개도국들에 대한 개방 압력이 점증했는데 선진국들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장부터 해외이전을 획책했다. 그 와중에서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매김했으며 생산의 해외 아웃소싱은 1990년대 동구권의 몰락으로 절정기를 맞이했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중반 민주화에 따른 비용급증을 계기로 전국 공업단지의 공동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세계화론자들은 선진국 기업들의 이윤극대화와 개발도상국들의 일자리 확대를 들어 무한경쟁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했다. 덕분에 지구촌에는 전대미문의 저물가시대를 맞았지만 무한경쟁 이익의 대부분은 극소수 가진 자들에 집중되었을 뿐이다. 세계 곳곳에 장기저성장의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혁신은 주주가치 극대화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업무 전산화 등을 배경으로 높은 이율의 자유금리상품과 '머니 마켓펀드'(MMF)가 등장한 이래 금융공학은 지속적으로 금융화의 저변확대를 선도했다. 기업들의 경영전략도 변했다. 1968년에 IBM의 톰 왓슨 주니어 회장은 IBM의 3가지 우선순위로 첫째 노동자 존중과 둘째 충실한 고객서비스, 셋째 탁월함 달성 등을 들었지만 2002년 사뮤엘 팔미사노 CEO는 IBM의 주된 목적을 향후 5년 이내에 주당 순이익을 2배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단기간 내에 실적을 끌어올려 최대한 많이 현금을 뽑아내려는 전략이었다.

결정적인 것은 기업들이 유보이윤으로 시장에서 자사주를 매입해 지배권을 튼튼히 하는 내용의 자사주 매입이었다. 적대적 M&A 등으로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나 주주 입장에선 필요한 때에 거금(?)을 만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자사주 매입에는 배당에서처럼 벌금성(?) 세금도 없어 일거양득이다. 전문경영인들도 자사주 매입을 반긴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서 소각하면 발행주식수 감소로 주당순이익(EPS)이 상승해 경영자들의 몫(스톡옵션)이 덩달아 커지는 때문이다.

오너와 경영인들이 단기성과주의를 탐하는 한 장기적으로 부(富)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투자성향은 떨어져 일자리가 더 감소하는 법이다. 1981년부터 20년 동안 미국 GE 회장을 역임한 '전설적 경영자' 잭 웰치는 2009년에 '주주가치란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아이디어'라 질타했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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