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세월따라 변화하는 '가족의 초상'

당신의 이웃이 비혼부모·6촌 부부라면…

공지영·손성배 기자

발행일 2020-11-20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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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연출된 이미지입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사랑이 아빠' '방송인 사유리씨' 등
비혼부모 가정 여전히 현실적 제약
경기도만 수천명 달해… 전국 최다
부정적 인식탓 정서적 지원책 전무

'6촌 혼인무효 판결' 헌법소원 청구
8촌 이내 금혼 '과잉금지 위반' 주장
독일·일본 등 3~4촌 이상 혼인 가능
혈족규정 '동고조팔촌' 풍습 심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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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떠올리면 우리는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때론 뭉클한 마음에 눈물도 짓는다. 통상 우리에게 가족이란 감정의 산물이다. 하지만 사회 속 가족은 의외로 법의 테두리에 둘러싸여 있다.

민법 제779조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라고 가족의 범위를 한정했다.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는 '가족이라 함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라고 가족을 정의했다.

법률상 우리 사회의 가족은 혼인과 출산을 기본 전제로, 지나치게 혈연 중심적이다. 그래서 지금같이 가족의 형태가 다양하게 탄생하는 시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 비혼과 미혼의 차이


부모 한 명이 자녀를 키우는 이른바 '한부모' 가정은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우리 사회에서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불가피성'이다. 어쩔 수 없이 부모 중 한 명이 혼자 아이를 키워야만, 그래서 주변에서 동정의 대상이 돼야만 사회적 인정이 가능하다.

사회 분위기가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중요시하면서 '비혼'이라는 정의도 떠올랐지만 그저 '트렌드'에 그칠 뿐, 여전히 사회는 자유와 선택을 무시한 채 그저 혼인하지 않은 상태, '미혼'의 틀에 구겨 넣는다.

여기에 비혼과 미혼 뒤에 '모(母)' '부(父)'가 붙으면 사회적 편견에 둘러싸여 또 다르게 해석된다. 통상 사회는 미혼모·부를 어쩔 수 없이 혼인을 하지 못한 채 아이를 혼자 키우게 된 부모로 선을 긋고 비혼모·부는 아예 법 테두리 안에서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한다.

방송인 사유리씨가 일본에서 정자은행을 통해 아들을 낳으며 비혼모를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주로 경제활동을 하는 그가 일본에서 비혼모가 된 것은 한국에서 이런 식의 비혼모는 사실상 '불법'이라서다.

이미 우리는 몇 년 전 비슷한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2014년 비혼부인 사랑이 아빠가 '가족관계등록법'을 두고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이 법은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에 대해 원칙적으로 엄마가 해야 하며, 비혼부가 출생신고를 하려면 아기엄마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거주지 주소 등 인적사항이 반드시 필요하도록 했다.

현재는 일부 법이 개정됐지만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를 할 수 있다고 제약하면서 사실상 엄마를 알면서도 모른 척 해야 하고 모의 인적사항을 전부 알 수 없는 경우에만 인정하기도 해 비혼부의 출생신고 청구가 기각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사유리 인스타
일본에서 정자은행을 통해 아들을 낳으며 비혼모를 선언한 방송인 사유리. 2020.11.19 /사유리 인스타그램 캡처

이러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 탓에 이들 부모에 대한 통계치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통계가 없으니 이들을 위한 법적, 사회적 지원체계도 제대로 마련하기가 어렵다.

특히 경기도는 미혼 한부모가족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다고 알려졌다. 2016년 통계청의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도내 미혼모는 5천330명, 미혼부는 2천64명으로, 전국 미혼모의 22.3%, 미혼부의 22.5%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혼인·출산 인식이 변하면서 자녀를 양육하는 미혼 한부모가족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고, 현재도 부정적 시선 때문에 국가승인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미혼 한부모가족이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들을 위한 특화사업이 일반적 가족보다 부족하고, 대부분 저소득 가정을 지원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경기가족여성연구원이 2018년에 발표한 '경기도 미혼 한부모가족 지원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특히 이들 가정은 혼외 출산에 대한 부정적 시선 때문에 훨씬 더 강한 정서적 안정을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지만 사실상 전무하다.

실제로 이 연구에 면접자로 참여한 미혼모·부는 인터뷰를 통해 "혼자서 자녀를 키우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사회의 시선과 싸워야 했다. 자신들보다도 자녀에게 주어지는 부정적 편견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회가 인정하는 '사랑할 수 있는 범위'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배우자와 6촌 사이라는 이유로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A씨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A씨의 간절한 외침이 터부(Taboo)의 대표격인 근친혼의 기준을 낮춰 가족을 구성하는 형태의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을 모은다.

현행 민법 809조(근친혼 등의 금지) 1항은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인 경우 혼인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청구인 A씨는 8촌 이내 혈족의 혼인을 금지한 이 조항과 혼인의 무효 사유로 규정한 민법 815조 2항이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지난 2018년 2월19일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주요 쟁점으로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이를 혼인의 무효 사유로 규정한 심판 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혼인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인지 여부를 제시했다.

8촌 이내를 혈족으로 정한 이유는 고조가 같은 사람을 가까운 혈족 관계로 보는 '동고조팔촌'(同高祖八寸) 중심으로 가족을 구성하는 풍속에 유래가 있다.

헌재는 또 심판대상 조항이 정한 근친혼의 범위가 입법목적이나 외국 입법례에 비해 지나치게 넓고 오늘날의 친족관념이나 가족개념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어서 혼인의 자유, 특히 혼인에 있어 상대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헌재는 1997년 동성동본 사이의 금혼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동성동본 간 혼인 금지 위헌 결정 이후 13년 만에 민법 개정을 통해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매우 넓어졌다.

2005년 3월 이전 민법 809조(동성혼 등의 금지)는 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다 근친혼 등의 금지로 위헌 결정 13년 만에 개정됐다.

청구인 A씨는 모든 국민이 헌법 10조(행복추구권)와 36조 1항(혼인과 가족생활의 조건과 보호)에 따라 혼인의 자유를 보장받고 있으므로 이를 제한하려면 헌법 37조 2항에 따른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더욱이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3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허용하고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은 4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허용하는 점에 비춰 근친혼 금지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호소하고 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선 현소혜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청구인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현 교수는 "근친혼은 혼인과 가족이라는 사회의 기초적 생활단위를 보장하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한도에서는 반드시 금지돼야 하지만, 제도적 보장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 개인의 자유를 무익하거나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이 사건의 이해관계인인 법무부는 근친혼 부부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유전 질환과 생물학적 취약성을 방지하고 민족의 혼인풍속, 친족 관념 전통을 계승하는 측면, 공동체 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 금지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재가 직권으로 지정한 참고인인 전경수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명예교수는 "8촌을 근친으로 여기는 관념은 오늘날 가족개념이나 친족관념에 변화가 있더라도 여전히 보편타당한 관념"이라면서도 "구조적인 변화가 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8촌이 곧 근친'이라는 관념이 여전히 보편타당한 관념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지난 12일 이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사안인 데다 근친혼 금지 관련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배경에서다.

동성동본 불혼에서 근친혼 금기로 가족 구성 조건의 문턱이 낮아진 지 15년 만에 재차 헌재가 6촌 친족을 사랑한 청구인의 가족 구성의 자유와 대립하는 근친 사이 금혼의 기준을 재정립하는 결정을 앞두고 있다.

/공지영·손성배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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